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망설였다. 당연하다.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하는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헤어짐'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주제에 안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끝을 생각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대학 1장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물유본말(物有本末) 하고 사유종시(事有終始) 하니.
모든 물체에는 근본과 그 끝이 있고, 일에는 마침이 있기에 시작이 있다. 라는 말이다. 근데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의아했다. 보통은 "시작이 있기에 끝이 있지."라고 많이 이야기 하는데 이 문장은 그와 반대로 '끝이 있기에 시작이 있다.'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억측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하나 둘 경험들을 하다보니 문득 이 문장이 진짜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연애를 하면서 끝을 생각하라는 말인가! 사실 어려운 문장이다. 지금 당장 좋아죽는 이이랑 어떻게 헤어짐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언젠가는 그 사람을 심적으로 보내줘야 하는 시간이 올것이다. 그것이 이별이든, 사별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말이다. 대부분은 이러한 이별의 순간이 무서워 연애를 시작도 안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진심으로 공감이 간다. 나도 내 옆에 있는 이사람이 없다면 정말 너무나도 아플것 같다. 하지만 이 사람과 같이 했던 즐거운 시간은 감사한 시간이고, 축복받은 시간이었음은 사실이다.
미래에 아플것이 무서워서 지금의 행복한 시간을 놓친다는 것은 아쉬운 선택일 수 있다. 오히려 같이 하는 시간동안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고,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매 순간 기록해 놓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나한테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는 참으로 감사한 존재다. 항상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감 있던 내가 하루아침에 자신감을 잃고 방안에서 나가지 않았을 때도 같이 해주던 고마운 사람이다. 비싼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했지만, 같이 동네 국밥집에서 국밥먹는 것을 좋아했다. 공표영화도 좋아하지만, 같이 '짱구는 못말려'를 보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 덕분에 평범했던 시간들이 빛났고, 행복했으며,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그 감사함을 앞으로도 마음 깊이 곱씹으며 살 수 있기를 내 자신에게 바란다.
우리 연애의 마지막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른다. 꼭 설렘이 없다고 해서 이 연애가 끝나야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의 연애는 진짜 다양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친구가 어떤 형태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도 내 소중한 사람에게 고맙고, 감사했다고 얘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