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의《시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사우, 2024)
완료주의자 이경재 교수 덕분이다. 내 인생에서 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를 써야 하는 이유와 어떻게 쓰는지가 눈에 들어왔다. 시답지 않은 시 몇 편으로 시작 연습도 시작했다. 시를 쓰는 경제학자의 유쾌하고 뭉클한 인문학 강의다.
《시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를 보자마자 시가, 시조가, 동시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집인가 했더니 시조도 나온다. 동시도 가끔 보인다. 시작 메모 같은 에세이도 술술 읽힌다. 청개구리 시인 이정재의 시는 쉽다. 머리도 안 아프다. 자신감까지도 준다. 재미없는 경제학 강의를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유명한 시를 인용하다가 스스도 지어 활용했다니 청개구리답다. 전공은 아니지만 더 쉽고 더 재미있게 '시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이를테면 이렇다. 밥을 하는 요령을 세프한테 배우면 좋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수십 년간 노하우가 쌓인 어머니한테 배워도 맛있는 밥이 된다. 손 빨래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시 쓰기도 그렇지 않은가.
수단으로 시작한 이 교수의 부캐가 본캐에 버금가는 확장성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일상의 사소한 것도 자세히 오래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무언가와 연결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사물이 되고 사물이 내가 되어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상대를 더 잘 이해하게 되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처지를 바꾸어 다른 것이나 다른 사람의 위치를 생각하는 역지사지도 자연스럽게 생활화가 된다.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저자는 교수이자 시인이다. 경제학 교수로는 모르겠으나, 시를 부르게 하는, 아니 시를 쓰게 유도하는 시인으로서는 만점을 주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두 편의 습작 시를 지었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시답지 않은 시를 끄적였다. 그 시답지 않은 시집을 펼쳐보면 웃음이 난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나니 시 다운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쓴 설익을 시조 한 수다.
〈호수 바람〉
갑자기 고추바람 힘 차게 불어댄다
호수는 신이 나서 왈츠를 추어댄다
바람은 갑작스럽게 이렇게도 납니다
이 책을 읽고서 또 다른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틈틈이 시도 써서 '시집을 한 번 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