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없다고 하네요 - 김포에세이(6)
대곶 수안산 가는 길목...'길없음' 표지판이 정겹게 인사를 합니다. 찻길은 물론이고 동네 골목 어귀에까지 딱딱한 글씨체의 도로명 표지판에 익숙한지 오래입니다. 면사무소에 규격화된 안내표 제작을 의뢰해도 될법합니다. 그럼에도 저렇게 손글씨로 직접 써붙인 표지판이 '김포의 정취'를 보여주는 것 같아 정겹기만 합니다. 안내판을 써붙일 정도로 많은 분들이 여기까지 왔다가 발길을 돌렸을 것 같습니다. 아마 발길을 돌리는 분들은 한결같이 저 표지판에 씨익 웃으며 인사를 했을 법합니다. 덕분에 바로 인근에 있는 오백년 수령 은행나무 어르신과도 악수를 했습니다. 대충 따져보니 조선 전기시대부터 이곳을 지켜온 셈이니 그 세월의 무게감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돌아가는 발걸음에 고추밭 장대에 꽂혀있는 빠알간 고추가 자기도 봐달라며 맵시를 자랑합니다. 비록 고추의 본래 사명을 다하도록 선택을 못받고 장대에 꽂히는 신세가 되었지만 나름 운치가 있어 봐줄만 하지 않냐는 투입니다. 눈길을 돌려보니 주인에게 선택받지 못한 존재가 또 있었습니다. 말라붙은 포도밭 포도송이가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네가 있기에 다른 친구들이 빛나는 거야. 자신의 신세를 너무 한탄하지 마렴" 녀석은 내말을 알아듣는지 마는지 그냥 힘없이 웃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만물도 다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선택과 비선택 차별없이 온 세상 만물이 한길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꿈꾸어봅니다. 선조들은 그길을 '대동세상'이라 말했지요. '길없슴' 표지판은 그 길을 새롭게 만들라는 울림으로 여운을 남깁니다. #대곶 #수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