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도 어쩌다 보면 한동안 가지 않는다. 다른 산들을 찾다가 보면 가까이 있는 산이라고 무시하고 다니기도 하고 가까이 있는 산은 언제든지 갈 수 있기에 다음으로 미루다 보니 벌써 3년이 지난 산이 있다. 2년 전에 지하철도 개통이 되어 접근성이 좋아졌는데 계속 지나쳤다.
친구 H랑 한 달 만에 산행이다. 주중에 일정을 잡는다. 서울근교 산으로 가려고 예봉산, 운길산, 관악산, 북한산, 용문산 등등이 나온다. 하지만, 검단산은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생각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그곳이 검단산이다. 예봉산과 한강을 가운데 두고 이웃하고 있는 산이다.
지하철 5호선 마지막역이 하남검단산역이다. 지하철이 연결되어서 산으로 접근하기 좋을 것 같아서 친구 H랑 멀리서 오는 것만큼 약간 늦은 시간에 만나기로 하였다. 5호선 전철을 타고 잠이 들어도 괜찮다. 마지막역이니 모두가 내릴 것이고 나도 동참하면 되니까 눈을 감고 지난밤에 잠을 못 잔 것을 보충한다. 친구는 어젯밤에 한잔하여서 약간 늦는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없다. 친구를 만나는 것이 즐거움이다.
검단산에 도착하여 생각에 잠겨본다. 예전에 검단산에서 검단산까지 걸어본 기억이 있다. 하남의 검담산에서 성남의 검단산까지 걷는 것이다. 약 40km를 넘는 길을 걷는 것이다. 산을 넘으면서 남한산성도 보았다. 그것이 산을 타는 기분이라고 할 것이다. 하남검단산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집어 들고 책을 읽어본다. 여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즐거움을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친구가 도착했다. 검단산역을 나온다. 생소한 장면이 보인다. 2년 전까지 버스를 타고 오면 보이던 거리가 보이지 않는다. 2년 전에 버스를 타고 오면 접하던 애니메이션고가 보이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처음 접한 거리다. 검단산 방향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걷고 300m 이상을 걸으면 횡단보도가 나오고 왼쪽에 하남공영차고지가 있고 하남시외버스정류장이 있다. 이곳도 어색하다. 좀 더 걸으면서 애니메이션고가 어디일까 두리번 거린다. 하지만, 이곳은 애니메이션고가 있는 위치보다 300m 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 그냥 무단횡단을 하고 검단산을 접하는 도로에 접근을 한다. 이제 생각이 난다. 창우동으로 가는 길과 유길준묘역을 지나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좌우로 분리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왼쪽으로 가면 검단산의 끝자락인 창우동으로 가는 것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유길준묘역을 통해서 검단산을 오르는 길이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고등학교 근처에서 많이들 올라갔는데 이제는 유길준묘역을 거쳐서 많이 올라갈 것 같다. 애니메이션고 앞에는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지하철이 이리로 방향을 전환하였으니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등산객은 이리로 올 것이다.
친구 H라 부하뇌동이 되어서 종주길을 좋아한다. 그리고 한적하다. 누구도 그리고 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500m 이상을 걸어서 갈 사람은 드물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른쪽은 보도가 건설되어 있고 왼쪽은 없다. 왼쪽은 상가 형성이 되어 있어 들고 나는 차들이 계속적이다. 창우동까지 걸으면서 아무것도 생각이 없다. 하남정수장을 지나고 걷고 걸을 뿐이다. 위례 둘레길 표시가 있는 곳에서 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없지만 산으로 올라간다. 처음부터 숨을 가쁘게 오른다. 한강이 검단산과 예봉산 사이를 지나면서 물이 산줄기를 파혜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좁은 곳에 팔당댐이 있는 것이다. 팔당대교를 뒤로하고 오른다. 사람은 없고 소나무에서 떨어진 소나무 낙엽(갈비)이 부드럽게 바닥에 깔려있다. 예전 같으면 이 낙엽이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인데 지금은 산에 가득하다. 그 예전이 40년 전의 얘기다.
검단산은 창우동 쪽에서 오르면 한고비 오르고 나면 또 한 고비가 보인다. 끝없이 오르고 오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힘겹게 오르면 또 새로운 가파른 언덕이 보인다. 유기준묘역을 지나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해발 250m 남짓인데 그곳까지 오면 사람들이 보인다. 지하철역에서 올라오는 대다수 찾는 등산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숨이 턱끝에 도달해 있으면서 그곳에서 쉬고 있다. 그곳에 그렇게 쉴 수 있도록 하남시에서 의자도 만들어 놓았다. 또 오른다. 그리고 예전에 전망대로 사용하던 바위길을 지난다. 예전에 바위길에서 예봉산을 감상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아니다. 철저하게 안전을 확보한다. 사람들이 다치면 자기가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기 않고 무조건 지자체나 국가에서 책임지지 않았다고 하는 세태가 있기에 못 가게 막는다.
검단산을 오르면서 마지막 깔딱 고개라고 할 수도 있고 팔당댐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오르는 곳에서 어떤 분을 만났다. 그분이 45분 만에 검단산까지 올랐다고 자랑을 한다. 와! 하고 응답을 한다. 친구 H가 우리가 그렇게 호흥을 하지 않으면 누구에게 자랑을 하지도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전망대를 전망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그곳에 둘러앉아 먹을 것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 있다. 좀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검단산 정상이다. 3년 만에 올라왔으니 정상인증샷을 남겨본다. 정상석도 담고 이웃한 예봉산과 예빈산을 보고 산아래에 있는 팔당호를 담는다. 아직은 얼음이 있다. 지난겨울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 내 몸은 벌써 봄을 맞이하여 비염이 왔는데 산은 잔설이 있고 음지에 있는 등산로에는 얼음이 꽁꽁 얼어있다. 검단산 정상에서 새로운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용마산 방향으로 잡고 내려간다. 새로운 길은 아래배알미로 가는 길인데 용마산으로 방향을 잡고 가다가 어디쯤에서 하산할 것인지를 고민하기로 하였다.
등산로 왼쪽으로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있다. 따뜻한 햇빛아래에서 먹을 것을 나누어 먹고 있다. 우리도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가다가 자리를 잡으면 바람이 불고 햇빛이 없다. 그래도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내려가다가 오른쪽은 신곡초등학교 왼쪽은 수자원공사라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고민을 하다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수자원공사로 가보기로 한다. 끝에 대중교통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계곡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계곡에 얼음이 녹아 졸졸 흐르는 봄소리를 듣는다. 봄소리를 들으면서 커피 한잔 나누면서 수다를 떨어본다. 봄이 흐르는 소리가 저절로 나고 이곳을 처음 와 본 것을 아쉬워한다. 사실 상수원보호구역에 다른 것도 하나 없고 계곡만 있을 뿐이다. 야영하기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야영금지, 수영금지 등이라는 안내표시가 있다.
이제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에 음식점을 철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고민일 것이다. 그 음식점을 철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 하남시까지 갈 경우 6km 이상 거리라는 이정표가 있고 버스시간은 1시간 30분이 남았다. 우리는 걷는 것에는 부담이 없기에 걷기로 하였다. 1시간 이상을 버스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의미하고 우리가 걸어갈 길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팔당호를 접하는 곳까지 수자원공사 관련시설의 연속이다. 그 시설이 끝이 나면 팔당호이다. 팔당댐까지 걸어야 하는데 이 길은 사람들이 걷기에는 불충분하다. 차도에는 차들이 씽씽 다니고 인도는 없다.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 팔당호를 끼고 걸을 뿐이다.
팔당댐을 만나기까지 3km를 어렵게 어렵게 걸었다. 팔당댐은 자동차만 건널 수 있다는 이정표를 보고 아쉬워한다. 우리는 여기서 건너면 팔당역으로 건너보리라고 하였는데 그것이 안되었다. 이제부터는 위례사랑길이라는 둘레길을 걷는 것이다. 하남시에서 만든 둘레길을 걸어본다. 어떤 곳은 도로 옆을 지나가고 어떤 곳은 강둑밑으로 걷는다. 그리고 한강을 바라다본다. 한강을 걸으면서 홍수에 쓸려온 비닐이 걸려서 허수아비를 만든 모습을 본다. 배알미동으로 들어간 둘레길은 갑자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게 좁을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수자원공사 담장 밑으로 길이 만들어져 있다. 그 담장에 담쟁이덩굴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둘레길은 겨울이 끝나가는 시점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걸은 흔적이 있다. 그 흔적이 있는 곳을 걸으면서 커피숍이 있고 새로 영업을 준비하는 집도 있다. 전설이 있는 바위를 지나고 다시 도로 옆을 지나고 강둑밑으로 길이 만들어져 있다. 여름 비가 많이 오면 한계선이 어디쯤 일지 궁금하다. 강둑아래에 둘례길은 강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강둑 위까지 오른다. 팔당대교에서 이제는 창우동으로 가기 위하여 이제는 길을 건넌다. 창우동에서 우리는 올라간 길을 만났다. 이제는 천천히 지하철로 이동하면 된다. 예전에 어미메이션고 앞에는 분식집도 있고 하였는데 이제는 없다. 단지 휑하니 지하철역으로 갈 뿐이다. 우리가 올라간 길을 지나서 조금 가는데 윗배알미마을에서 출발한 마을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우리와 비슷하게 도착한 것이다. 버스는 20분 정도 걸린 거리를 우리는 1 시간하고 30분 걸었다.
이제는 멀다. 아침에는 가까운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었는데 이제는 지쳐서 근런지 멀다. 300m 이상 거리가 그렇게 멀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