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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산불조심시간에 금오산 이야기

by 김기만

일 년에 가장 산에 가기 힘든 시즌이 돌아왔다.

산행시즌 중 가장 힘든 시기는 봄철산불조심기간이다.

봄철 건조한 시기에 한국의 산은 어딘가 불교 지옥의 문을 수시로 열어 놓는다. 의도적이던 아니던 관계없이 이 불교지옥의 문이 열린다. 유황이 불타는 것처럼 산이 붉게 탄다. 푸르름이 오기 전에 수묵화를 유지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갑자기 곳곳에 우리들 주변에서 지옥의 문을 열어 놓는다.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으로 갈 때 지옥의 문으로 가는 열쇠를 가지고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열쇠를 누군가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 경우 지옥은 열리는 것이다. 오늘도 열쇠를 가진 사람이 갑자기 문을 열어놓았다. 그리고 관계당국은 문으로 가지 못하도록 모든 것을 잠그고 있다.


그래서 관계당국이 허락한 곳으로 가 본다. 국립공원, 도립공원 등으로 관리되고 있는 등산로만 걸을 수 있다. 한적한 등산로는 지옥으로 가는 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기에 사전을 차단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혹시 실수로 문을 열 수 있기에 그 문을 닫기에는 너무나 어렵기에 열리지 못하도록 차단을 하는 것이다.


겨울이 끝나는 시즌에 북쪽의 산보다 남쪽의 산을 찾아 나선다. 구미에 있는 금오산을 찾아가 본다. 1년에 2-3번 찾는 산이다. 오늘은 겨울 끝자락에 금오산을 처음 찾았다. 그리고 폭포가 어느 정도 물줄기를 유지할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은 궁금하고 겪어본 세상도 궁금한 것이 현실이다. 산불통제기간에 도립공원의 등산로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인지도 궁금하기도 하다. 산행을 하기 전에 인터넷 지도 등을 보았을 때에 폐쇄된 곳은 어디쯤인지 확인이 되었는데 현장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금오산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3월 1일 행사를 위하여 사람들이 많이 와 있다. 우리의 국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의 조상들이 맨몸으로 투쟁을 한 것이다. 나는 이맘때쯤이면 궁금하다. 그때의 우리가 조선독립만세를 외쳤을까?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을까? 다. 우리는 대한독립만세라고 하지만, 기미독립선언서에는 "吾等은 玆에 我 朝鮮의 獨立國임과 朝鮮人의 自主民임을 宣言하노라....."로 되어 있다. 이것이 궁금하지만 오늘은 산으로 가는 길이다. 금오산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으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주차장 다음에 조성되어 있는 공원이다. 그리고, 도로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다. 금오산을 등산로에 접어들기 전까지 이 메타세쿼이아는 우리들에게 산의 즐거움을 주고 오래된 공원을 보여준다.

산으로 들어선다. 조각이 있다. 금오산을 바라다보는 사람이 조각품 맨 위에 앉아 있다. 여기서 금오산 정상이 보일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대혜폭포까지 가는 케이블카가 있는데 그 해발고도도 400m 남짓이니 연세 드신 분들이나 장애인들은 멋진 대혜폭포를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케이블카 하부정류장을 지나 금오산성 입구를 지나면서 산행은 시작되지만, 가파르지 않고 느긋하게 올라갈 수 있다. 금오산은 대혜폭포에서부터가 등산이 시작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혜폭포까지는 일반인들도 산책을 많이 오는 만큼 등산은 대혜폭포에서부터 시작이다. 가면서 돌탑이 있어서 담는다. 금오산은 돌탑이 많다. 오형탑이 있는 곳도 있지만 곳곳에 누군가가 돌탑을 쌓으면서 기원을 하였다.

대혜폭포가 바로 앞에 있는데 물이 없다. 남부지역에 가뭄이 심하다고 하였는데 여기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호남지역만 가뭄이 심각한 것이 아니고 남부전체가 목마르고 있다. 대혜폭포 오른쪽에 있는 도선굴을 보러 간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도선굴을 본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 흔적이 역사로 남아서 이제는 돌들이 미끄럽다. 그 돌들을 살짝 발고 올라선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고 도선굴에서 수도를 하거나 난을 피하였던 사람들의 심정을 읽어볼 뿐이다. 대혜폭포 근처에서 도선굴에 대하여 설명한 것을 읽어본다. 대혜폭포는 얼음이 있고 그 얼음이 떨어진다고 조심하라고 한다. 하지만, 물줄기가 가늘다. 이제는 얼음은 조금밖에 없고 거센 폭포수가 흘려야 하나 가뭄의 영향으로 졸졸 흐르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첫 번째 고비다. 그래도 데크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계단을 오른다.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고 오르면서 앞을 쳐다본다. 아무 생각이 없이 발을 옮길 뿐이다. 대혜폭포에서 첫 번째 봉우리까지 오르면서 첫 번째 힘을 소진하는 것이다. 어린 친구가 잘도 오른다. 아빠가 힘을 내라고 부추기고 데크 끝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힘들게 올라왔다고 어린 친구에게 초콜릿을 준다. 그리고 우리는 맞은편 칼봉을 담을 뿐이다. 이제는 다시 정비하고 오른다. 오형탑과 마애석불로 가는 삼거리까지 오르고 오른다. 오형탑과 마애석불로 가는 길이 열려 있기를 바라면서 걷는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야생화가 친구가 되지만 겨울에는 아무것도 없다. 한겨울에는 그래도 눈과 얼음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삼거리에 도착하니 등산로는 지옥의 문이 열릴 수 있어 폐쇄되었다는 안내가 있다. 산을 좋아하고 통제를 싫어하지만 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방해하기 싫어서 개방된 곳으로 올라간다. 경치도 없고 느긋하게 올라간다. 약사암과 정상 갈림길에서 약사암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서 본다. 종각이 있는 곳이 예전에는 개방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아침예불 시간 등에만 개방된다고 하여 아쉽다. 여기에서도 오형탑과 마애석불로 가는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다. 어느 등산객은 그 폐쇄되어 있는 등산로로 간다. 본인은 오형탑을 보기 위하여 왔는데 못 본다는 것은 아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쉬움을 남겨두기로 하였다.

약사암을 구경하고 다시 정상으로 간다. 금오산은 예전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정상석이 두 개 있다. 앞쪽에 있는 정상석은 오래된 정상석이고 뒤쪽의 정상석은 군부대가 이전한 후 설치한 정상석이다. 약사암의 모습을 담기 위하여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곳에서 정상아래의 약사암을 담는데 송신소 바로 옆에 멋진 곳이 있다. 그곳으로 가면 더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송신소 울타리 왼쪽으로 내려가고 올라가는 등산로로 가보았으나 험하다. 포기하고 오른쪽으로 돈다. 편안한 등산로가 나타난다. 그리고 송신소를 왼쪽으로 끼고 돌아가니 우리가 눈독을 들였던 봉우리가 나온다. 사람도 없고 약사암도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뷰 맛집이다.

이곳을 찾기 위하여 정상에서 바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위험하다. 오형탑을 가지 못한 아쉬움을 약사암을 멋있게 담은 것으로 보상을 한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탑을 본다. 이제는 하산을 하여야 한다. 온길로 가는 것은 재미가 없다. 그래서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지 않은 길을 찾는다. 그 길이 다른 길이 아니고 성안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서 칼다봉으로 가보려고 한다. 등산로가 쇄되어 있으면 다시 돌아가기로 하고 내려가본다. 예전에 이 고원분지에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이 고원분지에서 화전을 일구고 살았을 것인데 그것이 어떤 의미일까 어려움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성안마을의 연못 근처에서 백패킹을 하는 사람들이 텐트를 쳐놓고 놀고 있다. 하지만, 칼다봉으로 가는 길은 폐쇄되어 있다. 그리고 폭포 쪽으로 난 길은 열려있다. 처음으로 내려가본다.

고원에 살았던 사람들이 이 길을 따라서 올라오고 내려갔을 것이다. 그 길을 내려가보는 것이다. 오래된 옛길이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고원분지의 길이고 분지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가파르게 내려간다. 고원이 있는 곳에서는 칼다봉 능선과 금오산 정상인 현월봉이 있는 능선이 멀리 떨어져 있고 칼다봉 능선의 아래로 내려가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금오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만난다. 그리고 호젓한 산길의 연속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름날 이곳에 왔다면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였을 것이다. 옛사람들은 아침에 이곳을 내려갔다가 저녁때 구미에서 올라갔을 것이다. 힘들게 무엇인가를 사서 짐어지고 머리에 이고 이곳을 올랐을 것이다. 대혜폭포옆을 오르면서 힘들게 올라왔을 것이고 굽이굽이 오르는 계곡길을 지나면서 오르면서 흘렸던 땀을 씻었을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 있는 처자식을 생각하면서 걸었을 것이다. 겨울에는 눈이 내려서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지도 못하고 올라가지도 못하고 살았을 고단한 삶 자체가 그려진다.

칼다봉 6부 능선쯤을 지나가다가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폭포를 만나기 전에 현월봉 쪽으로 등산로가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다시 칼다봉을 가는 등산로가 보인다. 그 칼다봉을 가는 등산로는 산불조심기간에는 폐쇄되어 있다. 하지만, 아쉽다. 그곳에 아래에 있는 폭포를 보호하기 위하여 설치하였는지 모르지만 사방댐이 있었다. 자연 그대로 보존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대혜폭포에서 오르는 데크를 만난다. 이제 우리는 데크를 따라 내려간다. 이곳에는 산불조심기간이라 등산로를 폐쇄하였다는 표시가 있다. 위에서는 아래로 내려오는 곳에 등산로 쇄를 안내하지 않았는데 이곳에는 있었다. 양쪽 다 설치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금오산 대혜폭포다. 원점회귀를 위하여 걸어서 내려갈 뿐이다.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 것은 새로운 맛도 없지만 볼 수 없었던 것을 다시 보는 재미도 있다. 올라올 때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내려갈 때는 이러한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요지경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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