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마음이 옳다

영화 '인사이드아웃 2'으로부터

by 쿠쿠다스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에 뜬금없이 "깊이" 그리고 "꽂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크레더블의 난데없는 웃음 요소가 급기야는 DVD를 사게 만들었고, Wall-E를 보고 눈물 흘리는가 하면, 어럽쇼 2015년의 '인사이드아웃'은 아직도 기억 속에 명작으로 꼽을 만한 영화로 남아 있다. 최근엔 쏘울과 엘리멘탈도 아이들과 함께 챙겨봤다.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인사이드아웃 2'를 보았다. 이제는 1편이라고 불러주어야 할 초기작이 나왔을 때, 아내는 아마 임신 중이었던 것 같고, 우리 역시 앞으로 라일리와 같은 자녀를 키우게 될 것이었으므로 의미가 깊은 영화가 되었다. 이번엔... 뭐랄까 영화를 보기 전의 맥락이 이미 충분히 카펫이 깔렸다고 해야 되나. 왜냐하면...


다른 한편, 나는 지지난 주 영국으로 일주일 간 출장을 다녀왔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North, Latin) 아메리카 전역에서 모여든 사람들과 일주일 간 여러 가지 추억을 쌓았다. 발표도 하고, 워크숍도 하고, (물론) 네트워킹, (아 역시) 서너 차례의 칵테일과 파티... 코로나가 앗아 간 몇 년간 없었던 행사가 아주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치르게 되어, 나 역시 기뻤고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감기와 시차로 최악의 컨디션이었던 가운데, 런던의 날씨는 뜻밖으로 너무 좋았던 나머지 '너무나 좋았던 출장'으로 기억에 남긴 채 상하이로 돌아왔다.


그러나, 여덟 시간의 시차는 생각만큼이나 큰 것이었고, 밤낮이 뒤죽박죽 한가운데 멜라토닌을 먹으며 겨우겨우 잠을 이어 붙였다. 그러다가 집에 돌아온 주말을 널브러져 지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그리고 한 주 떨어져 지내느라 고생한 아내에 대한 보답의 마음으로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영화 '인사이드아웃 2'를 관람하러 가자는 것을 목표로. 아 참! 새우깡도 챙겨가야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늘 속편의 영화가 출시될 때, '형만 한 아우가 없다', '전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와 같은 상투어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서였을까... 특별히 2편에 대한 기대가 솔직히 말하면 매우 낮았다. 적어도 중간까지는 전작과 비슷한 전개에 조금 식상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불안(Anxiety)에 압도된 주인공 '라일리'의 모습과 그런 라일리를 잠식한 불안. 스스로의 걱정관 근심 그리고 불안으로 엉켜버린 마음속 주인공 불안. (이따금씩의 나를 포함)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ANXIETY라는 일곱 개의 글자아래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가 주려는 따뜻한 메시지 하나가 가슴에 깊이 와닿는다. '모든 마음은 옳다' 그래서 (정혜신 박사가 썼던 책 제목처럼) '당신이 옳다'.

출처: https://insideout.fandom.com/wiki/Anxiety?file=Inside_Out_2_-_Anxiety.webp

각기 다른 마음들이 서로를 껴안는다. 우리의 '핵심기억'들은 사실 기쁨, 슬픔, 분노, 불안, 버럭, 소심, 까칠, 부럽, 따분, 당황의 한 색깔이 아니라... 여러 감정이 섞여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든 '기분'을 엮어 내고 그 마음체제가 행동과 반응을 결정하는 하나의 과정이자 종합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들은 어떤 우열이 있는 게 아니라, 하나같이 다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그 메시지가 나를 껴안는다.


지난 일주일, 멀리 런던에서 나는 어땠을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마음, '평소의 나 자신보다 더 돋보이고 싶은' 마음, '잘하고야 말겠다'는 생각, '자연스러워 보이려'던 행동까지... 소심이 부러움이 당황이 그리고 불안과 기쁨이 뒤섞여 어찌 되었든 평소보다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쓰고 돌아온 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급기야 눈물이 차 오른다. 아무도 모르는 내 노력을 그리고 그 노력의 가상함을 위로받는 것 같아서. 공교롭게 같은 기간 비슷한 목적으로 도쿄에 출장을 다녀온 아내도 옆에서 함께 눈물을 흘린다. 그녀도 그녀만의 사정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무 말하지 않지만, 서로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그저 '한 발짝 더 내딛기'위해 얼마나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쓰고 돌아왔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요 며칠 주변 몇 군데 영화를 추천하고, 나는 또 '감수성훈련'에 다음 학기에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인사이드아웃 1편을 다시 같이 본다. 그리고, 다시 그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한다. 모든 마음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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