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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한 명의 게이로 산다는 것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by 배즐

한국에서 한 명의 게이로 산다는 것

My life as a gay in South Korea


-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 Call for anti-discrimination law legislation (English is in the last paragraph)


현재 차별금지법 및 평등법 논의가 핫한 듯하다. 미국물 먹은 이준석 당대표는 다를 줄 알았으나, 차별금지법에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정의당발 차별금지법안 국회 국민 청원이 10만 명을 넘기자,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평등법을 발의했고, 항의 전화 폭탄과 문자 폭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 같다. 2017년에는 육군에서 게이 군인 색출작전이 벌어졌고, 2018년에는 EBS 젠더토크쇼 프로그램 [까칠남녀]에 성소수자가 나오자 극렬한 반대 끝에 해당 프로그램은 폐지되었다. 2020년에 숙명여대에 입학했던 트랜스젠더 분은 세간의 극렬한 반대 끝에 입학을 포기했고, 2021년에는 변희수 하사님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연구>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표본 1000명 중 성소수자를 살면서 마주쳐 본 적 없는 사람이 무려 93.6%라고 한다. 동네 사람으로서, 친구로서, 직장 동료로서, 가족으로서 당연히 만나본 경험이 없다고 한다. 이 자료를 읽고 경악했다. 나 같은 성소수자 분들은 일상 속에 평범히 살아 숨 쉬고 있는데, 왜 다들 마주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성소수자에 배타적인 분위기가 우리를 이렇게 커밍아웃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중고등학생 때 나 또한 혐오발언들을 많이 듣고 나 자신이 게이임을 말하지 않도록 사회화 한 경험들이 많았다. 중학생 때 학원에서 과학 선생님은 ‘N극과 N극, S극과 S극이 만나지 않듯이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했고, 중학생 때 학교에서 백인 여성 미국인 원어민 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South Korea is no gay zone’이라고 발언하시며 좋아하셨다. 고등학생 때는 사회 선생님은 두 남학생이 껴안고 장난치며 놀자, “너희 나이 사춘기 때에는 동성 간 미묘한 감정이 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 지나면 다 정상으로 돌아온다”라는 발언을 하셨다. 이 발언들은 모두 나의 존재를 직간접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이었다. 나는 내 존재를 사회가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인다고 학습했고, 뇌 해마 속에 장기기억으로 보존되었다.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교내활동을 할 당시, 어떤 프랑스 친구가 게이 어플리케이션에 떴다는 소문이 돌며 유럽인 버디 분들과 한국인 버디 분들은 눈쌀을 찌푸렸다. 2015년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할 당시 어떤 똑똑했던 누나 분께서는 성소수자 이슈 토크를 하다가, 성소수자 단체 활동도 하셨다고 말씀하시면서 “근데 동성애 허용하려면 소아성애도 허용해야해”라는 이상한 말을 하셨던 것도 생각났다. 군대에서도 그렇고, 얼마 전에도 그렇고 게이 관련해서 이야기하며 눈살을 찌푸렸던 지인들도 항상 종종 있었다. 이런 경험들은 성소수자라면 모두들 하나 이상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다들 왜 그럴까? 이 자판기 누르면 툭 튀어나오듯 반자동적으로 나타나는 혐오정서는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또한 왜 다들 이런 발언들을 용인하며 살아온 것일까? 왜 선생님들도, 한국 사회 구성원들도 왜 이렇게 성소수자에 배타적인 인식들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동성애는 자연에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 옆나라 일본만 보아도 동성 파트너십을 허용한 지자체도 많고 트랜스젠더 분의 여대 입학도 가능하고, 중국은 트랜스젠더 MC도 있고 동성혼 찬성 비율이 높다고 한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인데, 어디서 이런 차이가 나왔을까? 이 가치관의 기원은 무엇일까? 유교? 기독교? 한국 미디어가 만든 혐오 정서? 이 질문에 대한 견해는 학술논문으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어서, 관련 이야기는 나중에 후술해보고자 한다.



어쨌든 중고등학생 때 선생님들, 주변 지인들 모두 어떻게 보면 내 앞에서 성소수자라는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10대 때 이를 철저히 내면화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배우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내 존재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냥 이성애자가 아니고 조금 다를 뿐이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혐오발언을 했던 사람들. 그들은 혐오발언을 했던 장면을 제외하면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었다. 선생님들은 똑똑하고 학생들을 잘 챙겨주시는 분들이었고, 주변 지인 분들도 사려깊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단, 혐오발언에서만큼은 어떻게 보면 가해자였다. 동시에 어떻게 보면 현재 한국 사회의 문화적-사회적 유산을 검토 없이 무비판적으로 학습한 피해자이면서 체제옹호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떡하면 이런 혐오정서를 개선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회는 이미 많이 좋아지고 있고 개선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언급했던 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강한 관성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 강한 관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력한 특약은 아니겠지만, 차별금지법이 그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어떤 발언, 어떤 행동이 잘못되었는지 논의가 이루어지고 성숙해지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차별금지법은 고용 문제, 행정서비스 제공 문제를 다루고, 직간접적인 차별이 발생 시 시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있다. 비록 발언을 제재하는 법안은 아닌 것 같지만, 법안을 발의하신 국회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어떤 것이 차별인지 인식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는 취지를 담으셨다고 한다.


나에게 차별적인 언사를 하셨던 분들께서도 무의식적으로 해당 발언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기에 그런 발언들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 법안을 통해 그분들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이 법안은 비단 나 같은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가족의 형태, 종교적 신념, 임신 여부, 비정규직 노동자 등 누구나 어느 부분에서 겪을 수 있는 차별을 지양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과거 어느 순간 어느 자리에서 어떤 특정 집단들을 향해 차별적인 언사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 또한 과거에 가해자이자 피해자이자 체제옹호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반성하며, 차별금지법과 함께 더 이상 이런 차별적인 언사, 행동들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포용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한국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내가 10대 20대 시절에 내 면전에서 들었던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들을 더 이상 미래의 성소수자, 특히 10대 성소수자들이 듣지 않고 포용되며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내가 사회에서 인지부조화를 느꼈던 것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나도 이렇게 사회를 개선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연대-지지하는 모임들을 언급하며 글을 마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https://www.ddingdong.kr/)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https://www.facebook.com/rainbowjinbo)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http://lgbtpride.or.kr/)



In South Korea, until now, there is no comprehensive anti-discrimination law, which bans verbal assaults and economic-social discrimination against LGBTQ, the disabled, foreigners, people who believe in different religions, part-time job workers and people in need. When I was teenager, some teachers said, "South Korea is no gay zone (and she smiled)", "Homosexuality is unnatural thing". Also when I was freshman, some people frowned to see foreigners who are gay. One of my friends said, "If we want to allow homosexuality, we also have to allow paedophilia"(Oops). Those words were denying my existence itself. In my opinion, not only me but also those hate speech speakers are all victims of this society. They do not or could not know why it is wrong and inappropriate to speak or behave like that, because there are few educations, few publicized words about 'What the discrimination is' in our society. I hope this anti-discrimination law, which is not passed yet in national assembly, should pass sooner or later and make our society more inclusive with love to everyon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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