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설거지보다 요리다

《내 인생의 포인트 찾기》〈제04화, 요리하는 삼식(三食)이〉

by 샤인



삼세기 해양생명자원 통합정보시스템.jpg 삼세기 / 국립생물자원관



삼식이는 못생겼다. 몸에 수많은 사마귀 모양의 돌기가 덮여 있다. 아귀·메기와 함께 물고기 3대 ‘얼꽝’이다. 연안에 사는 암초성 물고기로 수심 50m 내외의 암초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쏨뱅이목 삼세기과 어류로 원래 명칭은 삼세기(sea raven)다.


별칭도 예쁘지 않다. 충남에선 꺽쟁이, 포항에서는 수베기란다. 강원도에선 아예 멍텅구리다. 그나마 전라도에서 부르는 삼식이가 그래도 나은 편. 생긴 것처럼 까탈스럽기도 하다. 양식이 되지 않아 모두 자연산이다.


살에 비해 껍질도 많은 편. 그런데 이쁨은 받는가 보다. 일본 한 지방에서는 삼식이 남자다운 모습 때문인지 튼튼한 아이를 낳기 위해 임산부가 삼식이 된장국을 먹는다고 한다. 살이 연하여 산란기인 겨울철에는 미식가들 사이에선 속풀이 국으로 유명하다.



밥상.jpg 공유마당



언제부턴가 인간에게 부쳐진 별칭 삼식이는 못생기고 바보 같다는 놀림 말로 쓰인다. 주부 예능이 활성화되면서 퇴직한 남편에게 ‘삼시 세끼’ 차려줘야 하는 아내의 하소연(?)에서 ‘삼식(三食)이’라는 말이 유행되었다.


일식(一食)이, 이식(二食)이었던 필자도 2020년 7월부터 삼식이 대열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삼식이 부담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치가 보인다. 자연스럽게 ‘2.5식이’가 되었다. 집에 있으면 아침저녁은 먹고 점심은 구황 식물(감자)이나 냉동식품(떡)으로 알아서 찾아 먹는다.


다른 방법도 있다. 심야까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다음 날 아침 늦게 일어나는 것이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2식이 된다. 아점(아침 겸 점심)과 저녁으로 말이다. 그런데 생활 리듬이 깨지는 단점이 있다.



요리 공유마당 김민영.jpg 공유마당 김민영




식성은 변하지 않는다. 나와 아내는 입맛이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김치다. 나는 숙성되기 전의 상태를 좋아하고, 아내는 숙성이 많이 되어 풋자두처럼 신맛이 나는 김치를 좋아한다. 파김치도 그렇다. 그러니 냉장고에 넣는 시기를 놓고 의견이 다를 때가 많다.


요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아내는 김치찌개를 만들 때 배추김치나 파김치를 되도록 그대로 넣기 좋아한다. 반면 나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넣는다. 함께 넣는 재료도 다르다. 아내는 참치고, 나는 돼지고기다.


가지무침도 하는 방식이 볶음과 찜으로 방식이 다르다. 가지요리 관련 자료를 보면 ‘볶음보다는 쪄서 무침으로 하는 것이 영양학적으로 좋다’고 한다.



가지요리 sbs플러스.jpg 가지요리 SBS플러스



김치찌개는 가끔 하지만 얼마 전 가지요리는 처음 해봤다. 먼저 유튜브로 예습했다. 마트에 가서 가지 6개와 부추, 대파를 사 왔다. 부침과 무침 요리에 도전했다, 시장기가 있어 부침 요리부터 했다.


먼저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 대파와 부추를 잘게 썰었다. 홍고추가 있으면 색깔이 있는 양념장을 만들 터인데 없다. 대신 풋고추를 잘게 썰었다. 조선간장도 있고 다진 마늘도 냉장고를 찾아보니 구석에 있었다. 참기름까지는 찾았는데, 양념장의 고명으로 쓸 통참깨 볶음은 도저히 찾을 수 없다.


이어서 꼭지를 잘라내고 흐르는 물에 닦은 후 이 등분하여 세로로 얇게 잘랐다. 유튜브 요리사는 전분 가루를 쓰라는데, 아무리 찬장을 뒤져봐도 밀가루뿐이다. 계란도 넣으면 좋은데, 마침 떨어지고 없다.


전분 가루에 부추와 물을 넣고 반죽을 만든다. 얇게 썬 가지를 넣고 반죽을 입힌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스레인지를 켠다. 중불로 조절하고 가지를 올려놓는다. ‘지글지글∼ 지글지글∼’ 소리도 냄새도 좋다.


양념장에 찍어 따끈한 가지 부침 맛을 본다. 맛이 끝내준다. 나는 가지를 좋아한다. 가지와 가지요리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말씀드리겠다.


나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자는 설거지보다는 요리’라는 신조를 지니고 있다. 그냥 삼식이 보다 요리하는 삼식이! 멋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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