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한창이다.
그리고 전국은 폭염의 연속이다. 그리고 폭염은 전국적으로 주의보, 경보가 발령이 되었다. 다만, 한라산은 제외 되어 있다. 그리고 그곳에 가보았다. 한라산은 그래도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제외되어 있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한라산은 그동안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이제는 등반을 위해 사전 예약을 해야만 했다.
한라산에 가기 위해 은퇴자의 특권을 활용하여 평일 항공권을 예약했다. 처음에는 안내 산악회를 이용하려 했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한 명만 예약해도 진행한다고 했는데, 여기에도 일종의 '꼼수'가 있었다. 1인 예약을 문의하니 4인 요금을 요구했다. 개인적으로 대형 항공사를 이용하면 20만 원이면 충분한데, 32만 9천 원을 청구했습니다. 내가 항공기의 좌석을 4개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데, 4명만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그래서 이 방법은 포기했다.
혼자 평일에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비행기를 이용하면 1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어서, 그렇게 예약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첫 비행기라 40분 전에 여유 있게 도착했지만, 보안 검색에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출발 20분 전에야 탑승할 수 있었다. 안전이 최우선인 것은 맞지만, IT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 확인 절차는 오히려 더 번거로워진 것 같다. 아마도 바이오 인증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인력을 적게 배치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인력 감축이 결국 좋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 과거에는 1~2명을 더 배치해 단순하지만 소중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주가 노인이나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셀프서비스 도입을 제한하는 사례가 떠올랐다.
비행기에는 액체류 반입이 금지되어 서울에서 물을 미리 챙겨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생수를 산 뒤, 택시를 타고 관음사 탐방로 입구로 향했다. '접근은 어렵더라도 탈출은 쉬워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기에, 상대적으로 하산이 편한 성판악 코스를 염두에 두고 관음사에서 등반을 시작하기로 했다. 관음사 탐방로는 환승을 해야 하는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다소 불편하다. 반면 성판악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주요 도로에 있어 공항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이 훨씬 원활하다.
관음사 입구에서 QR 코드를 인식하고 게이트를 통과했는데, 바로 옆으로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중간에 확인하는 곳도 없어 예약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중에 제주도 공식 안내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입구가 아닌 삼각봉 대피소에서 예약을 확인한다고 되어 있었다. 입구에 그러한 안내 문구조차 없어 혼란스러웠다. 삼각소 대피소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에 무엇인가 있는데 그냥 열려 있었다.
첫 번째 목교가 있는 휴식터에는 까마귀 조각상이 있었는데, 진짜 까마귀가 앉아 있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정교했다. 이곳에서 헬리콥터로 조난자를 구조할 수 있다는 안내판도 보였습니다. 이제부터는 '개미등'이라 불리는 어려운 구간이 계속되었다. '이제부터 저속 기어를 넣으세요'라는 재치 있는 안내 문구가 보였다. 속도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평일이라 등산객이 많지 않아 주변 사람들의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자연스레 들려왔다. 흔히 남자들끼리 등산하면 말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개미등을 지나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했다. 오늘도 백록담이 얼굴을 보여줄지 말지, 구름이 망설이는 듯했다. 그 망설임 덕분에 나는 삼각봉과 백록담 정상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삼각봉 대피소 도착하는데 구름이 삼각봉을 가리고 있다. 아! 오늘도 못보는가 하고 앉아 쉬고 있는데 하늘이 열린다. 오늘은 구름이 제마음되로 움직이고 있다.
잠시 대피소에 앉아 있는데, 구름이 제 고민을 더하려는 듯 비를 살짝 흩뿌리고 지나갔다.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예전에 대피소가 있던 곳까지는 길이 편안했고, 왕관능선을 오르며 가쁜 숨을 골랐다.
나는 이 구간이 관음사 코스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등산객의 말에 따르면 이곳을 쉬지 않고 오른 사람에게는 정상까지의 길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한참을 왕관능선에 앉아서 쉬었다. 해발 고도를 250m나 더 높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이 보이지만 그렇게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힘든 것은 힘들 것이다. 겨울에 올때는 이곳에서 눈꽃을 보면서 올라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오늘은 주변이 없으니 무조건 오르다가 주변도 본다.
아들과 함께 온 부자(父子) 등산객이 눈에 띄었다. 20대로 보이는 아들이 50~60대인 아버지를 기다리며 속도를 맞추는 모습이었다. 저렇게 함께 오르는 모습을 보니 부자 사이가 더욱 돈독해질 것 같았다. 정상을 앞두고 구름이 잠시 걷히며 풍경을 열어주었다. 그 덕분에 멀리 제주시내와 구상나무 군락지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하늘과 구상나무와 멀리 바다와 집들이 보인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구름 한 점 없던 백록담에 어느 순간 구름이 '출입금지' 규정을 어기고 내려와 앉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는데, 마치 단속반이라도 뜬 것처럼 구름이 슥 걷혔다. 정상에는 가족, 외국인, 젊은 친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평일 이 시간에 산을 오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한라산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이 될 수 밖에 없다.
잠시 풍경을 즐긴 뒤 성판악으로 하산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동쪽 능선 위로 구름이 걷히며 맑은 하늘과 푸른 숲, 그리고 저 멀리 바다가 어우러진 최고의 풍경을 선물했다.
한라산을 내려오며 느낀 점은 데크가 정말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데크 덕분에 한라산을 오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데크가 없다면 울퉁불퉁한 화산석 너덜길을 끝없이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너덜지대에 '썰매 금지' 표지판이 있는 것을 보니, 겨울에 얼마나 눈이 많이 와서 이 돌밭을 덮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겨울 한라산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하니, 입산 통제 시간(12시 30분)이 지나 더는 정상으로 갈 수 없다는 안내가 나오고 있었다. 늦게 등반을 시작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하산하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예전에 지인과 왔을 때 유난히 많았던 까마귀는 오늘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사라오름으로 가는 갈림길에 섰다. 시간도 넉넉하여 백록담이 있는 정상을 다른 각도에서 감상하기 위해 사라오름에 오르기로 했다. 왕복 600m의 짧은 거리이고 길 전체가 데크로 잘 정비되어 있어 어렵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정호수 중 하나인 사라오름의 호수를 둘러보았다. 전망대에서 다시 정상을 바라보니, 구름이 그새 정상을 가리고 있었다.
사람이 드문 하산길에서는 멧돼지와 사슴도 만났다. 안내판에 멧돼지를 만나면 신속히 피하라고 되어 있어 조용히 지나쳤다. 하지만 사슴에 대한 안내는 따로 없어서, 잠시 멈춰서 관찰하며 사진도 찍었다. 사슴은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도망가지 않았다. 사람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듯했다.
성판악 출입구는 QR 코드를 찍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도록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입구 휴게소에서는 다른 물건은 팔지 않고 삼다수만 500ml 한 병에 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상 인증서 출력 키오스크는 사용법이 무척 복잡했다. IT에 익숙한 나조차 이해하기 어려웠고, 주변의 젊은 친구들도 헤매는 것을 보니 안내 문구가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성판악 버스정류장에는 공항이나 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 안내가 잘 되어 있어, 편하게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며 산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