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에게는
이유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관에 앉아 신발끈을 조이며
출발을 재촉하는 작별을
거절하지 않아도 괜찮을.
뒷굽에 가득 묻어있는 미련을
현관 바닥에 문질러 털어내고
내일을 따라나섭니다.
"아" 제가 작별이라고 했나요?
요즘 자꾸만 친구들의 이름을
바꿔 부르곤 합니다.
또 한 해가 지나간 탓이겠지요.
낡아버린 오늘을 벗어
베란다 구석에 던져두고
헐거워진 수도꼭지처럼
한 방울씩 새어 나오는 마음을
반 바퀴 돌려 밤새 열어둡니다.
미련이 장마철 천변처럼
꿈틀대며 기어와 살아있는
무엇인 양 행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