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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차 Oct 07. 2021

오프라인 수업을 기다리며




이제는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 잡은 ‘00 사이버 대학에 다니고 나의 성공시대 시작됐다.’라는 광고 음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대학이 오프라인 개강을 미루고 온라인으로 개강한 가운데, 온라인 강의와 관련한 수많은 에피소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에 집중하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을 정도의 성실함이라면 못할 것이 없다며, 사이버 대학에 대한 농담 섞인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학기에 우연히도 휴학을 택해 사이버 개강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3년간 학교에 다니며 몇 차례의 사이버 강의를 들어왔기 때문에 현재 학생들의 어려움에 충분히 공감한다. 개강 첫날부터 학생들의 출석부 사진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보여주신 교수님부터, 부모님께 혼나는 모습을 생중계한 학생까지 잠깐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고질적인 서버 문제, 강의의 질 문제 등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문제도 있다.





이전에 울분을 잔뜩 섞어 통학에 관한 글을 연재했을 만큼 통학이 괴로웠던 학생에 입장에서는 사이버 강의의 장점이 꽤 크게 다가오기는 한다. 실제로 학생과의 소통이 없다 보니 수업의 질은 확실히 떨어졌지만, 몸이 편하니 삶의 질은 높아졌다고 말하는 주변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실시간 강의가 아닌 강의는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기도 하고, 불편한 강의실에 앉아 있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경험했던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수업) 나 Flipped Class(일주일에 한 번은 온라인으로, 한 번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수업) 형태의 강의는 꽤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느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나 놓치는 부분은 몇 번이고 재생해서 볼 수 있고, 시각 자료를 워드 필기로 옮기는 것도 수월하다.


나 같은 MBTI I형은 잘하지 못했던 질문도 게시판을 통해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인터넷 강의의 특성상 강의의 진도는 학생의 자율성에 오롯이 기대야 하기는 했지만, 오프라인 강의를 한다 해도 학생들이 수업을 다 듣고 있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되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토록 싫어했던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개강하자마자 종강일까지 며칠이나 남았는지 세던 친구들까지도 학교를 그리워했다. 단순히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학교가 그립다는 말을 했다. 의아했다. 훨씬 효율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심지어 이런저런 해프닝으로 재밌는 일도 많을 텐데 학교가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텅 빈 캠퍼스에서 찍은 꽃나무 


학교는 분명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수업 중간중간 강의실을 옮겨 다니며 마주하는 캠퍼스의 고양이, 대기가 길어 허겁지겁 달려가 먹고 도망치듯 다시 강의실로 가야 했던 치즈 찜닭, 가방에 들어있던 전공 책과 노트북의 무게까지 모두가 수업이고, 학교였다.


휴학 후 근로장학생으로 학교에 다시 가야 한다고 했을 때, 굳이 7시 30분에 지옥철에 몸을 싣고 7시 30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어쩌면 수업을 들을 때보다도 더 힘든 ‘극한의 통학’을 해야겠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조차도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통학은 익숙해지는 일 없이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학교에서 당연하듯 누린 시간과 일상이 나의 마음을 붙잡는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수업에 쫓기는 일 없이 학교를 누리기를 선택한 모양이다.


출퇴근할 때 예전만큼 붐비지 않는 지하철이나 캠퍼스는 아직도 영 어색하다. 코로나 19사태의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초유의 상황에서도 일상을 돌려놓기 위해 힘쓰고 있는 모든 사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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