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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만 Mar 04. 2024

2024년 겨울 용화산을 종주하다.

1일 2 산을 생각하다. 1일 1 산을 하면서 38도선을 걸었다.

이제는 생각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산을 가는 것도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산이 있어서 간다고 하면 될 것이다. 이것에 대하여 누군가가 의미를 붙이고 그것에 호응을 하면서 그것이 바람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영남알프스 완등 열풍이 그렇다. 영남알프스 완등이 열풍이 되기 전에는 백대명산 인증이 미풍으로 불고 있었다. 지금도 그 미풍은 계속되고 있다. 안내산악회를 중심으로 그 산을 인증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작성하고 있다. 그 인증을 위하여 오늘도 앞뒤의 등산객들이 동참하고 있다. 용화산을 올랐다가 내려와서 오봉산을 가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산을 즐기려 간다.


6개월 만에 안내산악회 버스를 탔다. 그동안 자차를 이용하여 산행을 하였는데 서울에서 인근이고 친구가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있어서 이용을 하였다. 이용을 하지 않는 사이 5000원에서 1만 원 정도의 안내산악회 이용요금이 인상이 되었다. 그동안 저렴하게 이용하였는데 물가 인상분이 이곳도 반영이 된 것이다. 사당역 인근에 여전히 안내산악회 버스의 요람이다. 양재역 인근, 성남의 복정역  인근은 주말이면 등산배낭을 멘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이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버스는 사당역을 출발하여 양재역을 지나고 복정역으로 향한다. 양재역을 지난 버스는 서초 IC를 들어섰다가 양재 IC로 나와서 복정역으로 향한다. 1달 만에 만나는 친구다.


복정역에서 친구는 탑승하고 친구와 인사를 하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버스도 어드우므로 가득하고 조용한 버스 속에서 코를 골지 않지만 2시간의 정적이 흐르다. 모두가 이른 시간에 잠을 멀리하고 나온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서울 춘천 간 고속도가 이제는 종점이 양양으로 바뀌고 나서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로 바뀌었다. 그리고 정체는 계속된다. 버스는 섰다 갔다를 반복하면서 달리지만 승객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운전기사 아저씨와 산행대장만이 잠을 멀리 보내고 앞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2시간이 지나고 나서 춘천휴게소에 정차를 알린다. 서울을 출발할 때는 그렇게 춥게 느끼지 않았는데 춘천휴게소의 아침은 스산하다. 3일 연휴를 맞이하는 휴게소의 아침은 부산하다.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춘천휴게소의 주차장이 재미있다. 대형자동차가 들어오면서 주차장이 있고  상하행 자동차들이 동시에 사용하다 보니 재미있게 설계되어 있다. 대룡산 수리봉 아래에 자리를 잡다 보니 이러한 모습이 된 것 같다.

춘천휴게소에 작품전시를 하고 있는 작가의 특이한 조각을 감상한 후 자동차에 탑승을 한다. 너무 시간이 없고 추워서  그렇지 이곳에서 바라다보는 춘천의 경치가 아름답다고 한다.


20분 정도의 휴식이 끝난 후 그렇게 많은 등산객들이 이제는 목적지에 어서 도착하기를 미어캡처럼 목을 세우고 기다리고 있다. 산악대장이 이제는 일정을 공지한다. 오늘 가야 하는 용화산과 오봉의 등산로를 설명한다. 그리고 최근의 폭설에 따라 용화산을 가장 근접에 접근할 수 있는 큰고개까지는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배후령도 접근이 불가능하니 용화산을 오를 때 1km 이상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고 배후령도 올라갈 수 없으니 배치고개에 내려서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종주 중에 배후령에서 탈출을 할 때는 화천방향으로 걸어서 어디까지 내려오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종주를 선택하였으니 무난하게 걸어서 청평사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들었다. 그리고 큰고개까지는 어차피 버스를 타고 와서 자동차길을 올라가는 만큼 준비운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제 버스는 춘천외곽순환도로를 지나  407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었다. 산에는 온통 눈이 그득하다. 내가 군생활을 하였던 부대를 아래로 보고 멀리 북배산 정상에 하얀 눈이 설산의 모습을 본다. 북배산을 지금 오르는 것은 무의미하고 오늘은 용화산을 오르고 능선을 잘 걸어서 오봉산을 오르는 것이 목표다. 겨울의 산을 무서워하지 않고 목표를 세운 것이다. 내가 지난주 영남알프스를 완등하면서 체력이 소모되었다는 것을 간과하였다. 목표는 현실성 있게 세워야 하고 겨울산은 특히 어떠한 환경이 조성되었는지를 고민하여야 한다. 눈이 많이 왔으면 그만큼 걸음이 느려진다. 이것을 무시하고 오늘의 계획을 수립하였다. 결론적으로 겨울산을 1일 2 산하는 계획은 조령산 주흘산에 이어 용화산 오봉산도 실패하였다.

버스는 산행대장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1km 전에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하였다. 산행대장이 이야기한 1km보다 1km를 더 걸어야 했다. 제설도 되어 있지 않고 겨울을 맞이하여 산에서 벌목작업을 하고 있어 작업용 차량들이 수시로 이동을 하고 있어 버스는 진행을 하지 못하고 우리는 하차를 하고 산으로 간다. 등산객들은 마음이 여유롭다. 산으로 이동하면서 자유롭게 걷는다. 산행대장이 이야기한 지점에서 모두들 겨울용 등산장비를 착용한다. 그곳에는 차단기가 있고 자동차들이 회차할 수 있도록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겨울산을 그렇게 회차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겨울산을 오를 준비가 완료되고 하나둘 길을 따라 걷는다. 햇빛이 너무 좋아서 눈에 햇빛이 반사가 되고 있다. 고글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선크림도 필요하다.

겨울산을 그렇게 오르면서 용화산 큰고개에 도착하였다. 큰 고개라는 이정표가 있고 가파른 등산객이 보인다. 처음부터 오른다면 처음부터 힘들게 산을 오른다고 했을 것이다. 버스에서 내릴 때 해발이 370m 정도였으나 큰고개는 출발점은 600m다. 이곳에서 출발을 하였으면 해발 600m에서 해발 877m인 용화산 정상까지는 300m만 오르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첫 번째 가파른 길을 오르면 두 번째 봉우리가 보인다. 첫 번째 봉우리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등산객이 있다. 그리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용화산만 오르고 내린 이후 다시 오봉산을 가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추측을 한다.

두 번째 오르막을 힘겹게 오른다. 이곳이 만장봉이다. 다음 맞은편 능선에 있는 바위가 이채롭다. 촛대바위라고 이름을 붙여진 이름이다. 그 바위를 사진으로 담고 바위 위에 낙랑장송을 담고 오른다. 용화산은 이렇게 두 번의 오르막을 오르면 마지막 세 번째 오르막은 이제 정상이다라는 기쁨이 있기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친구 H와 함께 여름날 배후령에서 용화산까지 걸어온 기억이 있다. 그 길이 용화산에서 고탄령까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용화산 정상에서 인증을 하고 이제 배후령까지 걷는다. 용화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후 고탄령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고 그 방향으로 길을 잡고 간다. 이정표에 위도가 38도를 가리키고 있다.  오늘은 능선길을 걷는다. 북위 38도 경계선을 걷는다. 6.25 전쟁 전에는 이곳이 남북을 가르는 경계였던 것이다. 배후령 정상에서 38도선 경계선을 보기까지 계속하여 걸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용화산 정상에서 고탄령 사이는 험로 그 자체였다. 여름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나무가 쓰러졌을 것이며 겨울에는 폭설의 영향으로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가 쓰러졌을 것이다. 그렇게 등산로 주변은 쓰러진 나무들이 장애물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 앞에는 여성 3분이 있었는데 우리들이 지체하는 사이 멀리 갔고 우리 뒤에 있던 등산객들이 우리들과 함께하였다. 등산을 하면서 동료 등산객이 된 것이다. 고탄령까지 가는 길은 험로 그 자체였다. 쓰러진 나무를 지나 등산로를 만나기 위하여 우회를 하는 과정 자체가 험로다. 먼저 간 사람들이 경이스럽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따라오는 사람들은 쉽게 갈 것이다. 여성들은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나갔다. 어떤 곳은 한 사람이 지나간 것처럼 지나갔다. 그렇게 지나간 것은 폭설의 영향으로 눈이 많은 곳을 최대한 어려움이 없이 걷기 위하여 앞사람이 간 자리를 밟고 지나간 것이다. 겨울에는 스패츠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고탄령을 지나고 나서 좀 더 편안한 등산로가 되었으나 오르내림은 여전하였다. 사여령을 지나는 시점에서는 잘못된 길을 조금 걸었다. 다른 등산로로 접어들지 않고 사여령을 지나고 배후령 이정표가 보인다. 이제는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같이 가는 등산객도 고민을 한다. 우리도 이제 고민을 하여야 할 시간이다. 오봉산을 오르고 청평사로 가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오르고 내리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시간이 부족하면 안 된다. 우리는 일행이 4명이다. 이제 결정할 시간이 되었다. 배후령에서 탈출하기로 하고 산행대장에게 통보를 한다. 우리에게 어디로 오라고 하는데 좀 이상하다. 우선은 탈출이 우선이기에 배후령까지만 가기로 하였다. 찬바람이 부는 곳을 피하여 앉아서 휴식을 취하였다. 그런데 이웃한 바위가 재미있다. 새 한마리가 앉아 있다. 그 바위를 감싸앉은 나무도 힘겹게 자라고 있다.

우리 다음으로 온 단체 산행객들이 오고 있다. 그 시간에 우리를 앞지르면서 "용화산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오봉산을 오르고 내릴 수 있지만, 동행이 힘들면 안 된다. 겨울산은 낙오하면 안 되기에 같이 하기로 하고 걷는다. 소슬봉을 오르고 난다음 배후령으로 내려가는데 우리를 앞섰던 단체 산행객들이 토론 중이다. 오봉산을 오를 것인지 말 것인지? 우리는 오르지 않으려고 하였으므로 그냥 이동한다.

배후령에 도착하였다. 시간이 벌써 오후 4시가 넘었다. 넘으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될 것 같은데 우리가 도착할 시간이 5시 30분이라 하였다. 촉박한 시간은 산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그만두고 하산을 한다. 배후령에서 화천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3km 정도 걸으면 배후령 터널 입구까지 도착할 것이다. 내려가면서 배후령을 오르는 도로가 눈과 얼음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아이젠을 벗을 때쯤에는 야영장이 있었고, 그곳으로 차량 통행이 가능하였다. 버스가 올라와서 회차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배후령터널 입구까지 내려간다.

배후령터널 입구에서 산행대장에게 연락을 하니 좀 더 걸어서 사거리까지 이동을 요구한다. 나는 반대다. 버스가 어차피 이길로 지나갈 것인데 왜 그리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곳 지리에 밝아서 우리는 입구에 있겠다고 하였다. 산행대장도 버스기사에게 물어보고 확정을 한다. 거기에 그대로 있으라고 한다. 지리에 밝으면 이점이 있다. 내가 이곳에서 군생활을 하였고 그래서 이곳을 알았다. 손자병법에서 知天地全(지천지전) 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이제 버스가 오기를 30분에서 45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 배낭 안에 있는 먹을 것을 꺼내고 담소를 한다. 같이한 등산객들이 우리보다 젊다. 우리는 라테다. 그도 이곳보다 북쪽에서 군생활을 했다고 하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산을 내려온 등산객이 있다. 그 등산객은 소양호에서 오봉을 거쳐서 내려왔다고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지만 버스는 지나가지 않고 택시를 콜 하여도 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우리들도 도움이 되고자 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지난 영남알프스의 기억이 생각이 나서 도움을 주고자 고민을 하였으나 소용이 없다. 다행히 지나가는 택시가 있어서 해결이 되었다.


버스가 도착하였다. 우리는 버스를 탑승하고 서울로 이동을 하였다. 늦은 시간에 달리는 버스도 등산객들의 피로를 그대로 안고 달린다. 모두들 땀냄새가 나지만 나도 나고 너도 나서 문제가 없다. 따뜻한 실내공기가 잠들게 한다. 오후시간이 되면 정체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을 하였으나 예측은 빗나갔다.....


오늘의 산행을 생각하면 유비무환이고 꿈을 너무 원대하게 생각하지 말고 겨울산을 좀 더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탈출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보면 된다. 최근 육구종주를 하면서 종주를 하지 못한 사례를 이야기하는 산행대장의 이야기가 우리 귀에는 솔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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