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에서 종주산행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
무식하게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걷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것이 다인 것이다. 그것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여기를 하지 않는다.
8시간 내외로 산을 오르고 내리고 이것저것을 볼 수 있으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 몇 있다. 최근에 내가 북한산성의 12문을 종주하는 것도 한 루틴이 되고 있고, 수원에서 서울까지 서울에서 수원까지 산줄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있고, 하남의 검단산에서 출발하여 성남의 남한산성의 수어장대를 거쳐서 남문까지 이어지는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
지난번 북한산성 12문을 H와 함께 걷고 청계산에서 광교산까지 서울에서 수원까지 걸어보고픈 생각이 있어 J랑 시작하였는데 J가 중간에 탈출을 하자고 하여서 같이 탈출한 것이 지난주이다. 지난주까지는 등산로에 잔설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 주는 없다. 그리고, 지난주 청계산 입구에서 시작하여 국사봉을 내려와 하오고개에서 그만두었는데 이번 주는 수원의 경기대 후문 근처이면서 광교저주지 둑 주변의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출발하여 광교산을 오르고 백운산, 바라산, 하오고개 그리고 청계산의 국사봉, 이수봉, 석기봉, 매봉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혼자서 산행을 한다.
혼자서 산행을 하는 것은 호젓한 산행을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지만, 나의 페이스를 조절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동행이 있다면 동행가 같이 걸으면서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수 있지만 나만의 산행은 그저 나의 걸음에 의존한다고 할 수 있다.
수원은 익숙하지만, 2년 만에 찾은 수원은 아침이 바쁘다. 수원역 주변의 활기를 느끼면서 광교산 입구로 가는 버스에 부지런히 오른다. 버스에는 등산가방을 멘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고 중간중간 탑승하는 사람들 하나둘도 등산가방을 메고 있다. 버스는 구파발에서 북한산성 가는 만큼 등산객을 가득 싣고 있지 않지만, 수원사람들이 사랑하는 등산로인 형제봉을 가는 등산로 입구에 등산객을 쏟아낸다. 아직 이른 봄이라 광교호수 주변에 있는 나무들이 새싹이 없어 황량하기 그지없다.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산으로 가는 준비를 한다. 사찰에는 해우소가 있듯이 등산로 입구와 출구에는 화장실이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인 종주 시작이다. 등산로에 접어들고 경기대 정문에서부터 올라오는 사람들을 만나고 천천히 고도를 높이면서 형제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얼마 전 내린 눈에 많은 소나무들이 가지를 제거하거나 그 스스로 몸통을 꺾어 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소나무들의 수난시기가 지나가고 있는데 내일도 봄눈 예보가 있다. 봄눈이 소나무들을 아니 침엽수들을 가만두지 않고 있다.
형제봉을 오르는 마지막 계단 입구 즈음에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고 있다. 어느덧 광교산의 명물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앞에 가고 있는 등산객들이 목탁소리를 들으면서 이제 형제봉이 다왔다고 이야기한다. 형제봉을 오르는 400 계단이 힘이 들면 들겠지만, 그 계단 중간에 자리 잡았던 큰 소나무도 봄눈에 그 몸통을 버렸다. 경기대 입구에서부터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등산객들이 형제봉 정상에서 인증을 남겨준다. 이제 형제봉을 지나 비로봉(종루봉) 토끼재를 지나 시루봉을 오르면 광교산은 다 오르는 것이다. 수원이나 용인에서 온 많은 등산객들은 형제봉을 오르고 하산을 한다. 약간 더 가는 사람들은 비로봉을 지나서 토끼재로 하산을 하는 것 같다.
광교산, 바라산, 백운산 등은 계단이 많다. 형제봉을 오르면서 400 계단을 지났고 형제봉을 내려가면서 또 계단이 있으며, 비로봉을 오르면서 또 계단이 있다. 그 계단 숫자를 시작 지점과 끝나는 지점에 표시하여 두었다. 그리고 바라봉에는 365 계단이 있다. 그래도 계단이 가장 많은 곳은 형제봉 바로 전 계단이다. 어떤 사람은 토끼재를 오를 계단이 더 많다고 하지만, 나는 그 계단을 다녀본 기억이 없다. 비로봉을 지나면서 정자에 쓰인 글자를 보고 정자를 지난다. 그리고 토끼재로 내려선 후 시루봉을 오른다. 광교산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가야 할 청계산을 담고 백운산을 향해간다. 노루목을 지나고 송신탑을 지난다. 이제는 백운산이 가까이 있다. 거리도 얼마 되지 않지만, 능선길을 따라서 걷는 길인 만큼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백운산에 도착한다. 백운산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서 집에서 온 문자를 회신을 하지만 먹통이다. 통신대가 있고 그 이웃한 곳에 정상석이 있다. 이제는 수원을 벗어나 의왕이다. 이상하게 이곳은 통신대가 있어서 그런지 스마트폰이 터지지 않는다.
바라산이라는 이정표가 가까이 있다. 고분재까지 내려서고 이제 바라산 정상으로 발을 옮긴다. 종주란 것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다이지만, 고갯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서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바라산을 반대편에서 오르는 것보다 쉽다. 고분재에서 백운호수로 갈 수도 있다. 탈출할 수 있는 장소다. 바라산은 의왕주민들이 정월대보름날 달을 바라보던 산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바라산 정상에서 멀리 보이는 백운호수 주변을 바라보고 내려서는데 그곳에도 또 소나무가 쓰러져 있다. 가지를 과감히 버렸다. 바라산을 내려서는데 365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어 고생하셨다고 하니 그래도 즐거운 표정이다. 의왕시에서 경칩에서 시작하여 대한까지 24 절기를 설명하여 놓았다. 나는 대한에서 출발하여 경칩에 도착한 것이다.
이제 우담산을 올라간다. 발화산이라고도 한다. 우담산을 오르고 하오고개로 방향을 잡는다. 길은 완전히 트레킹 코스이다. 앞서가는 젊은이가 있다. 둘이서 일행인데 한 명은 잘 걷고 한 명을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하오고개를 내려가는 봉우리 정상에 도착하였는데 이제는 한 명은 포기 직전이다. 그 한 명에게 하오고개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하오고개의 다리 위에서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젊은이들은 점심을 해결한다. 나는 국사봉을 오르면서 나의 허기를 해소한다. 청계산에서 광교산까지 종주할 때는 바라산을 오를 때 가장 힘들고 광교산에서 청계산으로 종주할 때는 국사봉을 오르는 것이 가장 힘들다. 1.5km를 오르는 것이 힘들다. 지난주 J와 함께 이곳을 내려올 때 오르는 사람이 왜 그렇게 힘든지 나도 알겠다. 계단 하나하나를 오를 때마다 근육이 아우성을 친다. 그 계단 높이가 왜 자기들 마음대로 만들어 놓았는지 아쉽다. 젊은이 중 한 명이 올라온다. 다른 한 명은 물어보니 걸음이 느려서 거의 포기할 것 같다고 한다. 동행이 되어서 한 명이 어려움을 겪을 때 탈출할 수 있는 곳에서 탈출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친한 친구사이라면 같이 탈출을 하는 것인데 그렇게 친한 친구는 아닌 것 같다. 그냥 동행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사봉에 도착하였다. 이제 멀리 이수봉, 석기봉만 오르면 오늘 다 오른 것이다. 국사봉을 오르니 이제는 종주가 거의 끝난 기분이다. 국사봉은 고려왕조가 패망한 것에 대하여 울분으로 이곳에 은둔한 조윤이 은거하였다는 전설에 의하여 국사봉이라는 이름이 유래하였다는 이야기가 정상석 아래에 있다. 그리고 국사봉을 내려가면서 보니 소나무들이 여전히 봄눈의 피해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제는 오후시간이 되니 이수봉에서 국사봉으로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수봉의 구조물이 가까이 되면서 이제는 다 올라왔다는 생각만 든다.
이수봉은 무오사화시절 정여창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두 번의 생명을 연장하였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그 유래를 설명하는 정상석이 우뚝 서 있다. 지난주 이곳을 지날 때는 진흙탕이었는데 이번 주는 벌써 그 진흙탕이 없어지고 땅이 굳고 있다. 봄볕이 무섭다. 이수봉 정상과 석기봉 갈림길에는 여전히 노점상이 자리를 잡고 올라온 손님들을 받고 있다. 과천매봉과 석기봉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석기봉을 올라간다. 석기봉이 청계산에 가장 높지만 군부대가 자리를 하고 있어서 우회를 한다. 그리고 군부대 앞에는 내일의 눈 예보를 감안하여 벌써 하얀 염화칼슘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이채롭다. 지난주에는 얼음도 있고 눈도 있어 조심스럽게 지났는데 오늘은 아니다. 눈도 얼고 잔설도 등산로에는 없고 음지 깊숙한 곳에 있을 뿐이다.
지난주 J와 함께 망경대에 올랐으나 오늘은 벗도 없고 하여 우회하여 석기봉을 지나면서 7시간 가까이 걸은 나의 근육이 이제는 휴식을 요구한다. 30분 정도 더 걸으면 매봉이기에 걷는다. 앞선 사람들이 나보고 앞서라고 하지만, 나는 그들 뒤에 천천히 걷을 뿐이다. 혈읍재에 도착하고 매봉이 눈앞이다. 청계산에는 매봉이 두 개 있다. 과천 매봉이 있고 청계산 정상으로 여기는 매봉이 있다. 매봉 정상에 도착하여 서울을 본다. 지난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래도 조망을 할 수 있어 좋다.
예전에 청계에서 광교까지 종주는 옥녀봉을 지나서 화물터미널까지 걸었는데 요즈음은 그렇지 않고 매봉에서 바로 청계산 입구역으로 내려선다. 그래서 예전에는 25km가 넘었지만 오늘은 23km만 걷는다. 매봉에서 내려서면 충혼탑이 있고 돌문이 있다. 예전에 스님이 그곳에서 독경을 하였는데 없다. 이제 내려가는데 가족등산이 많았는지 내려가는 가족들마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을 외치고 있다. 봄을 맞이하여 이제 산으로 오는 가족이 많다는 것이 그래도 괜찮다고 보면 될 것이다.
천국의 계단이 아닌 천 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초등학생의 이야기가 재미난다. 그렇게 많은 계단을 내려가면서 한 번씩 휴식을 취하고 내려갈 뿐이다. 올라올 때에도 힘들었는데 내려가는 사람들이 더 힘든 것 같다. 오늘 23km를 8시간에 걸쳐서 걸었다. 예전보다 체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나이인 것 가다. 8년 만에 종주를 하였다. 그래도 한 번쯤 도전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