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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Mar 12. 2022

나와 여성가족부

개소리는 세상을 바꿀까?

  3월 9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책공약으로 끊임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남성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여성가족부 무용론을 바탕으로, 남성 표심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말하고 다니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얼마 전까지 해당 공약에 대해 '설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 이후, 여성가족부의 존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무언가 설마가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다. 미래가 보이는 것 같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말은 했으니 실천은 해야겠고, 폐지가 정말 이루어지면 무척 거센 반발이 이루어질 미래가 보인다. 무언가 정말 폐지한다면, 여성가족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 정책, 청소년 정책, 가족 정책 등이 보건복지부나 행정자치부로 보내지고 정책의 중요성이 격하될 미래가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 개혁도 할텐데, 노동 개혁과 여성가족부 개혁 등이 박근혜 집권 당시처럼 민중총궐기를 만들 미래가 보인다. 올해부터 나도 시위에 자주 갈 것 같은 미래가 보인다.



  나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사는 지역 내 건강가족센터의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활동가로서, 취약가정들에 방문하여 학습정서지원(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계속 붙일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는 모두 건강가족센터가 있다. 가족센터들은 '건강가족진흥법'에 의거하여 설립되었다(참고자료1). 그리고 이 건강가족진흥법과 가족센터의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이다. 가족센터에서 만난 선생님들 말씀에 따르면, 세월호 사태가 터졌을 때 바로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공공기관은 각 지자체에 설립되어있었던 가족센터였다고 한다. 이랬던 가족센터들이... 만약 여성가족부가 해체되고 행정자치부나 보건복지부에 소속된다면, 과연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을까? 이름에 '가족'도 들어가지 않은 부처가 이전보다 더 가족정책에 힘을 쓸까? 그래서 나는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지지하지도 않았고, 개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개소리가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예전에는 여성가족부가 뭐하는 곳인지, 존재해야하는 곳인지 의문하던 적이 있었다. 나 또한 여성가족부가 피부로 와닿지 않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살고 있는 서울시, 동대문구도 그렇고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같은 대부분의 정부부처들이 나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 편이다. 또한 가족센터에서 일하면서 보니, 적어도 내가 본 바에 따르면, 정부는 가장 취약적인 국민들을 우선적으로 돕고자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취약계층이 아닌, 중산층 가정에서 살아온 나는 당연히 피부로 와닿을 수 없었다.



  또한 여성가족부의 이름에 '여성'이 있으므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너무 찌질하게 느껴진다. 서복경 서강대 연구원님에 따르면, 이전까지 여성은 '부분'으로 인식되었지만 남성은 부분이 아닌 전체로 인식되었다고 한다(참고자료2). 이 분의 주장에 너무나 공감했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도 여성을 부분으로 인식하곤 한다. 여교사, 여배우, 여왕, 여대생 등 수많은 정체성에 여성들은 '여'가 들어간다. 이 자체만 보아도 여성은 부분으로 인식되고, 남성은 전체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누가 남교사, 남배우, 남왕, 남대생이라 말하는가?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가족부 부처에 여성이라는 낱말을 넣고 부분을 전체로 만들려는 노력을 그렇게 뭐라 하는 게 참 좋아보이지 않는다. 외교부에서는 개발협력정책에서 인도적 지원을 하는 분야 가운데 주제 하나가 '여성'이라고 들었다(참고자료3). 외교부의 개발협력정책은 왜 폐지하라고 안하고 여성가족부만 이렇게 흔드는가. 내 눈에는 성평등 정책을 향한 움직임에 반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의 관점에서 볼 때, 여성가족부가 부적절한 언행 및 정책을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인권, 페미니즘을 잘 모르는 분들의 경우 반감을 느끼는 일들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토론을 하고 고쳐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라고 말하는 것 자체부터가 어불성설로 보인다. 행정자치부에서 지방자치 정책 잘못했다고 행정자치부를 폐지하라고 하는가? 외교부에서 외교 정책 잘못했다고 외교부를 폐지하라고 하는가? 국토교통부에서 부동산 정책 잘못했다고 국토교통부를 폐지하라고 하는가? 여성가족부가 그렇게 만만한가?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여성 정책이 그렇게 만만한가? 가족, 청소년, 여성 안중요한가? 왜 토론을 하고, 공청회를 하고, 개선점을 모색해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를 하려고 하는가? 내 눈에는 남성커뮤니티에서 이야기 하던 것들을 이준석 대표가 공론화 시키고, 안티페미니즘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래도 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에 워싱턴 포스트에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내가 볼 때 이것은 여성 유권자 분들께 하나의 신호를 발송한 것으로 보였다. 대신에 이준석과 이준석을 지지하는 2030 남초커뮤니티들 때문에 공공연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윤석열은 페미니스트로 유명했던 신지예를 선거 캠프에 영입했다. 이 또한 여성 유권자 분들께 하나의 신호를 발송한 것으로 보였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할까? 이재명 후보의 공약처럼 성평등가족부로 이름만 바꿀 것인가?



  개인적 바람으로는,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를 사임시켰으면 좋겠다. 대놓고 청년은 남성만 가리키듯이 말하고 여성을 무시하고, 입이 가볍고 생각도 너무 가벼운 것 같은 이준석을 버렸으면 좋겠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많이 공감할 것 같다. 이준석 리더십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나 또한 청년으로서 이준석이 잘 할 줄 알았는데, 한 것은 "청년=남성청년"으로 만들고, 윤석열에게 삐져서 도망다니고, 청년 얘기를 하고 다니긴 했나? 그냥 안티페미 얘기만 하고 다닌 것 같다. 이전에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을 필두로 당대표 탄핵하려고 했던 것으로 볼 때 당대표 버리기가 실현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판은 펨코와 남초 커뮤니티에 뇌절어서 이성적-합리적 판단 및 생각을 할 수 없는 극우 포퓰리스트 이준석을 얼른 버려야 한다. 비박계였던 하태경 의원이 비박계 동지 이준석 구하려고 쉴드치고 다니는 것 같은데 하태경도 30대 남성 고쳐쓸 생각 버려야 한다. 이준석이 똥싸고 다니는 것 하태경이 토론장에서 치우고 다니는 모습.. 힘들어 보이는 것 눈에 보이는 데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준석 그렇게 당당하면 토론장에 좀 자주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잘나셨으면 공중파 토론 프로그램에서 장혜영 의원, 권수정 의원과 토론 좀 하셨으면 좋겠다. 뒤에서만 떠들고 앞에 나서지 않는 찌질함 좀 그만 보였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여성가족부와 연결된 사람으로서, 할 말은 해야겠어서 쓴 글.

  여성가족부의 가족정책으로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해 일하러 가는 사람으로서 현재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정말 책 제목처럼 개소리가 세상을 바꾸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


<참고자료>

1) 건강가정기본법 | 법제처

https://www.law.go.kr/LSW/lsInfoP.do?efYd=20200519&lsiSeq=218015#0000


2) 여성은 '부분', 남성은 '전체' | 서복경 연구원님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810583&SRS_CD=0000014360


3) 외교부 개발협력정책 | 외교부

https://www.mofa.go.kr/www/wpge/m_3839/contents.do


4) 여성가족부 오해와 진실 | 여성가족부

https://www.youtube.com/watch?v=AbsUwWXjz1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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