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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lip Nov 27. 2021

유니콘에 올라타 배운 것

일이 되도록 만드는 '일잘잘'이 되기

몇 년 전부터 스타트업 씬에는 유니콘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단어는 기업 가치가 1조 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칭하는 수식어다. 국내에서는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크래프톤, 토스, 우아한형제들, 무신사, 쏘카, 쿠팡, 야놀자같이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업들이 유니콘에 속한다.


아직 상장도 하지 않은 기업이 1조 이상의 가치를 갖게 성장하는 것은 정말 상상에나 존재하는 유니콘처럼 희귀한 일이다. 그래서 IT분야에서 일하는 이라면 누구나 유니콘 기업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갖고 싶어 한다.


나는 정말 우연치 않은 계기로 데카콘(10 조이상 가치의 기업을 뜻하는)이 된 이커머스 기업(C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중간에 또 다른 유니콘 기업에서도 일했다. 사회 초년생일 때 큰 고민 없이 결정했다가 얻어 걸린 것처럼 이런 레코드를 갖게 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나의 커리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좋은 점도 있지만 때로는 당황스러운 지점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내 경험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혹자는 유니콘 스타트업은 어떻게 일하고 얼마나 잘하는지 나를 보며 판단해야겠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내가 유니콘에 올라타서 함께했던 압도적인 동료들은 다양한 강점을 갖고 있었지만 그중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3년의 시간 동안 내가 가장 체득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기도 하다.

바로 "어떠한 상황에도 가장 빠르게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아마존, 이베이, 구글,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 유수기업 출신의 개발자, PO, 데이터 분석가, 마케터, 비즈니스 전문가들과 BCG, 맥킨지, Kearny 등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커리어를 쌓은 그들은 "일은 잘하는 사람들이 잘한다"는 명제를 결과로써 매 순간 증명해냈다. 그리고 이러한 인재들을 통해 조직의 인재밀도는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빠른 조직의 성장과 그에 따른 뛰어난 이들의 합류는 당시 주니어로 매일 스스로의 부족함과 좌절로 점철되어 커리어를 이어가던 나에게는 엄청난 동료 압박(peer pressure)으로 다가왔다. 그 누구도 개인의 생존과 커리어를 책임져주지 않고 오로지 성과로만 보상과 승진을 얻기도 때로는 조직을 떠나야 하는 압박을 받기도 하는 정글 한 복판에서 정말 살아남기 위해 고통스러운 성장을 만들어냈다.


내가 이러한 압도적 인재들과 함께 일하며 스스로 일을 대하는 가치관과 원칙으로 삼게 된 것은 앞서 언급한 "어떤 상황에서도 일이 되게 만드는 사람이 되기"다. 우리가 미션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것이었다. due 는 마치 목숨과도 같았다. 주어진 환경과 자원, 달성해야 하는 타깃 기한은 항상 도전적이고 제한적이었다. 단 한 번도 쉬운 상황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상황과 자원을 핑계로 숨지 않았다. 오로지 되게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할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제한된 자원을 주고 도전적 목표를 주면 본능적으로 그게 왜 안되는지, 어려운지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는 완전히 역으로 사고하고 실행했다. 즉 그 목표가 되게 만들려면 어떤 것부터 고민하고 해결하면 좋을지 찾고 그것을 빠르게 시도했다. 그 누구도 실패의 이유나 가능성을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다. 즉 극도의 목적지향적으로 일을 해냈고 이를 위해 일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해치워나갔다.

수천 명의 구성원이 서울, 상하이, 시애틀 세 곳의 오피스에서 함께 일했지만 내가 경험한 그 어떤 조직보다도 빠른 실행력으로 성장을 만들어냈다.


가령 명절 성수기 폭주하는 고객의 주문에도 지연 없이 동일한 익일 배송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긴급하게 몇 주 만에 새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제반 업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한 내 프로젝트 완수라는 결과를 이미 함께 머릿속에 그리고 역으로 성공을 만들기 위한 과정들을 고민하고 추진하여 결국 성공해낸 경험도 있었다. 심지어 한국 본사의 거의 모든 임직원들이 배송업무 지원에 참여하여 고객들이 큰 불편함을 겪을 수 있는 긴 연휴에도 평소와 같은 배송을 경험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사람들이 놀랄만한 성공을 만들어도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이에 도취되지 않고 다시 차분함을 찾고 힘을 내어 우리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 풀어야 할 문제와 그 안에서 각자 할 일을 찾아 묵묵히 일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과감하고 우직한 실행들이 쌓여가며 회사는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 답은 조직의 선명한 미션과 이를 향하는 강력한 조직문화에 있었다. 이 조직에 함께하는 모든 이들은 우리 조직의 미션에 완전히 공감하고 집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리고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요소인 리더십 원칙 제1번이 "Wow the Customer"였고, "Deliver Results with Grit"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원칙들에 의거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일이 되게 만드는 역량이 매우 뛰어난 사람만이 유니콘에 올라탈 수 있었다.


이러한 원칙은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 그리고 조직 안에 있는 이들의 보상, 승진, 그리고 이별 등의 제도와 프로세스들에 매우 깊숙이 녹아있었다. 그의 기존 연차, 직위(job level)가 현재 어떻든 간에 조직에서는 일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람들이 더 큰 권한과 보상,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었다. 리더십 원칙이라는 조직의 헌법을 기초로 세워진 강력한 조직문화 속에서 성장과 파괴적 혁신이 만들어졌기에 오늘의 데카콘이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스타트업이 유니콘을 꿈꾼다. 그래서 유니콘 출신의 사람들을 경영진, 혹은 중요한 역할로 영입하고 또 그들의 노하우를 조직에 심어주기를 기대한다. 생각보다 노하우는 단순하다.

고객과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을 그 누구보다 과감하고 빠르게 추진해나가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실행이 반드시 되게 만드는 근성과 내재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이 일에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문화를 만들어주면 된다.


내가 이끄는 팀 코드스테이츠 역시 이러한 DNA를 갖출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내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고객이 겪는 고통과 문제를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을 일이 되게 만드는 '일잘잘'들과 함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속도로 우직하게 해쳐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을 제대로 풀어낼 때까지 절대 이러한 시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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