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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만 Aug 17. 2021

국수역에서 청계산 부용산을 거쳐 양수역으로

대체공휴일에 집에서 빈둥이는 것이 뭐하고 집에서 가까운 산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래도 사람들이 좀 없는 곳을 찾아 떠난다.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불안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고 실내에 있는 것은 불안하고 실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은 실외로 가더라도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 제주에 연휴에 수십만이 모이니 해수욕장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한다. 산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북한산, 도봉산을 피하고 서울 근교에서 많이 가는 검단산, 삼성산,  수리산, 예봉산 등을 피하니 양평으로 간다. 양평도 용문산을 피하고 전철역에서 가까운 청계산을 목적지로 정한다.


서울에도 있는 청계산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 피하고 양평의 청계산으로 간다. 청계산은 양평 초입에 있고 중앙선  국수역에서 내리면 바로 접근이 가능한 산이다.

청계산은 어디에도 같은 의미다. 맑은 물이 있는 계곡 좋은 산이다. 양평의 청계산은 한강기맥의 줄기다. 청계산에서 남쪽으로 또는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는다. 예전에는 북쪽으로 한강기맥이 형성되었으나 요즈음은  형제봉에서 부용산을 거쳐 걷는 길을 한강기맥의 시작 또는 끝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번 친구랑 양수역에서 청계산 북쪽으로 걷고 국수역으로 하산하였다. 이번에는 아내랑 국수역에서 출발하여 형제봉을 오른 이후 청계산을 갔다가 다시 형제봉으로 온 후 부용산을 거쳐 양수역으로 걸어보려고 한다. 용산역에서 국수역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간다. 오늘은 휴일인데 전철은 평일 시간으로 운행을 하여서 20분을 용산역에서 그냥 기다린다. 식수도 준비하였는데 배낭 지고 가는 사람을 고려하여서 그렇게 많이 준비를 하지 않아 마지막에 약간 부족한 점을 느꼈다.


용산에서 국수역까지는 80분이 소요된다. 거리는 51.5km이며, 요금은 2150원이다. 1 시간하고 20분을 전철에 앉아서 가는 것이 지겨운 것은 사실이다. 전철을 타고 이동 중에 지루함을 참지 못하신 어른이 전철에서 스마트폰을 창문에 대고 사진을 찍는다. 나도 북한강 철교를 건널 때 시도해 보았다. 창문이 하나 더 있어 그런지 새벽 같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국수역은 양평의 국수리에 자리한 역으로 역이 자리한 동네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참고로 한자는 菊秀로, 절대로 국숫집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주변에 전원주택단지가 많이 들어서 이제는 전원주택 등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은 국수역에 내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지역 주민들과 등산객이며 버스를 환승하기 어려운 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강원도 설악 등을 갔다 오는 산악회 버스 등을 타고 오다가 6번 국도가 막히는 경우 이곳에서 환승하는 경우가 있어 등산객들에게는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국수역에 내리면 익숙한 이정표가 있다. 청계산 가는 길이다. 청계산 등산로 그림도 있다. 국수역에서 청계산을 갈 때 이정표만 잘 따라가면 된다.

국수역을 끼고 왼쪽으로 철로 밑에 형성된 터널을 지나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또 걷는다. 마을길로 들어섰는데 어딘지 정다움도 있다. 주차장이 진입도로에 비하여 너무 잘되어 있어 감탄을 할 뿐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고 할 수 있는 주택가이다. 공원묘지 끝에 자리 잡은 전원주택단지가 이채롭다. 어느 신문에서 보았는데 아파트에서 보이는 것이 공원묘지라고 하였는데 이곳이 그렇다. 아파트와 달리 끝집만 그렇게 보면 된다.


주차장을 지나 오르면 소나무 군락지다. 전원주택단지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혜택은 소나무 군락지에서 자연을 즐기는 것이다. 돗자리 하나 들고 먹을 것을 챙겨서 소나무 숲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면 캠핑카를 이용할 필요도 없고 캠핑을 위하여 멀리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형제봉을 향해 간다. 어느 분이 평평한 바위 위에 소담하게 탑을 쌓아 놓았다. 자기의 소망을 저렇게 공들여 기원했을 것이다. 소망을 이루기 위하여 기원하는 것이 인간이 절대자를 추종하는 기본원칙이다. 자연의 나무, 바위 등에 기원하기도 하고 사찰에 기원하기도 하고 교회를 가기도 한다. 이분은 마음의 기도를 탑으로 쌓은 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분의 기도를 그대로 두고 있다. 등산로 주변의 이러한 돌탑들이 비바람을 견디면서 2-3년을 버티는 것을 보면 신기할 뿐이다. 큰 돌탑보다 작은 돌탑이 오래가기도 한다.

양평군에서 맨발로 걸어보라고 한다. 산을 오르면서 500m를 걸어보라고 하면서 500m 지점에 있는 약수터에서 발을 씻으라고 한다. 약수터는 이제 먹는 물이 아닌 발 씻는 물이 된 것이다. 여름이고 대체휴일이라 그런지 그렇게 많지 않은 등산객이 있어서 맨발로 걷는 등산객은 없고 약수터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만 있을 뿐이다.  양평의 청계산은 형제봉을 오르는 것이 가장 힘들다. 신원역에서 올라오는 것이나 국수역에서 올라오는 것이나 힘들다 오르면서 쉬고 내려올 때 쉬고 하는 것이 형제봉이다.


국수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라오고 그렇게 힘들여 올라오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그것이 시중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이었으나 이제는 없어졌다. 몇 개월 전까지는 있었는데 지자체가 이를 열심히 단속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체공휴일이라 등산객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은 본인이 휴일을 즐기는지 모르겠다. 다만, 나무 위의 조각된 고양이가 반길 뿐이다.

부용산을 가려면 형제봉에서 왼쪽으로 가야 하나 청계산을 온만큼 청계산 정상을 두고 갈 수는 없다. 다시 돌아올 것이지만 2km를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왕복 4km를 걷는 것이다. 형제봉과 청계산 정상 사이의 능선길은 정상 부근에 가파르게 오르면 되고 걷는 길 자체는 트래킹 구간이다. 능선길을 걸으면 산을 타고 올라온 바람 자체가 시원하다고 할 수 있다.


여름에 산을 오르는 것을 보고 미친 짓이라고 이야기한다. 더위에 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사실 산에서 더위를 쉽게 잊어버린다. 땀은 비 오듯 하는데 조금 지나면 시원하다. 바람이라도 약간 불면 더욱 시원한 청량감을 느낀다고 할 수 있다. 나무에서 내뿜는 산소와 내 몸이 37에 가까이 되니 주변 온도가 약간만 낮아도 시원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해발 100m를 오를 때마다 기온이 0.5도씩 낮아진다는 것은 과학적 상식이다. 


 여름 산을 걸으면 가장 싫은 게 땀이고 그 땀냄새를 쫓아 파리가 덤벼든다. 사람들은 파리를 쫓기 위하여 나뭇가지를 들고 가면서 흔들기도 하고 손선풍기를 목에 걸고 걷기도 한다.  어느 부부가 손선풍기를 목에 걸고 걷는다. 시원하기도 하고 파리가 덤벼들지 않으니 일석이조다. 다만. 목에 무거운 것을 걸고 가야 하는 점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손선풍기의 배터리가 어느 정도 시간을 견디어 주어야 한다.


청계산 정상에도 오늘은 노점을 하시는 분이 없다. 한동안 장사를 하지 않았는지 테이블은 먼지가 가득하다. 이른 아침 올라와 산객을 맞아 장사하던 분이 없어서 그저 그리울 뿐이다. 이곳에서 청계산에 대하여 알려주고 동행이 없는 사람들의 인증샷을 남겨주었는데 아쉽다.

전망은 없다.

다만,  달맞이꽃이 꽃을 피우고 있을 뿐이다. 아무 감흥도 없이 정상을 올랐다가 주변을 돌아보고 다시 돌아간다. 형제봉에서 청계산 정상까지 40분 이상 걸어서 왔고 그 능선길의 참맛을 느꼈을 뿐이다. 어쩌면 그렇게 걷는 것이 등산의 맛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시 형제봉으로 돌아와 부용산으로 간다.

형제봉에서 부용산으로 가는 길은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형제봉에서 바라볼 때 부용산은 그렇게 높지 않은데 언제 끝날지 모르게 안부까지 내려간다. 신원역으로 가지 않고 부용산을 올라야 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내려가지 않기를 바랄 뿐인데 내려가고 내려간다.


누군가가 아름드리 소나무를 훼손시켰다. 단지,  등산로 주변에 있는 소나무에 불과한데 톱으로 절단을 해 놓았다. 여기까지 내려오면 가파른 내리막길이 거의 끝이 나지만 이것은 아니다. 바람에 쓰려진 것을 정리한 것도 아니다. 한 번쯤 신고정신을 발휘하고 싶지만 근처에 아무것도 없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아쉬운 마음에 몇 글자 남겨둘 뿐이다. "소나무야 미안하다"


부용산까지 가는 길이 길다.

가파른 길을 내려오고도 부용산 능선에 접어든 것은 2km 가까이 된다.


부용산은 해발이 366m 정도밖에 안되지만 무시하면 안 된다. 갑자기 솟구친 산이고 어느 정도 체력이 고갈이되어 청계산을 오를 때보다 더 힘들다.

부용'은 단순히 연꽃이라는 뜻이며, 이런 단순한 의미 때문에 '부용산'이란 이름의 산은 전국에 여러 개가 있다. 다른 곳은 알지 못하지만 광양 근처의 부용산은 알고 있다. 그지역의 부용산을 배경으로 한 노래도 있다.

부용산의 그 노래가 있지만 이곳에도 시가 있다. 양수역을 가기 바로 전 등산로에 있다.

부용산 정상에서 부용사로 가고 싶지만 오늘은 양수역으로 그냥 간다. 양수역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전망대가 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 여성들도 산행을 하는데 에티겟도 없이 훌렁 벗고 있는 사람도 있다. 서로를 존중해주었으면 한다. 산에도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본 것이다.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다. 아내와 함께 걷는데 남자들이란 참 문제다.  전망대를 지나치자마자 가파르게 내려서고 다음부터는 양수역까지 평탄하다.


이 구간은 그저 트래킹 구간으로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마지막에 있는 약수터는 어쩌면 목마른 산객들에게 생명수가 되어 있을 수 있으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식수원인지 물을 받아 가는 사람이 한 바구니 가득 가져온 물병을 채우고 있다.


북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물소리길이 있고 이 길을 따라 양수역으로 간다.


양수역에 도착하니 16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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