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H와 함께 양자산을 오르다..

by 김기만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을 만난다.

이 모임이 좋은 이유는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의미도 두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한 공간에서 두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들 하지만, 남자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좋다는 말은, 아마 이런 의미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아무 생각 없이 만나고, 걷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아져서 한 달에 한 번은 친구들과 산행을 한다. 힘들게 산을 오르며 느끼는 성취감도 좋지만, 그보다 친구들을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기쁨일 것이다.

이번에 오를 산은 양자산이다. 그다지 이름이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경기도에서 한강 이남 지역 중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예전에 H와 함께 양자산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양자산은 여주시와 양평군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양평군 강상면과 여주시 산북면을 가로지른다. 이웃한 앵자봉에는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주어사가 있다.

서울 서남쪽에 사는 우리가 경기도 여주의 산을 가기 위해서는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서울 서쪽에는 산이 거의 없어, 언제나 마음먹고 움직여야 산을 갈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산이 삼성산인데, 자주 가다 보면 아무래도 식상해진다. 그래서 이번에도 넷이 아닌 셋이서 움직인다. 겨울이 되면서 예전에 다쳤던 부위는 거의 회복되었지만, 비가 오거나 날이 추우면 허리가 아프듯 겨울철에는 그 부위가 더 시리다고 한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관절이 경직되는 겨울에는 무릎을 굽히고 펴는 동작이 둔해지고 통증이 지속될 수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겨울에는 셋이서 산행을 한다.

H가 고향집에 들렀다가 오랜만에 서울로 올라왔다. 이를 계기로 함께 산행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여주 근처까지 접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신분당선이나 분당선을 타고 경강선으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경부선, 호남선, 경전선 등은 이름만 봐도 대략 노선이 떠오르지만, 경강선은 그렇지 않았다. 알고 보니 경기도와 강원도를 연결하는 철도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었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아직은 여주까지만 연결되어 있지만, 향후 원주를 거쳐 강릉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서울 청량리에서 망우 구간의 극심한 혼잡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

J가 초월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픽업했다. 승용차를 타고 주어리로 이동한다. 주어리는 예전에 하품리라 불렸는데, 이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주어사에서 이름을 따와 주어리로 바뀐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주어리를 알리는 이정표에는 물고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곳은 한국 천주교 태동지인 주어사지가 위치한 역사적인 장소이자, 맑은 물과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한 주어리계곡이 있는 곳이다.

주어리 입구 마을회관 앞에는 양자산 등산로 주차장이 있다. 그곳에 차를 세우고 산으로 향한다. 느티나무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양자산은 마을을 감싸듯 둘러싸고 있어, 마치 마을이 산에 안겨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느티나무 다리를 지나 임도를 따라 산을 오른다. 처음에는 잘 정리된 임도였지만, 어느새 낙엽이 가득 쌓인 길로 바뀌고, 그 길은 굽이굽이 돌며 능선으로 이어진다. 한때 이 길을 따라 차량이 올라갔을 텐데, 내려올 때는 운전이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예전에 고향에서 벌채된 나무를 실어 나르던 차량을 보며 ‘어떻게 저런 길을 다녔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당시 사용하던 차량이 운행 중이라고 하니, 관리만 잘하면 기계도 오랫동안 쓸 수 있는 모양이다.

주어리 마을에서 양자산을 오를 때 초반은 꽤 가파르지만, 정자가 있는 지점부터는 비교적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그 정자까지가 힘들다. 정자에는 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야생동물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용한 사람들은 반드시 문을 닫아 달라는 안내도 있다. 동물들도 정자처럼 아늑한 공간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양자산은 오르는 동안 시야가 탁 트이는 전망은 거의 없다.

초반에는 3km 표시가 좀처럼 줄지 않다가, 능선에 오르면 거리가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내가 힘들게 걸을 때는 거리가 줄지 않고, 편안할 때는 금세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공룡능선 5km를 5시간에 걸어 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정상에 가까워질 즈음 물푸레나무 군락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작은 습지가 형성되어 있고, 그 주변에 물푸레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정상 부근에 습지가 있다는 점이 꽤 흥미롭다. 정상인가 싶어 달려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다시 200m를 더 가야 정상이다. 이 지점이 더 높아 보이기도 했지만, 등산을 마친 뒤 GPS 고도계를 확인해 보니 정상 쪽이 약 4m 더 높았다. 지구가 둥글어 생긴 인식의 차이일 것이다.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양평 방향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앵자봉으로 갈 수도 있으며, 우리가 올라온 길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정상에서 만난 산객과 서로 안부를 묻고 격려를 나눴다. 그분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모두 완주했다고 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산림청 100대 명산, 한국의 산하 100대 명산 등이 있는데, 중복을 제거하면 145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나는 그중 110개 이상은 오른 것 같은데, 누군가는 130개라고도 했다. 그분이 145개라고 하니 굳이 검증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찬사를 보냈다. 그분은 양평 쪽으로 하산했고, 우리는 앵자봉을 향해 주어리고개로 내려섰다.

주어리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낙엽이 두껍게 쌓여 등산로가 잘 보이지 않고, 경사도 상당히 가파르다. 30분 넘게 하산하는 동안 너무 힘이 들어, 앵자봉에 오를 마음이 점점 사라졌다. 조심조심 내려가다 보면 밧줄을 잡고 내려갈 수 있는 구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 임도와 만나는 주어리고개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고민 끝에 앵자봉 산행을 포기하고, 임도를 따라 천천히 주어리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예전에 임도를 따라 주어사까지 가본 적은 있지만, 마을을 가로질러 내려간 기억은 없어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주어리 안쪽, 주어리계곡 주변의 집들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계곡을 따라 집들이 차분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내려오다 보니 유독 눈에 띄는 집이 하나 있어 사진으로 남겼다.

마지막으로 친구가 광주시청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쉼터가 있다며 안내한 곳이 중대물빛공원이었다. 중대천이 흐르는 중간에 둑을 쌓아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예전에는 논농사를 위해 만든 저수지였을 텐데, 지금은 시민들의 쉼터가 되었다. 저수지를 만드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 공간을 휴식터로 활용하는 데에는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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