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비 May 13. 2016

북녘에 간다는데 -개성나무 심기 행사 참가기(1)

* 개성공단 부활을 염원하며 2007년 4월 김포시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에서 진행한 개성나무심기 참가기를 다시 올려봅니다. 

--------------------------------------------------------------------------------------------------------------

 ‘김포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하필 개성에다가 웬 퍼주기 행사?’
김포 민주평통에서 주관하는 ‘개성 진봉산 나무심기 행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출발을 앞둔 전날까지 의원들이 전원 참여하는 시의회에도 어김없이 화살이 되어 날아왔다.

‘저는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고통의 근본원인은 분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통일의 문제는 주변의 배고픔을 해결한 뒤에 먼훗날 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 가장 우선시되고 칠천만이 함께 매달려야 할 중차대한 사안인 것입니다.’ 

4월 20일 출발에 앞서 방북 비판글에 대해 인터넷에 올린 답변글의 한 구절이다.  
개성 진봉산 나무심기 행사는 사랑의 연탄 나눔운동본부에서 주관하고 민주평통 김포시 협의회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자료에 따르면 개성 진봉산 나무심기 행사는 올 한해 5회에 걸쳐 연인원 천여명이 진행할 예정이라 했다. 

우리에게 ‘북한’이란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
동토의 땅, 금단의 지역, 철의 장막, 기아와 빈곤, 전쟁의 원흉.............
온갖 부정적 의미의 수식어들이 금새 한아름 떠오른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간다’는 말은 야릇한 흥분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그리움일까? 우리보다 못산다는 것에 대한 우월감의 확인일까?’
마음속에 호기심, 떨림, 긴장감, 애틋함이 교차한다.

자유로에 들어섰다. 사랑의 연탄나눔운동본부 이경재 간사가 차량안에서 방북교육을 실시했다. 활달하고 예쁜 젊은 아가씨다. 남남북녀라 했지만 이경재 간사의 경우엔 ‘남남남녀’라 는 말을 적용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용어 사용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북한, 남한, 대한민국 이런 말보다 ‘북측, 남측’이란 표현이 훨씬 부드럽고 편안합니다.”
“늙은이란 말이 북측사회에선 ‘어르신’이란 존칭어로 사용됩니다. 화장실을 위생실이라 하는 것도 기억하시고요. 아가씨란 말은 비속어로 여겨지니 주의하세요.”                             


  재미있는 것은 어느 방향을 가리킬 때 손가락하나를 들어 지시하는 것처럼 모양을 취하면 적대감의 표시란다. 아예 손바닥 전체를 펴서 방향을 가리켜야 한단다. 나눠받은 신분증은 여권과 같은 것이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을 힘주어 한다. 특히 사진촬영은 허가받은 지역에서만 가능하니 절대적으로 조심해야 한단다. 이걸 어기면 일행전체의 귀환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살벌한 경고가 뒤따른다. 

‘언제가 될까? 여권 비스무레한 이런 거추장스러운 딱지를 떼어버리고 자유롭게 남북을 오갈날이!’ 목에 걸린 ‘신분증’을 만지작 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어느새 임진각을 넘어 서서 남측 세관에 들어섰다. 북측에 비해 비교적 통관절차가 편리하다는 남측 세관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면서 왼편을 보니 도라산역 인근에 북녘을 향한 철길이 보인다. 

“작년에  합의했다가 시행전 북측의 갑작스런 취소통보로 아직껏 시험운행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듣는 사람의 얼굴마다 열차시험 운행이 하루빨리 진행되길 바라는 염원이 스친다. 길가의 가로등 마다 한반도기가 장식되어 있다. 북측가로등도 품질은 똑같지만 한반도기는 달려있지 않다고 한다. 남측 산야에는 비교적 수풀이 우거지지만 북측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무구경 하기 힘들 정도로 민둥산 천지라는 말도 들려온다. 


“정의원. 역사에 관심많은 사람으로서 이곳을 넘어서는 소감이 어때요?”
뒷자리에 동승한 최연식 시인이 대뜸 질문을 던졌다. 

“글쎄요. 이곳 도라산 역 부근은 고려 무신정변때 문신들이 끌려와서 집단살육을 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엎드리면 코닿을 곳이 개성인데.............”

긴장한 탓일까? 방북소감을 묻는데 고려 무신정변 이야기가 동문서답식으로 툭 튀어나온다. 아마도 개성이 고려 5백년 역사의 도읍지였던 점을 의식한듯 하다. 이런 저런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니 앳되어 보이는 북한군인이 길가에 경계자세로 서있다. 어느새 북한지역에 들어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속초여행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