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과 단절된 '섬나라'에서의 사색과 산행

by 김기만

무언가 시작되려 하면 그것을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이 언제쯤일지 고민에 잠기곤 하죠.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고민의 시기가 찾아온다. 비 소식이 있을 때 멀리 떠날 것인지, 혹은 공기가 나쁜데 외부 활동을 강행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다.


최근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한국의 하늘에 정체되어 있다. 인류사를 돌이켜보면 이웃 나라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절실히 다가온다. 아시아 동쪽의 국가들은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 인근에 위치해 많은 피해를 입어왔다. 특히 육로로 쉽게 접근이 가능한 경우 그 피해는 더욱 심각했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이 중국과 인접해 있음에도 현재의 번영을 누리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중국과 육로로 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이라는 존재가 일종의 '버퍼(Buffer)' 역할을 하며 한국을 보호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은 실질적으로 완벽한 '섬나라'이다. 북쪽은 접근 불가능한 장벽이 되었고, 우리는 그 대륙의 통로를 포기하는 대신 해양으로 진출해 번영을 일구었다.


일본이 천 년 넘게 체제를 유지하고, 영국이 대륙과 차단된 환경에서 번영하며, 미국이 그 누구의 침범도 허용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금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일보다 '섬나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넋두리 끝에 남는 것은 결국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원망이다. 우리가 배운 '삼한사온'의 원리에 맞춰 겨울 하늘을 뒤덮은 먼지 때문에 나흘째 푸른 하늘을 보지 못했다. 해발 1,000m 이상 올라가면 띠처럼 형성된 먼지층을 목격하곤 합니다.


북한산으로 향하는 길: 움직임의 한계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 북한산을 찾았다. 친구들은 모두 선약이 있다기에 혼자 5~6시간 정도 걸을 요량으로 구파발역으로 향했다. 역사 안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중 '숨은벽' 코스를 가려다 길을 헤매며 안절부절못하는 분을 만났다.

밤골 매표소로 가야 하는데 서울 버스는 그곳을 지나지 않고, 불광역 근처에서 의정부행 버스를 타야 하는데 정류장도 배차 간격도 몰라 당황해하고 있다. 산으로 가는 길에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어준 그분께 길을 안내해 드렸다.

예전에는 구파발역에서 704번 버스를 타면 사기막골이나 밤골로 갈 수 있었지만, 이제 그 버스는 북한산성 입구에서 회차한다. 대신 양주 37번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정보를 저도 다시금 새겼다. 전철 안에서 아무리 바쁘게 발을 굴러도 결국 전철 안이듯, 지구 안의 비행기가 아무리 빨라도 지구 밖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이 움직일 수 있는 한계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하며 발을 옮겼다.


원효봉과 백운대: 산에서 만난 인연들


명절 앞이라 그런지, 혹은 미세먼지 때문인지 산객이 많지 않았다. 친구 H는 카톡으로 미세먼지 걱정을 보내왔지만, 나만의 보폭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출발해 둘레길을 따라 원효봉을 오르고, 북문을 거쳐 상운사와 대동사, 그리고 백운대까지 가는 코스를 설계하였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보조를 맞출 필요도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원효봉을 오르는데 처음부터 힘들다며 고전하는 분들이 보였다. 산은 100m를 오르든 1,000m를 오르든 똑같이 힘든 법이다. 시구문을 지나 원효암 앞에서 지도를 보며 길을 논쟁하는 산객들을 만났다. 이미 암자를 지났다는 분들께 "아직 지나지 않았고 바로 앞이다"라고 중재를 해드렸더니 고맙다며 연세를 말씀하시는데, 칠순이 넘으셨다. 저 나이에도 이 산을 오를 수 있는 체력이 있기를 내심 바라보았다.

원효봉의 '돔바위'를 무서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안전 지주만 잘 잡으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 본 의상봉과 삼각봉은 스모그에 갇혀 희미했다. 조망은 포기해야 할 날이었다.

북문으로 내려와 대동사로 향하는 길에 지방에서 온 등산객들을 만났다. 백운대로 가는 길을 묻기에, 내가 직접 앞장서서 안내하며 함께 올랐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도 초행길엔 헷갈리기 마련이다. 암문을 지나 백운대에 오르니 등정로와 하산로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로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도로 위의 역주행은 사고를 부르지만, 산길의 역주행은 시간을 지체하게 한다. 여유를 갖고 기다려 정상에 섰다.



계절의 경계에서 하산하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만경대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친 흔적이 역력했다. 그 풍화의 흔적이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뒤에는 낙석이 되어 바위의 모양을 바꿀 것이다.

인수봉은 또렷했으나 도봉산은 여전히 스모그 속에 잠겨 있었다.

영봉 쪽 하산길은 결빙이 심해 아이젠이 필수였다. 배낭에 아이젠이 있었지만 굳이 착용하고 싶지 않아 대동문 쪽으로 코스를 틀었다. 오리바위를 지나 대동문으로 향하는 길, 뒤돌아보니 비로소 백운대의 온전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2월임에도 등산로의 흙에서는 벌써 3월의 기운이 느껴졌다.

산영루 부근 계곡의 얼음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생생함은 사진에 다 담기지 않지만, 그래도 오늘의 기억을 남겨본다. 마지막으로 백운대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전송하니 딱 5시간이 지났다고 한다. 그렇게 미세먼지 가득한 날, 나만의 북한산 5시간 산행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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