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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으로 결정되는 우리의 삶

by 배즐

1. 나는 우연히 전문직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

2. 나는 우연히 전문직 부모님 밑에 태어나 10대때 월 40~50만원짜리 사교육을 당연하듯 받았다.

3. 나는 우연히 공부를 좋아하는 체질이었다.

4. 나는 우연히 1~3 덕분에 서울 주요 대학 중 하나에 입학해서 다니고 있다.


5. 나는 우연히 북한이 아닌 한국의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

6. 나는 우연히 제조업 위주의 부자 국가이면서 인프라와 복지 제도가 잘 구비되어 있는 국가인 한국에 1995년에 태어났다. 나는 해외에 나가서 이주노동자가 될 필요가 없다.

7. 나는 우연히 수도권에서 태어나 모든 복지시설, 인프라, 놀이시설을 부족함 없이 경험하며 자랐다.


8. 나는 우연히 태어날 때부터 비장애인이었다.

9. 나는 우연히 27년 살면서 다리를 잃지 않고, 팔을 잃지 않고, 눈을 잃지 않고 계속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10. 나는 우연히 남성으로 태어나 밤길 치안 걱정을 하지 않는다.

11. 나는 우연히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에 비해 화장, 외모 평가, 몸매 평가에 덜 얽힌다.


12. 나는 우연히 이성애 중심사회에서 동성을 좋아하는 성소수자로 태어났다.

13. 나는 우연히 한국에서 애인과 법적 결혼을 할 수 없다.

14. 나는 우연히 성소수자로서 사회 구성원들의 보수적인 견해들과 충돌하게 된다.




나는 1~14에 '우연히'라는 부사를 문장에 사용했다.


하지만 단지 개인이 제어할 수 없는 '우연' 때문에 개인의 인생이 규정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소 생각한다. '우연' 때문에 삶이 황폐화되는 것은 사회적 장치로 막아야 한다.


1~4에서 언급한 교육의 경우, 어느 나라의 어느 학생이든, 질 높은 교육은 누구나 향유할 권리가 있다. 또한 공부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 마냥 이루어지는 사회는 옳지 않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적성과 흥미 또한 인정받고 개성 및 가치가 뽐내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한다.


5~7에서 언급한 인프라의 경우, 어느 나라 어느 사회이든, 빈곤율을 낮추고 충분한 교육•의료•경제 인프라가 필요하다. 세계 각국이 빈곤퇴치, 의료필수품 원조 등 같이 노력해야한다.


8~9에서 언급한 장애인-비장애인의 경우, 누구든 어느 순간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가 불합리한 것이고, 장애인 또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해야한다.


10~11에서 언급한 남성-여성의 경우, 어느 성별로 태어났든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고, 자신의 겉모습으로 인격을 비하받을 의무는 없다. 비록 사회가 감수성도 높아지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여성이 핍박받아 살아온 역사의 문화적-사회적 유산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모두가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12~14에서 언급한 성소수자 이슈의 경우, 성소수자는 역사적으로 탄압받았을 뿐, 어느 국가 어느 사회 어느 공동체든 존재했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존 과거의 이성애 중심, 출생 중심의 가치관(ex: 음양론)의 유산이 지속되면서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연성으로 인해 누군가가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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