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선생님이에요

PDR(Plan-Do-Review) 실습 2

by 큰손잡이

민수는 얼마 전 임용에 합격한 영어선생님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민수가 기간제 교사로 학교에서 근무를 했을 때 아이들과 마찰이 있었고, 결국에는 안 좋게 마무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일자릴 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들도 있었지만, 민수는 진짜, 정말 선생님이 되고 싶어 했다. 교단에 서서 자기가 사랑하는 '영어'라는 언어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그때는 그저 응원을 하는 단계였다.


임용을 합격하고 첫 학교에 부임했다는 소식을 문자로 접하였는데, 얼마 뒤 민수가 얼굴을 꼭 보자고 요청을 하였다. 자리에 나가보니 대인관계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자기는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서 선생님을 택했는데, 학교 같은 부서의 선생님과도 너무 결이 안 맞아서 힘들다고 했고,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힘듦이 있다고 호소를 하였다. 정말 도와달라는 민수의 부탁을 받고, 천천히 민수가 갖고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체크해 내려갔다. 이번에도 내가 어떤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민수가 이야기한 것들을 천천히 구조화해 주었다.


사실 민수는 이미 다섯 자산을 본능적으로 핸들링하고 있었다.


임용에 합격하기 전, 대부분이 '합격'에 목표를 둘 때 민수는 '가르치는 행위'에 목적을 두었다. 본인 스스로가 대인관계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비용을 충당하며 영어스터디 모임장을 하고 있었다.

이미 지식/시간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문제인 '대인관계' 즉 사람 자산의 균형이 문제였다. '사람' 카테고리 말고는 모든 자산이 이상적으로 맞물릴 수 있는 구조였다.


민수는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였다. 옷은 꾸밈없고 겉치레 없었으며, 날것의 감정들을 종종 표현하고는 했다. 외형의 자신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방식으로 사람자산을 직접적으로 끌고 갔다. 결국 누구보다 진솔한 친구였지만, 한번 미워하거나 안 맞는 사람과는 지독하게 힘들어했다. 민수도 이 부분을 스스로도 알았지만 다루지 못했어 힘든 부분이라고 고백했다.


연애 고민을 상담할 때도 민수는 "제가 매력이 없나 봐요."라는 표현보다는 "잘 모르겠어요."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차분하게 들어보면 아직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인식에서 나온 말이 많았다. 이미 문제의 정확한 위치를 짚고 있었다.


"버텨야겠네요. 이번엔 어설프더라도 버텨볼래요."


나와 대화를 마친 다음 민수는 남들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자기는 한 번도 못해본 만큼 한번 해보겠다면서 '학교에서 1년은 버텨보기!'를 목표로 세웠다. 대신 그때그때 대인관계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나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인의 피드백에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시간 자산을 믿기로 한 부분이 컸다. '내가 대인관계는 약하지만, 선생님으로서 가르치는 방법에 열정은 진짜다.'라는 믿음이 생기니 '대인관계에 서투른 나'와 '선생님으로서 프로페셔널 한 나'를 혼돈하지 않았다.


대인관계는 연습을 하면 되는 부분이고, 그걸 민수가 갖고 있는 선생님의 열정으로 커버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이 이야기가 올해 1월 이야기이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10월 중순이다. 민수는 여전히 학교에서 뒹굴긴 하지만 자기 직장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다섯 가지 자산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나의 정리와 함께 내가 다른 사람을 다섯 가지 자산으로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 경험들을 이야기하였다. 이렇게만 읽으면 '넌 방법을 아니까 그렇지!' '넌 원래 떡잎이 달랐겠지.'라는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구르고, 눈물을 훔치며 버틴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난 이번에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단순히 책상 위에서 다루는 이론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원탁에서 나온 이론들은 공허하다. 이제부터는 내가 사회 초년생 시절 실제로 어떻게 구르며 자산을 쌓아갔는지, 그 '날것의 기록'을 보여주려고 한다. 내 일기, 내 노트, 내 현장 기록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5가지 이론으로 딱딱 정제된 이야기들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그때 내가 배웠던 인사이트들을 내가 성장하는 순차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날것 그대로라 더 솔직하게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다섯 가지 자산을 명확히 정리하진 못하였었지만, 기록을 통해 다섯 자산을 조금씩 핸들링하는 내 모습, 성장해 나가던 모습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었던 시작은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 14화눈을 감고 너의 10년 후 하루를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