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같은 낙서를 한다
낙서는 바람에 밀린다
밀려든 문장이 구겨지고 나는 시인의 감성을 베낀다
베껴 쓴 어제를 갈아 끼우고 오래 뭉쳐있는 말을 씻어냈다
더위는 변덕스러운 얼굴로 거품을 따라갔다
약속이 길어지고 문자는 투명해지는 늦은 밤,
소음이 모퉁이를 뛰어다니고 느슨한 질문지가 도착했다
질문을 채우다 채운 만큼 비워야 한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글이 안 써진다는 핑계가 감기처럼 떠다니는 사이,
늦은 원고가 지면으로 걸어갔다
지면이 익어가는 밤,
밤을 헤집고 더께 같은 여름이
얄팍해진 문장 위에 걸터앉은
나를 훔쳐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