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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첫 산행 바래봉

by 김기만

2023년 이른 새벽에 움직인다.

연말연시에 무슨 일이 바빠서 일출도 보지 못하고 2023년 첫 산행이다. 2022년 마지막 산행을 친구와 함께 경기 5악중의 하나인 운악산을 둘러보고 1월 1일 산행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일출산행을 하지 않았다. 첫 산행을 한국의 어머 니산이라고 하는 지리산의 한줄기를 가본다. 지리산의 한 줄기에 있는 봉이지만 이웃하여 있는 있는 봉이름은 산이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다. 세걸산도 있고 덕두산도 있다. 하지만, 남원군에서 안내하기로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로 산의 모습이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바래봉이라고 불린다고 소개되어 있다.


바래봉은 철쭉으로 유명한 곳이다. 황매산과 같은 형태다. 1971년에 이 일대에 시범목장을 설치, 운영하면서 3,000~4,000마리의 양을 방목하여 키웠는데 양들이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기고 풀과 나무를 모두 먹어 지금처럼 정원 같은 군락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인위적인 행동 때문에 자연은 새로운 모습을 도출해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을 보러 오늘은 바래봉으로 간다. 황매산의 모습은 자동차가 근처까지 올라오면서 관광지가 된 모습인데 바래봉은 해발 1000m까지 자동차가 올라오지만 지그재그로 된 임도를 따라 자동차들이 얼마 올라오지 못하여서 제한적일 뿐이다.


오늘도 안내 산악회 버스를 타고 바래봉으로 간다. 버스는 사당역을 출발하여 양재역에서 산으로 가는 사람들을 탑승시키고 죽전역으로 이동을 한다. 죽전역에서 산으로 가는 사람들을 버스가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지만 버스는 고속도로의 버스정류장에 진입하기 위하여 2-30분 추가 소요된다. 2주 동안 산에 눈이 왔다. 그 눈을 보기 위하여 사람들이 너도나도 산으로 간다. 태백산에는 무려 10대 이상의 버스가 서울에서 출발하였다. 바래산으로 가는 버스도 2대였다.


버스는 전북 남운의 운봉읍에 있는 전북학생수련원 입구에 우리를 내려주고 바래봉 임도 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고 한다. 버스는 인월이라고 하는 이정표를 지나 운봉이라는 이정표를 지나 전북학생수련원으로 방향을 잡는다. 전북학생수련원 입구에 있는 주차장이 있는데 버스가 바로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장소다. 모두들 하차다. 전북학생수련원 입구에 차단봉이 있어서 버스는 그대로 멈추고 모두들 버스에서 나온 후 이제 산으로 갈 준비를 한다. 이곳에서 아이젠을 착용하는 사람도 있고 스패츠만 착용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겨울산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아인제도 스패츠도 착용을 한다. 아스팔트가 2주 동안 내린 눈이 녹아서 얼음이 얼어 있다. 안전을 위하여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힘들게 조심조심 올라가는 것보다 편안하게 가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전북학생 수련원이 3년 동안 고요 속에 잠들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설은 관리되고 있었을 것이며 새로운 시설들이 들어서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교육청 예산이 풍부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반 민간시설들은 황폐화되어 있다가 이제쯤 기재를 켜고 있는 민간시설도 완전히 자리를 잡기를 바랄 뿐이다. 수련원 끝에 있는 백두대간 체험시설 입구에서 너도나도 않아 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다. 나는 처음부터 착용하고 있었기에 지나친다. 하지만, 나는 길을 잘 모른다. 앞세워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다. 바라봉이라는 이정표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표가 없어졌다. 전망대와 산책로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인데 지역에서 온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전망대로 가야 한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간다. 이정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세둥치로 가는 길로 들어선다.

오늘의 산행일정은 전북학생수련원을 출발하여 세둥치를 거쳐서 부운치, 팔랑치, 바래봉을 갔다가 팔랑치로 다시 돌아와서 용산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산악회에서 안내하기를 세둥치에서 세걸산을 갔다 오는 코스였는데 버스에서 세걸산을 갔다 오는 코스가 없어졌다. 아쉬움이 있다. 세둥치까지 올라간 후 시간과 거리를 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오른다. 처음 접한 이정목에 세둥치로 가는 길이라는 안내가 있고 해발고도가 나타난다. 벌써 700m가 넘었다. 세둥치가 1100m 근처이니 얼마가지 않으면 올라갈 것 기분이다. 그래도 1.8km를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쉽지만 않을 것이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저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데 앞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벌써 저 사람들이 내 앞에 갔나 하고 따라 붙였는데 아니다. 다른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추월하고 또 오르니 노익장을 과시하고 4명의 어르신들이 오르고 있다. 그들도 추원하고 천천히 오르는데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나를 추월하려고 온다. 서서히 겨울의 향기와 겨울의 경치가 나를 유혹한다. 그 장면을 담아본다. 앞에 가는 사람 뒷모습과 함께 담아본다. 상고대가 나타난다.

세둥치를 올라가기 전에 가파름을 지그재그로 정리를 하고 있다. 세둥치에 도착하니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이 고민 중이다. 세결산까지 500m라고 하는데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 중이다. 나는 결정장애는 아니다. 순간적으로 결정한다. 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불가능할 것인지 고민을 하고 가능할 것 같으면 시행을 한다. 그 같은 결정에 따라 나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산을 다니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갈 수 있는지 아니면 갈 수 없는지 내가 그 길을 갔다가 목적하는 시간까지 도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을 하여서 가거나 가지 않는다. 오늘은 세걸산이 그 대상이 되었다. 세걸산을 그렇게 추천하지 않아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없다. 그래도 오르고 내리는 길은 있다. 그리고 길이 있다.

눈이 무릎까지 빠지지만 스패츠가 이렇게 유용한지 몰랐다. 아무 거리낌이 없이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둘이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오르고 내려왔다. 세결산에서 저 멀리 있는 바래봉도 보고 세결산에서 멋지게 펼쳐져 있는 설산능선도 바라다보았다. 다시 세둥치로 돌아와서 바래봉으로 간다. 이곳으로 가는 길도 역시 만만치 않다. 세결산 가는 길만 눈이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었다. 산능선에 눈이 그렇게 많이 있어서 무릎까지 그대로 빠진다. 걷는다. 사람들이 걷고 또 걷는다. 아름다운 상고대가 자리 잡고 있고 상고대 터널이 있어서 그대로 담을 뿐이다.

부운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오를 것이다. 부운치에서 바람이 없는 곳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움직인다. 그리고 철쭉 터널이 있는 곳을 지난다. 그리고 저 멀리 바래봉이 보이는 곳에서 바람의 능선이 시작된다. 바람이 계속 분다. 그 능선이 예전에 목장이 있었던 곳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바람의 능선에 접어들기 전에 바람을 맞은 나무가 한쪽으로 가지만 보이고 있다. 그렇게 바람을 이겨내고 있다.

봄날에는 이곳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한다. 철쭉이 터널을 만들고 있다. 그곳에 눈이 쌓여있다. 하지만, 겨울에는 그곳에 눈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철쭉이 그렇게 자리 잡기까지 40년이란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양이나 소들이 철쭉을 싫어해서 남겨두고 그 철쭉이 우세종이 되어서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고 인간들이 그 철쭉을 보기 위하여 하나둘 모여드니 이제는 인간들이 다시 철쭉을 식재하여 온 산이 철쭉이다. 그렇게 바래봉은 철쭉이 유명한 곳이 되었다. 다만, 황매산처럼 억새는 한정적이다.


전망대가 있어서 올라가 본다. 그 전망대에서 멀리 바래봉을 보고 그 아래에 있는 능선을 쳐다볼 뿐이다. 등산로는 임도의 연속이다. 너무 길이 좋다. 산길이 있지만 눈길에 아무도 다닌 흔적이 없다. 그래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멀리 바래봉이 보이고 있다. 그것을 담고 잣나무 위에 있는 눈이 너무 멋있고 낙엽송 위에 있는 상고대가 너무 멋있어서 그냥 사진으로 담을 뿐이다. 하루종일 햇빛을 보지 못하였는데 이곳에서 푸른 창공을 그대로 보면서 상고대를 본다.

팔랑치에 도착하였다. 이제 바래봉까지는 600m다. 그 바래봉을 가기 위하여 좌우에 늘어선 잣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잣나무 위에 펼쳐진 상고대가 그냥 아름다울 뿐이다. 그것을 보기 위하여 우리는 온 것이다. 잣나무도 있고 구상나무도 있다. 그리고 곧게 하늘을 향해 펼쳐진 낙엽송도 눈꽃을 피우고 있다.

바래봉을 오르기 전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바람이 부는 바래봉을 오른다. 그 바래봉에 바람 부는 곳에는 작은 나무 밖에 없다. 큰 나무가 없는 것이 바람이 많은 곳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금 전까지 인증샷을 남기려고 그렇게 길게 줄을 섰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래봉 정상석을 독점하여 인증샷을 남겨 본다. 그리고 이웃한 산에서 구름과 바람과 눈을 만끽한 사람들이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걸어서 오늘 정령치까지 걸어서 간다고 한다.

다만, 바래봉 정상은 바람이 거의 없었다. 바래봉 정상에서 지리산쪽을 바라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멋진 풍광의 설화가 핀 나무가 있을 뿐이다. 내려오면서 또 사진을 담는다. 그 멋진 풍광이 눈에 아련하다. 잣나무 숲 속에 있는 약수터가 있지만 그냥 지나치고 그냥 내려올 뿐이다. 용산리까지 그냥 임도를 따라 내려온다. 중간에 길이 있다고 하는데 하산길이 편안한 것이 최고다.

임도를 따라 걸으면 길게 느껴지는데 그렇게 지루하게 느끼지도 않고 편안하게 걸어서 내려갈 뿐이다. 허브밸리가 있는 곳에서 사람을 부르는 다양한 소리가 나는데 그 허브밸리의 울타리를 돌아서 내려갈 뿐이다.

마지막에 있는 리조트가 있는 곳에서 커피 한잔 하는 여유가 그립지만 오늘도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어 오늘도 그냥 스쳐서 지나갈 뿐이다.

허브밸리가 있는 곳에서 아이젠도 벗고 스패츠도 벗고 아스팔트길을 걸을 뿐이다. 주차장에서 바라다보니 바래봉이 그저 눈에 선하고 멀리 흰머리가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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