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은 계절에 따라 그 이름이 다르게 부른다. 봄에는 화강암으로 된 산을 둘러싼 아침이슬이 떠오르는 태양에 빛나 마치 7대 보석 중에 하나인 금강석과 같다 하여 '금강산(金剛山)'이라 불린다. 또 여름에는 계곡과 봉우리에 짙은 녹음이 깔려 신록의 경치를 볼 수 있다 해서 '봉래산(蓬萊山)'이라 한다. 가을에는 붉게 타는 단풍이 바위와 소나무와 조화롭게 어울려 아름답다고 해 '풍악산(楓岳山)'이라 불린다.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 금강산 곳곳의 바위를 모두 보여주는데, 이 모습이 마치 금강산 봉우리들이 모두 뼈를 드러낸 것 같다 하여 '개골산(皆骨山)'이라 불린다.
그러면 갈 수 없는 곳에 있는 금강을 제외하고 우리는 어디로 갈까 설악이다. 그냥 가보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갈 수 있도록 케이블카를 설치하자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보호하자고 한다. 설악을 가는 길은 다양하고 설악이 다양한 만큼 이곳도 저곳도 기웃거린다. 외설악 내설악 겨울에 가고 여름에 가고 가을에 간다. 봄에는 잘못 간다. 산에 휴식을 주는 산불 감시 기간이다. 산불 감시 기간 3개월이 산은 휴식을 취한다.
설악을 찾을 때마다 새롭다는 것과 곳곳에 숨겨진 비경들을 쳐다본다. 설악을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서울을 기점으로 할 경우 동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한계령, 오색, 장수대, 용대리 등에 도착하여 산을 오르거나 산악회가 운영하는 관광버스를 타고 가면 편리하게 갈 수 있다. 산악회 버스는 인터넷 등을 통해 회원을 모집하는 만큼 검색을 해서 찾고 예약을 하면 된다.
산악회 버스는 요금도 저렴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등산을 애호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주요 출발지점은 사당역, 양재역, 시청역, 신사역, 잠실역 등이라고 면 될 것이다. 중간 기착지는 경부고속도로상의 신갈 버스주차장, 성남의 복정역이다. 산악회 버스를 탑승하면 좋은 점은 산행을 출발하는 지점에 내려주고 하산하는 지점에 버스를 탑승하여 시간이 거의 낭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새벽 일찍 산행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더욱 편리하다. 요즈음은 지리산의 경우 구례군에서 시내버스를 새벽에 운행을 하지만 대부분 대중교통을 밤에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서울, 부산, 광주 등에서 밤에 출발하여 새벽부터 설악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이러한 산악회가 운영하는 관광버스를 이용을 한다.
오늘도 나는 새벽에 산행을 하기 위하여 이 산행 버스를 이용한다. 양재역에서 출발하는 밤 11시에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를 탄다. 누가 옆에 탔는지 누가 앞에 탔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모두들 다음날 새벽에 올라갈 설악을 꿈꾸면서 잠을 청할 뿐이다. 잠든 자들에게 누가 참견을 하면 폐를 끼치는 것이다. 산악회가 주요 등산지로 가는 버스는 참견을 하는 것 자체는 안된다.
복정역에서 추가 등산객을 태우고 밤을 이용하여 버스는 달린다. 겨울산을 보기 위하여 가는 모든 이들은 두툼한 옷을 입고 등산배낭에도 방한 장비가 가득하다. 그래서 등산배낭을 버스 안으로 가져오지 못하고 화물칸에 넣고 탑승한다. 설악산은 야간산행이 금지되고 있고 입산시간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새벽에 일찍 열어준다. 새벽 일찍 열어도 대청봉에 올라가면 해 뜨는 시간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오색, 한계령, 장수대 등 설악산 서북능선과 관계되는 능선에서는 국립공원공단에서 등산로 입구를 열지 않으면 들어갈 수도 없다.
시간 제약 때문에 인제의 한계령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하는 동안 부족한 물품을 보충하고 새벽에 아침을 해결한다. 어떤 사람은 계속 잔다. 한계령에서 몇 명을 내려주고 오색에 몇 명을 내려주고 소공원 입구까지 간다. 나는 오색에서 내려 대청봉까지 간다. 오색에서 대청봉 구간은 거리가 가장 짧다. 그런 만큼 가파르기는 가장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밤을 잊은 그대들이 머리에 손에 전등을 쓰고 들고 이제 출발선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육상경기장이나 수영경기장 등에서 출발을 위한 출발선에 선 선수들 같다.
문이 열린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등산로를 걷는다. 야간등산이 빠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전등 불빛에 의존하여 앞으로만 나갈 뿐이다. 겨울등산은 장비가 필수다. 신발에는 아이젠, 바지에는 눈이 많으면 스패츠, 얼굴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안면 마스크, 머리는 모자를 꾹 눌러쓴다. 넘어지면 못 일어날 것 같지만 날렵하다. 혹자는 그렇게 무엇하려고 겨울산을 가야고 한다. 그렇지만, 겨울산은 겨울산 나름의 맛이 있다고 할 것이다.
사진도 찍을 수 없다. 찍을 곳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걷는다. 오색에서 처음 오르막 구간은 힘들고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시작하자마자 오르막이 가파를 뿐이다. 쉴 수 있는 공간은 없고 가다가 힘들면 등산로에서 약간 비껴 서서 쉴 뿐이다. 여름에 설악을 오를 때는 어느 정도 오르면 전등이 필요 없는데 겨울은 6시가 넘어야 전등 불빛이 필요 없다. 다만, 여름에는 벌레들이 불빛을 보고 얼굴을 공격하지만 겨울에는 찬 공기가 얼굴을 공격할 뿐이다.
설악폭포 근처까지 왔지만 완전히 얼어붙은 폭포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전등 불빛에 등산로를 비추어도 등산로가 눈과 얼음에 없어진 곳이 나타나면 등산객들이 모두 전등 불빛을 모아서 보내며 서로서로 돕는다. 가쁜 숨을 한 번쯤 쉬어가면서 대청봉을 오르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오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야간등산은 산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체면이고 자기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통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주중에 쌓였던 스트레스와 지친 몸, 마음을 추수른다고 볼 수도 있다. 무엇인가를 보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듣지도 않고 2시간 이상을 그렇게 걷다 보면 몸은 힘들지만 정신은 맑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여명이 튼다. 여명이 산 그림자를 멀리 보내고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산새들을 깨우지만 겨울에는 찬바람만 불뿐이다. 이제는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인지 없을 것인지가 관심사가 될 뿐이다. 새벽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일출을 보는 것에 관심을 갖고 그것에 목숨을 걸다시피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설악산 대청봉의 일출은 동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이다. 1월 1일 이것을 보려고 대청봉을 올라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아침 안개와 구름 속에 붉은 느낌만 보고 말았다. 누 구간 이렇게 말을 한다. 대청봉 일출을 보기 위하여는 덕을 쌓아야 한다고 나는 덕을 쌓지 못했나 보다. 일출을 보지 못하고 붉은 느낌만 보았다. 멀리 바다에서 떠 오르는 태양은 보지 못하였다. 대청봉은 1년 1-2번은 올라가지만 겨울에 올라가니 모두들 바람에 자기 몸을 꽁꽁 싸매고 인증샷도 잠깐이다. 요즈음 얘기를 들어보니 저 정상석도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고 그렇게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 일까? 추측하고 있는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한다.
대청봉에서 공룡능선도 보고 중청도 본다. 공룡능선은 위험하다고 하여 공단 측에서 통제를 한다고 한다. 눈이 많이 온 이유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특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여름 산은 탐방로를 벗어나도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겨울산은 눈 속에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탐방로를 벗어나면 안 되고 위험할 경우 등산로 통제하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본다. 저 능선을 갈 수가 없다. 겨울에 보는 공룡능선을 눈이 있어서 그런지 뚜렷하게 능선이 보이지도 않는다.
이제 공룡능선을 갈까 생각했는데 오늘은 통제다. 통제한 능선은 들어갈 수 없으니 하산하는 등산로는 두 곳이다. 희운각 대피소까지 하산하여서 천불동 계곡을 거치는 비선대~희운각 구간 가든가 봉정암으로 간 후 백담사로 가능 구간이 있다. 희운각 대피소까지 내려가는 코스가 너무 가파르고 천불동 보다는 봉정암을 거치고 싶어서 봉정암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청대피소에 앉아 뜨거운 커피 한 잔에 컵라면으로 겨울의 추운을 녹인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대청봉에 눈을 본다. 눈의 바다에서 사람들은 어울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중청봉 8부 능선을 따라 소청봉에 올라 아래를 내려본다. 이제 용아장성을 보는데 능선이 뚜렷하지 않다. 겨울이라 그런 것 같다. 조금 내려가면 소청대피소가 있고 그다음이 봉정암이다.
소청대피소를 지나 봉정암에 도착하니 용아 장성 그 절벽 아래 아름답게 절집이 위치하고 있다. 봉정암은 적멸보궁이다. 대웅전에 가면 부처가 없다. 다만, 봉정암 법당 앞 바위 위에는 자장율사가 가져왔다는 사리를 봉안한 고려시대의 석탑이 있을 뿐이다. 봉정암을 중심으로 기린봉ㆍ할미봉ㆍ범바위ㆍ나한봉ㆍ지장봉 등 기암괴석의 고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봉정암 북쪽 독성나한봉(獨聖羅漢峯) 아래에 있는 봉우리는 석가봉을 향해 읍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가섭봉(加葉峰)이라 부르며, 탑 바우는 봉정암 북쪽에 있는 웅장한 산으로 석가모니의 이름을 따서 석가봉이라고도 한다.
저 봉정암을 올라오는 신자들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종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봉정암이 위치하고 해발고도가 1천2백44m이다. 봉정암은 유명한 사찰이다 보니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동 내용을 옮겨보면 5월 하순에도 설화를 볼 수 있는 암자로 백담사에서 대청봉을 향하는 내설악의 최고의 절경을 이룬 용아장성 기암괴석 군 속에 있으며, 백담사의 부속 암자로 신라 선덕여왕 13년에 자장율사가 중국 청량산에서 구해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려고 시장하였다. 6시간의 산행은 기본이고 산비탈에 설치된 로프를 잡고 수십 번의 곡예를 반복해야 한다. 가장 힘튼 코스는 깔딱 고개다.
봉정암에 다양한 시설이 있으나 백담사를 경유할 경유 겨울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걸어서 나가야 한다. 버슬 타면 30분 이내 나갈 수 있는 길을 2시간 정도 걸어야 하므로 여유를 갖기 위하여 봉정암을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봉정암에서 내려가는 길은 만화영화로도 나온 오세암을 거쳐서 백담사로 가는 길과 깔딱 고개를 지나서 수렴동 계곡을 지나 백담사로 가는 길이 있다. 겨울에 혼자서 오세암으로 가는 길은 오세암의 전설이 생각날 것 같아서 사양하고 백담사로 직접 가기로 하였다. 백담사에는 한용운 선생 전시관이 있다.
백담사로 내려가면서 깔딱 고개 500m를 지나면 거의 평지나 진배없어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백담사까지 갈 수 있으나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물을 볼 수 있어서 더위도 식히고 물소리를 친구 삼아 내려갈 수 있어 지루할 수가 없고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이 우리들 눈을 즐겁게 하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하지만 약 8km 정도 되는 거리는 누구나 지루하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접한 쌍용 폭포는 겨울에 완전히 얼어서 그냥 눈썰매장처럼 보일 뿐이다.
봉정암에 올라가는 불자들은 쌀과 미역을 배낭에 넣고 올라간다. 저분들은 그곳에서 1박 하면서 불공을 드릴 것이다. 그 쌀과 미역은 내일 또는 모레 그리고 글피의 식사의 주재료가 될 것이다.
영시암에 도착하면 이제 다 도착했나 백담사가 볼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멀었다. 그냥 걸어야 한다.
백담사에 도착하였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서둘러 용대리로 나와야 한다. 산악회 버스는 용대리로 지나간다. 설악 소공원으로 하산한 등산객을 태우고 용대리를 30분 후에 지난다. 산악회 버스를 운영하는 대장에게 용대리로 나왔음을 확인시켜 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포장도로를 걸어서 걸어서 나가야 한다.
백담사에 가면 만해 기념관이 있고 그곳에 비가 있다. 그 비에는 <나룻배와 행인>전문이 있다. 이를 옮기면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여름에는 19시까지 버스가 다닌다. 손님이 많을 경우 20시까지도 다닌다.
하지만, 도로가 얼고 눈이 싸이면 버스는 이 길을 다닐 수 없다.
백담사 일주문을 사진에 담고 걷기 시작한다.
재미나게도 길에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백담사까지 00km, 용대리까지 00km 이제 얼마 남았지 하고 걸으면 된다. 오색에서 출발하여 대청을 넘어 백담사까지 걷고 또 용대리까지 걸어야 한다. 겨울에 백담사 방향으로 하산할 경우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걸어 나올 각오를 하고 하산을 하여야 한다. 또, 여름에도 너무 늦게 백담사로 나오면 걸어서 나와야 한다. 이 구간에는 사찰의 차량이 아닌 경우에는 거의 통행이 불가하다. 사시사철 똑같다.
용대리에서 합명회사를 설립하여 용대리에 주차장을 만들고 그 주차요금을 받고 산행객이나 불자들에게 버스를 타도록 한다. 괜찮은 생각이다. 용대리도 그만큼 먹고살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동계에 버스 운영이 중단되는 경우 주차장도 무료로 개방한다고 한다. 그만큼 융통성 있게 운영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거리는 7.5km라고 한다. 보통사람은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고 빠른 사람은 1시간 10분 내외로 걸을 수 있다.
용대리에 나와서 추위를 녹이고 허기도 달랠 겸 식당을 찾아가니 같은 산악회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식당 주인은 난로에 양은 주전자를 올리고 겨우살이를 넣고 차를 끓인다. 사람들은 겨우살이를 보면서 어느 정도 가격이냐 물어보니 1만 원이라고 한다. 많다. 그런데 저것을 채취하려면 무척이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등산을 하면서 혹 겨우살이를 채취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쓰럽다. 아니 버섯을 채취하는 사람도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다람쥐들에게 겨울 식량으로 도토리를 남겨두듯이 약초꾼들에게 그것을 남겨두어야 함에도 그것을 채취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렇게 애를 쓰지 않고 구매하면 될 것인데 그것이 공짜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산악회 버스가 도착하는 지점으로 이동하여 산악회 버스를 탐으로 겨울 설악을 맛보기를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