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의 여행
취준생과 백수
지금의 '나'를 수식하는 대표적인 단어들이라 할 수 있겠다.
20대의 절반을 지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지금
어느 때보다 얕은 파도에도 쉽게 휩쓸리고 산들바람에도 폭풍이 분 것처럼 흔들린다.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은 '진짜 내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걸 잊고 있었다.
돌이켜 볼 여유조차 없었다. 아니, 돌이켜보고자 하지 않았다.
그저 '보기 좋은' 삶을 살고 있었다.
불과 어제였다. 나는 날카로운 한 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정답은 네가 알고 있어. 그렇지만 정답을 보려 하지 않는 것뿐이지."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순간 잊고 있던 것들 이었다.
나는 그 누구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지금까지 그저 '보기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다.
친구의 한 마디가 나에게 비수가 되어 꽂혔고,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저 나는 내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던 껍데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순간 번뜩이며 무언가 내 머릿속을 스쳤다.
"나는 좋아하는 것이 뭐지?"
"나는 잘하는 것이 뭐지?"
예전에는 쉽게 대답할 수 있던 것들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취업준비를 하다 보니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명확하게 할 수 없었다.
나는 '돌아다니는 것'과 '사진 찍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군대에서 시내버스만 이용하여 부산에서 서울을 가기 위해 준비해보기도 했고
사진 자격증도 취득하기도 했으며 간간이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기도 했다.
한창 여행을 많이 다녔을 때, '여행에 대한 기록물'을 남기기 위하여
블로그를 통해 글도 써보고 사진도 공유해보려 했으나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잊고 살았었다.
지금 '나'를 잃어버린 이 순간,
많은 시간이 흘러버려 희미해진 여행의 추억과 감상들, 그리고 일상을 이야기하듯 적어내려 가며
다시 '나'를 찾아가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그리고 사진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이 있듯 나도 나만의 철학이 있고
역시 내 여행에 있어서도 나름대로의 철학과 방식이 있다.
먼저, "웬만하면 걷자"
사실, 처음부터 이러한 원칙을 갖고 있던 것도 아니고 항상 이걸 지키려고 하지도 않았다.
대단한 원칙도 아닐뿐더러 '반드시 걸어야 해!'라는 신념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걸을 수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걷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버스를 포함한 교통수단에서 느낄 수 없는 그곳만의 느낌과 다른 여행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두 다리가 책임지고 나를 옮겨주기 때문이다.
버스 안, 창문은 나와 그 장소를 갈라놓았다.
창 없이 온전히 내 두발, 내 몸으로 그 장소를 받아들일 때, 그 장소에 동화될 수 있었다.
그때, 비로소 나의 여행이 완성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걸었다.
다음으로, "내가 즐기는 방법으로"
누구는 '여행의 묘미는 먹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누구는 '그저 앉아서 쉬는 게 좋지.'라고 말한다.
'거기서는 뭘 먹고, 뭘 하고, 뭘 봐야 해.'
보다는
나는 그냥 내 맘대로 하는 게 좋더라.
그리고, "아날로그 스타일"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지도는 항상 구했었다.
정보가 넘쳐흐르는 지금 이 세상에서
가끔은 벗어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지도 보며 헤매도 그 또한 여행이나
그저, 내 여행은 지도 하나면 됐다.
마지막으로, "어딜 가나 여행"
단 1시간을 버스 타고 이동한다 하더라도 여행이라 생각한다.
전역 후, 복학하기 위해 처음 학교에 갔던 적이 있었다.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몇 차례를 갈아타고 다섯 시간을 가야만 했다.
매번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그날은 달랐다.
차창 밖의 풍경들이 어느 순간 새롭게 다가왔다.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우리는 항상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몰랐던 것이다.
바로 옆 동네를 가더라도 그 장소가 새롭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여행이지 않을까?
항상 시작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
이렇게 작게나마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미 시간이 꽤나 지나버린 장소들의 추억과 감상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나
'나'를 찾기 위한 시간으로 생각하고자 한다.
여행의 기억, 일상의 시간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풀어보고자 한다.
사진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