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하나 둘 셋넷
정확히 네 번의 발자국이다.
노인은 불편해 보이는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에 기대 끌어가며
외풍을 막아주는 도서관의 정문에서
중문에 이르기까지 네발자국에
한 번씩 멈춰 섰다.
세련된 미감으로 디자인된 간판 위로
인증사진을 남기려 줄 서 있던 우리는
사하라 한 복판 나타난 향유고래를 마주한 듯
노인의 내디딘 걸음에 맞춰
숨을 멈추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고지 위로 쏟아지는 기관포처럼
자동문은 노인의 어깨 근처로
몇 번이고 여닫히며 죄를 범하고
돌아보는 노인은 고갯짓조차 늙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