'음란함', '문란함' 그리고 여성과 성소수자
우리는 종종 일상이나 뉴스 속에서 '음란'이라는 표현을 마주하게 된다. 경찰이 '음란물', '음란사이트'를 단속한다는지, 밖에서 '음란행위'를 한 사람이 있어서 신고당했다는 등 대체로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다.
우리는 영미권에서는 '포르노' 혹은 '포르노그래피'라고 불리는, 일명 '야동'을, 공식적으로 '음란물'로 번역한다.
이전에 동양철학 책을 읽다가, '음란'이 유교로부터 파생되어 온 단어임을 알게 되었다. 당나라 유학자 공영달에 따르면, '음'은 '색욕(성욕)이 과도하다', '란'은 '인륜을 거스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언어의 기원으로 들어가보면, '포르노'는 한국어에서 '음란물'로 번역되어 '성욕이 과도하여 인륜을 거스르는 것'이고, '음란행위'는 '성욕이 과도하여 인륜을 거스르는 행위'인 것이다.
물론 2021년 현대 한국 사회는 유교의 가치관으로부터 많이 벗어나있는 사회이다. 하지만 타국들과 비교해보면, 유교문화의 유산을 찾을 수 있고 이번 '음란'이란 단어에서도 유교의 유산을 찾을 수 있었다.
조선시대 때 '성'과 관련된 담론들이 위와 같이 모두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조선 유학자들은 '성욕'이란 수행하여 조절해야하는 것으로 보았고, 조절하지 않으면 인륜과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으로 보고 절제해야하는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가르치고, 문화를 형성해왔다(비공식적으로는 당연히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다 보니 '성'이란 것은 '일탈'로 간주되어왔다.
이 지점은 현대까지 지속되어 오는 것 같다. 우리는 타국들과 비교해볼때, 친구들끼리 성 이야기를 덜 개방적으로 한다. 부모님과도 성 이야기를 덜 하는 편이다. 방송에서도 성 담론을 개방적으로 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 들어 '음란함', '문란함'은 소수자에 대한 탄압으로 작용하는 언어가 되었다.
특히 2000년대, 어쩌면 2015년까지도 여성을 탄압하는 언어로 작용했다. 지조 절개 정절이 여성에게 지속되었고, (넓은 의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문화적으로 탄압하곤 했다. 특히 "걸레"라는 단어는 여성에게 정절을 강요하는 강력한 언어였다.
아직도 2015-16년에 대학교 대나무숲들을 통해 성담론 말다툼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 어떤 남성들은 클럽에서 원나잇을 추구하지만, '내 미래의 여자친구는 내가 첫경험이었으면 좋겠다'라는 표현이 다소 있었다. 이에 남성이 걸레라는 표현도 존재했고, 온라인 상에서 네티즌들이 싸웠던 것이 기억난다.
2021년 요즘에 들어서는 걸레라는 표현을 거의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남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만큼이나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당연히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음란함'과 '문란함'의 프레임을 여성은 벗어났더라도 성소수자에게는 아직도 강력히 작동한다. 퀴어문화축제는 음란, 문란축제에다가 아이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표현도 존재한다.
퀴어문화축제가 옷차림이 개방적이고 성 담론에도 개방적인 것은, 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인식과, 자유를 찾기 위한 인식들 때문이다. (개인적 견해입니다. 퀴어축제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2016년 퀴어문화축제 당시에 갔을 때, 여성 성기의 사진이 커다랗게 있는 현수막이 있었고, 여성의 성기 모양의 '보지 풀빵'을 팔았다. 당시 이렇게 개방적인 행동을 한 이유는 '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와, '남성의 성은 욕이나 언어로 그렇게 자주 나오는데 왜 여성의 성은 문화적으로 탄압하는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선 성리학 이조 500년을 겪은 국가였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도 골똘히 고심하고 여기는 조선임을 인정했는지, 해당 비판을 받아들였다. 2017-2018년쯤부터는 개방적인 모습들을 빼고, 다양한 모습들만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에 보여주었던 모습들에 어르신들과 어머님 아버님들은 충격을 어마어마하게 받았던 것 같다. 음란함으로 계속 씌우시고 보수적인 기독교 사회는 열심히 동성애는 죄악임을 외치고 다니신다.
우리나라는 조선의 후예임이 생각나서 써본 글.
+) 2015년에 나는 21살이었고 국제여름학교 버디 활동을 했다. 미국인과 프랑스인 친구들을 인솔하는 일이 있었는데, 다들 갑자기 성적 농담과 성적인 이야기들을 대놓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낯이 부끄러워서 "여긴 공자의 나라에요! 조심하세요!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세요!(Here is Confucianism Country! Be careful! Do as Romans do in Rome!l)이라 말한게 떠오른다. 공통 교육과정을 갓 마친 21살의 나도 저런말을 한 걸 보니, 우리나라는 조선의 후예임을 나를 통해 방증하는 듯 하다. 지금도 느끼지만 나는 유교보이다...
** 철학-역사는 제가 책들에서 단편적으로 알게 된 이야기들을 토대로 쓴 글이라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은 넓은 의미로 써보았습니다. 비판은 언제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