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 느낌표!

Episode 2. 노르웨이 오슬로

by 강철웅


여행을 출발할 때면 언제나 물음표가 붙는다.

그 도시에 대한 환상, 궁금증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과 얼굴로

여행을 시작하곤 한다.


물음표로 시작한 여행은

마지막엔 느낌표로 변한다.

그곳이 좋았던, 싫었든 간에

언제나 나에게 느낌표와 함께

작은 의미를 던지며 다음을 기약한다.


나에게 노르웨이 오슬로는 그런 곳이다.



무계획,


흔히들 여행을 가게 되는 동기, 혹은 계기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오슬로에 간 이유는

딱히 없었다.


내가 아무런 계획 없이 가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동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던 중,

더블린(Dublin) - 자다르(Zadar) 티켓과

더블린 - 오슬로(Oslo) - 자다르 티켓의 가격이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아침 9시 도착에 다음날 6시 첫 비행기로 출발하는 까닭에

북유럽의 살인적인 물가도 고려하여

겸사겸사(?) 공항에서 노숙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예약 당시 더블린-오슬로는 19.99유로, 오슬로-자다르는 23유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지금 검색해보니 더블린-오슬로는 12.99유로도 있다!)

(더블린-자다르는 38유로, 5만 원이다. 3시간 비행에 5만 원이라니..)


예약하고 난 뒤, 뒤늦게 공항의 위치를 파악해보니

공항에서 오슬로는 60Km가 떨어져 있다고 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가량,

1시간이 지나면 오슬로 중앙역에 도착한다.

IMGP6666.JPG 오슬로 중앙역, 사람도 많고 노숙자도 많다

유럽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중앙역 앞에는 사람, 특히 노숙자들이 많다.

역시 오슬로 중앙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오슬로 중앙역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짝 긴장한 채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주어진 시간은 단 24시간에도 미치지 않는

거의 반나절에 불과한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돈은 최대한 적게 뽑았는데,

마침 먹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더 뽑았다가 남으면 더 곤란해지므로

최대한 참고 참고 찾아보기로 하고 다닌다.


오슬로의 메인 스트릿은 '카를 요한스 스트리트'

오슬로 중앙역에서 바로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길이다.

오슬로의 주요 볼거리라 할 수 있는 오슬로 중앙역, 시청, 항구, 왕궁을

카를 요한스 스트릿을 따라서 볼 수 있다.

IMGP6671.JPG 역에서 조금만 나와도 볼 수 있는 오슬로 대성당

조금만 걷다 보면 대성당을 만날 수 있다.

성당이라고 했으나 오히려 식당이 즐비해있던 터라

유심히 보지 않으면 성당이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IMGP6677.JPG
IMGP6684.JPG
IMGP6683.JPG

잠깐 성당 권역 내부로 들어가

오전에도 북적북적하는 식당가에 있는 사람들과

공원의 싱그러운 나무들을

카메라에 담고 지나간다.


국립극장과 광장을 지나쳐

지도를 얻기 위해서 잠깐 투어리스트 센터에 들르기로 했다.

마침, 그곳에서 여행자들을 위해서

공짜 빵을 주고 있었다.

역시, 살인적인 물가에 어쩔 수 없이 공짜 빵 두어 개를 꾸역꾸역

입 속으로 밀어 넣고 힘을 내서 다시 움직인다.

(사실, 그 전에 뭔가 먹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다음으로, 오슬로 시청을 만나게 되었다.

오슬로 시청은 매년 12월 10일,

노벨상을 시상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노벨상 수상자인

故 김대중 대통령도 이 장소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IMGP6735.JPG 오슬로 시청 중앙홀, 여기서 노벨상 시상식이 행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주할 수 있는 시청 중앙홀.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발전에 대한 공로를 치하하는 상을 받았다.

우리가 매번 위인전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인물들,

세계 평화와 문화, 과학, 경제 등에 있어 발전을 위해 공헌한 사람들의 업적과

그들의 기운을 받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괜스레 가슴이 찡해져 벽에 걸린 그림을 우두커니 보다가 2층으로 올라가

매년 12월 10일만 되면 시상식장이 되는 그곳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움직인다.

시청 내부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동선을 짜임새 있게 구성했고

노벨상과 관련된 유물들도 전시해두고 있어 유익함을 더한다.



우리가 가질 수 없는 여유


시청을 지나 10분가량을 걷다 보면 노르웨이 왕궁을 마주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곳은 노르웨이 국왕이 기거하고 있는 공식적인 저택이라고 한다.

건물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으나, 외부와 공원을 모두 오픈하여

오슬로 시민들과 여행자들의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IMGP6787.JPG 노르웨이 왕궁, 그리고 오슬로 시민들의 쉼터

노르웨이 왕궁은 내가 가보았던 영국의 버킹엄 궁에 비해 규모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 뿐만 아니라, 누구나 와서 쉬다 가고 구경하다갈 수 있도록 개방하여

시민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IMGP6791.JPG
IMGP6793.JPG

누구나 풀 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자전거를 타고 가족들과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왕궁'이라는 장소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을

여기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외국의 공원에 가면 우리는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풀 밭 여기저기에 돗자리를 깔고 한가롭게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아름드리나무에 기대어 책을 읽는 모습.


특히, 충격적인 것은 공원 어딜 가나 비키니나 수영복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은 비가 자주 오는 기후로 인하여 일조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햇빛이 비치는 날씨를 광적으로 사랑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길거리에서 수영복이라니

처음 이러한 모습들을 보았을 때, 충격과 신기함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들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여유와

우리만의 '체면의 문화'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에겐 '체면'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남들의 눈치와 체면을 생각하지 않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남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할 때에도

언제나 따가운 시선을 받기 마련이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시선은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남들은 자기 자신의 일이 아니고서야 돌아서면 잊어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괜스레 우리 마음속에 주저하는 마음이 발동하여

체면을 차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나만의 길', 'MY WAY'를 고수하는 한국인은

어려움을 겪는다.

나도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설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취준생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러한 생각을 뒤로 하고 오슬로 곳곳을 파헤치다시피 걸었다.

IMGP6795.JPG
IMGP6797.JPG

비겔란 조각공원을 가기 위해 동네를 거닐다 보니

아담한 동네와 중고서점이 나왔다.

푸근한 느낌이 드는 중고서점을 한 컷 찍고 있는데

KFC아저씨와 같은 풍모의 주인아저씨가

유리 너머로 살짝 웃음을 지어준다.

나도 멋쩍어 살짝 웃으면서 서점을 뒤로하고

다시 걸었다.


IMGP6816.JPG
IMGP6828.JPG
IMGP6840.JPG
IMGP6855.JPG

비겔란 조각공원은 프로그네르 공원의 일부로(사실 갔을 당시에는 전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 조각가인 비겔란이

작품을 기증하면서 공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공원이 완성되던 모습은 비겔란이 생전에 볼 수 없었고

죽고 나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작품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였다고 하는데,

미술에 문외한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다.

뭔가, 피카소의 그림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것만 받았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공원 중앙에 첨탑처럼 우뚝 솟아 있는

모놀리트(Monolith)라고 한다.

인간이 정상을 향해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공원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사실상 내가 보려고 했던 일정이 거의 마무리돼서

잠깐 공원 잔디밭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비겔란 조각공원은 꽤나 오슬로 중심에서 떨어져 있다.

(약 5km 정도)

그렇기 때문에 많이 걷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걸으면서 오슬로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음 일정은 내가 '태권브이 건물'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


특이한 현대 건축물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이 곳이 정말 가고 싶었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다시 움직인다.

IMGP6875.JPG
IMGP6913.JPG
IMGP6908.JPG
IMGP6910.JPG
IMGP6906.JPG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니 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고

운하가 있는 구역을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여유가 넘쳐 보였고

모두가 미소 짓고 있는 듯했다.


왠지 한국인은 가질 수 없는 여유와 웃음을 갖고 있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부럽기도, 멋있기도 했다.

우리가 가질 수 없는 부분에 대해 고민해보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IMGP6966.JPG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

오슬로 중앙역에 다다를 즈음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

사진으로 보기에 멋져 보이던 건물이었으나,

실제로 보니까 지나치게 현대적인 느낌이 들어서

괜히 아쉬워졌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슬슬 피곤해져서 이만 일정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돌아갔다.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無계획 그 자체로

물음표만 실컷 달려있었다.

그렇지만 여유 넘치는 도시 분위기와

세련된 건물들, 그리고 사람들.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느긋함과

여유로움은

나에게 오슬로에 대해 느낌표를 던져주고

나는 오슬로를 뒤로한다.



사진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글 쓰는 것이 참 어렵네요.

브런치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해서 그런지

좀 더 심사숙고하고, 잘 써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1주일에 한 도시를 겨우 써 내려가네요.

앞으로 더 자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진정한 낙원을 찾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