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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비 May 10. 2016

속초여행 단상

- 누리네 가족 여행기

속초 가족여행 단상

속초는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품어안고 있는 곳이다.
양양,고성,강릉 그리고 영서지방의 인제평창까지 아우르면서 그냥 강원도나 동해안 간다하면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지명이 속초다.

속초가 나와 인연을 맺은 것은 군입대를 통해서다.
춘천으로 입대하여 삼척에서 6주간 훈련받고 자대배치 받은 곳이 속초 이북 간성그리고 그후 대진항화진포거진송지호등 속초이북 해안가를 수개월 간격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군시절을 보냈다양양 물치에서는 8주간 분대장 교육을 받기도 했다.

군제대후 한동안 동해안을 찾지 않았었다갈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그런데 신혼여행을 다시 속초로 갔다그후 아이를 낳고...틈만 나면 갔던 곳이 속초였던 것 같다요즘에는 춘천 고속도로가 새로 뚫리면서 오가는 거리가 한참 가까워졌다김포에서 3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가 되었다.

총선이 끝나고 속초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속초여행은 여느때와 다른 몇가지 특이한 경험을 한 여행이었다.
누리가 운전면허를 딴 이후 고속도로를 처음 주행했다춘천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놓은 이후 운전대를 맡겼더니...비가 오는속에서도 속초까지 단숨에 내달려버린다처음엔 좀 머뭇거리더니 ..한번 해보지 뭐 !’하면서 그냥 쭈욱 가버린다..조수석에 앉아보니 느낌이 새롭다..아빠가 조수가 되고 딸아이가 운전대를 잡다니...언제 이렇게 커버렸나옆에서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그래 ..이게 세월이겠지아마도 부모님이 내가 성인이 되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겠지?

이놈이.,.대학생 되었다고 이제 엄마에게 대드네? ”
대학 1년시절 어머님과 시국에 대한 논쟁을 하면서 의견을 반박하니 되돌아왔던 대답이다...
녀석...언젠가 아빠가 나이가 들고 힘이 없어지면..이젠 인생의 운전대도 잡고 아빠 엄마를 조수석에 앉히고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를 하겠지하지만 아빠는 끄덕 없을거다..백년이 넘도록...

속초에 도착..여장을 풀고 속초해변을 비바람 맞으며 걷고...튜울립꽃속에 파묻혀 보기도 하고...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뜻밖의 체험을 했다아바이 마을을 둘러보고,,..갯배 체험도 해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바이 마을 입구 찻집에서 누리와 엄마그리고 내가 각각 다른 차를 시켜놓고 바닷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시간 가는줄 모르는 정담이다누리가 언젠가부터 아빠 엄마 대화에 대등한 주체로 참여하기 시작했다가정의 일상사뿐 아니다역사문화철학에서 시작해 시국정치 이야기등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낸다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여타의 전문가 못지않다새겨들을만한 내용이 하나둘이 아니다누리가 참여하면 대화가 풍성해지고 그래서 가족 이야기는 끝이없이 이어진다.

아바이 마을 실향민 동상앞에 섰다.
처연한 슬픔이 밀려온다고향땅북녘을 가리키고 있는 손끝이 애처롭기만 하다누리가 흑백사진을 담아줬다그 흑백의 화면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게 아닌 것 같다는 김남주 시인의 싯구절이 스쳐간다하지만 누리와 삼팔선 이야기를 하다가 답답증이 밀려왔다삼팔선휴전선수복지구 이런 말들이 여전히 생소하기만 한가보다속초가 삼팔선 당시에는 북한이었다가 한국전 후에 남한으로 편입된 사실을 아바이 마을과 연관되어 설명해도 잘 정리가 안되는 듯 하다. ...................

누리세대에게 고향이란 단어는 어떤 의미로 돌아올까?
아바이 마을 동상 손끝이 가리키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누리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궁금하다.

갯배 체험..
승선료가 2백원이다.
한 20여초만 끝나는 여정이다중앙시장과 아바이마을을 연결하는 일종의 운송선이다아바이 마을쪽에서 승선하고 중앙시장을 둘러보고 저녁을 생선구이로 먹은뒤 다시 돌아오는 배를 탔다.
엄마는 생선구이가 먹고 싶었나보다참 맛있게 잘 먹는다.
중앙시장에선 붕어빵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배를 무심코 탔는데..
관리직원 분이 쇠꼬챙이를 툭 던져준다의도를 몰라 두리번거리는데 줄을 당기라는 손짓을 한다.얼떨결에 직원이 되어버렸다그분과 함께 번갈아가며 줄을 앞뒤로 오가며 쇠꼬챙이에 걸어 당기니 배가 움직인다.

아니 승선료까지 받고 일까지 시키면 어떡합니까?”
항의를 하는 나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그래서인지 그 직원은 아무런 대꾸도 안한다옆에 같이 탔던 다른 일행분들이 재밌다며 웃는다..누리는 그 사이 동영상까지 찍었다..

저녁에 아이와 탁구를 치고 노래방에 갔다..
아빠 제법인데?? 아빠가 몸이 굼뜬 사람으로만 알았나보다딸아이와 탁구를 처음 쳐본것도 신기하다.

아직 아빠에겐 어림없지??”
어깨를 으쓱거려 보았다.

하지만 노래방에 가서는 아이의 독무대다.
혼자 선곡연출감독피처링등 다해버린다엄마 아빠가 자기의 독무대에 움츠러들라치면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70, 80 노래로 분위기를 다시 살린다그렇게 날이 저물고 밤이 깊어간다.

한밤중에 바람소리에 잠이 깨었다아이엄마와 누리는 쌔근 쌔근 잠이 들었다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보니 바람이 태풍급이다무심코 울산바위쪽을 보니...불빛이 느리게 움직이며 내려오고 있다.

아 !! 미시령이다...
누굴까이 바람부는 한밤중에 미시령 옛길을 선택하여 차를 몰고 내려오는 사람이...궁금하다.

미시령...
군대시절 한여름에 백킬로 행군하며 걸어서 넘었던 고개다그때는 비포장 도로였고 휴게소도 없었는데...
제대후 어느날 보니 포장이 되어버렸고..휴게소도 생기고...
차량이 한참 붐볐다.
그런데..미시령 터널이 뚫리며 고갯길 도로는 졸지에 옛길이 되어버렸다.
미시령 터널로 인해 인근 순두부집에 몰리던 차량들도 급감해버렸다하니 교통이 편한게 그리 마냥 좋은것만은 아닌가 보다.

다음날 아침 ...
미시령 순두부집을 찾았다.
순두부 정식 아침식사가 따뜻하고 가볍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손님을 만났다.

식당안에 웬 새가 날아들어서 자세히 보니 제비다.
3년째 이 식당을 찾아오고 있다한다식당 주인은 제비에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 같다흥부네처럼 박씨물고 오는 제비가 될지...녀석들에게 다가가 인사하니 자신들의 흥을 깨지 말라는 듯...반가운 눈치는 아니다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며 지지배배 거린다...

어릴적 고향을 떠나온뒤 처음보는 제비다그래서 더욱 반갑고 정겹기만 하다조영남의 번안곡인제비도 애창곡중의 하나다이번 여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반가운 손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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