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놓고 간 이야기에 어깨가 흔들거린다
어깨마다 바람이 내려앉아
솜털 가득한 봄날이 언덕을 오르고
모로 접힌 심장이 흔들린다
바람은 박자를 맞추는 손가락에 뒤설레고
은조각 물비늘은 얼굴따라 흔들리고 있다
바람은 봄을 입은 시인의 소양강 처녀를 읽는다
낡은 이정표는 시간이 비껴간 고목을
노란 꽃다지는 바람 가득한 언덕을 읽고
아직 벗은 밤나무들이 흥얼대는 봄날은 간다를 읽고
노변 무대 삐걱대는 널빤지는 발간 낭송을 읽는다
바람은 언덕에 선 그네 한 쌍, 속삭이는 이야기를 입는다
오랜 통나무 디딤돌은 발자국을
소양강을 오가는 통통배는 기다림을 입고
낡고 빨간 전화부스는 잘게 흔들리는 웃음을 입는다
개망초, 쑥 가득한 봄날의 언덕을 입는다고 썼다가
한 바구니 내려앉는 당신을 입었다고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