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육남

수건(手巾)의 일생

수건(타월)도 어찌 보면 우리 인생을 닮지 않았나요

by 샤인
언스플레쉬.jpg unsplash


우리 집에는 '회갑기념 1995.12.16 자: 정영수, 희수, 재수, 경수 드림'아라고 쓴 수건을 사용하고 있다.


장롱에서 언제나와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몰라도, 어쨌든 화장실 수건걸이에 아직도 일주일에 한 번은 걸려 있다.


수건의 수명이 몇 년인지는 몰라도 수십 수백 번의 세제 목욕과 원심력 테스트를 통과하고 꿋꿋하게 오늘도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무심히 쓰는 화장실의 수건, 무심결에 생각해 보니 필부의 인생하고 닮은 구석이 많아 끄적여 본 사물시(事物詩)다.


수건.jpg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수건



요즘에는 뜸 하진만

예전에는 단골 메뉴

개통식에 준공식에

회갑칠순 잔치집에


야유회다 등산기념

일터에서 상가까지

한약방의 감초처럼

공사간에 필수품목




왁자지껄 뒤로하고

집에 와선 처박혔다

몇 년 후엔 호출되어

화장실로 냉큼 와선

탁탁 털어 머리 닦고

얼굴 몸통 손발까지

그러고선 내팽겨져

늘어졌다 세탁기행




예전에는 곤장백대

냉온찜질 했었는데

요즘에는 세탁기서

고추맴맴 핫팩하지


그러기를 몇수십 년

시력들은 가물가물

탈모에다 탈색까지

피부들도 거칠거칠


늙어지면 대부분은

천덕구니 된다지만

바닥인생 면한 것은

코드제로 킴벌리덕



아침저녁 여기저기

움켜지고 짓밟혀도

걸레려니 하고서는

꿋꿋하게 견딘 수건


무심결에 바라보다

불현듯이 생각하니

어찌보면 꼭 닮았네

우리 인생 꼭 닮았어


수건.Unsplash의the blowup.jpg 수건.Unsplash의the blowup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