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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 Dec 14. 2023

비 오는 하루가 좋아지게 만드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은

'자신의 취향을 더한' 이벤트 만들어보기

 


 비가 오는 날에는 온갖 불편한 일들이 넘쳐난다. 아침 출근길 버스는 초조한 내 마음도 몰라 주고 10분 늦게 정류장에 도착하고 우산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신발을 젖게 할까 봐 우산 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나를 둘러싼 공기의 꿉꿉함도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실수로 물 웅덩이를 밟기도, 빗길에 순간 미끄러질 뻔한 적도 적지 않다. 특히 대차게 비가 내리는 날은 일찍 집을 나서지 않는다면 지각을 면치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 내리는 날마다 마냥 우울해 있을 수많은 없지 않은가. 이제 나만의 방법으로 우중충한 하루가 기분이 좋아지도록 만들어 보자. 비 오는 날에 꺼내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자신의 취향을 더한’ 특별한 이벤트를 하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 오는 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위에 적힌 이유들로 그저 그랬던 기분도 순식간에 가라앉기 일쑤였다. 그래도 한국은 비가 내리는 날 보다 내리지 않는 날이 많으니 그걸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틈틈이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비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저는 비 오는 날이 좋아요.’라고 당차게 말한다.


그 이유인즉슨 나는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를 하는 날로 정해 두었다. 바로 ‘독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시야가 탁 트인 카페에 가서 독서를 한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많은 카페들 중에 ‘통유리창이 있는’ 카페라는 것이 나에게는 꽤나 중요한 조건인데 바로 그 옆에서 창 위로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를 들으며 독서를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독서에 집중을 하다가도 갑자기 빗줄기가 ‘탁’ 하고 세차게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 순간 창밖을 바라보면서 사색을 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독서는 사색이 필요한 행위기에 순간의 빗소리가 오히려 주의를 환기시켜 중간중간 충분한 사색을 돕는 듯하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 탓에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저절로 눈길이 간다. 비에 바짓단과 신발이 축축하게 젖어 힘겹게 걸어가는 사람들은 곧 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르기에 더욱 눈을 뗄 수가 없다. 손에 들린 갈색 쇼핑백은 색이 진해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아서 저 종이 가방을 집까지 무사히 들고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책가방이 우산에 완전히 가려지지 않아 ‘안에 있는 책들이 비에 젖어 있으면 어쩌지. 책가방을 앞으로 매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이어진다. 책이 비에 젖는 게 누구보다 싫은 나라서 괜한 남 걱정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마지막으로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사람들이 밖에 잘 나오려고 하지 않아 카페나 식당이 크게 붐비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비가 오는 날을 골라 웨이팅이 필요한 맛집이나 예쁜 카페에 가는 날도 더러 있다. 조용히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고, 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해서 ‘비 오는 날의 통유리가 있는 카페’는 나에게 최고의 힐링 장소가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장소를 비 오는 날과 결합해 나만의 ‘힐링 이벤트’로 한 번 만들어 보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헬스장에 갈 수도 있고, 친구와 노는 걸 좋아한다면 ‘막걸리에 파전’ 약속이 제격이다. 실내에서 가능한 쇼핑도 있다. 날씨 하나에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하나 만들어보자. 자신만의 취향을 더해 특별한 날을 만들어 나간다면 어느새 비오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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