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6년 공부하며 알게 된 것들 2

이 모든 걸 왜 할까? 실존주의 이야기

by 큰손잡이

취업준비생에게 정말 바쁜 달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난 주저 없이 8월 9월이라고 이야기하겠다. 이유는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는 시즌이기도 하고(회사가 사람을 뽑는데 기간이 있다는 사실이 웃기다) 1년에 한 번 있는 자격시험 같은 경우에는 9월에 시험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새벽 4시까지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친구 자취방에서 잤다. 통학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왔다 갔다 하면서 들어가는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해서 그랬다. 그런데 문득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를 들어가기만 하면 더 이상 고시생활은 하지 않아도 되겠거니'하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시험에 시험에 시험이 연속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준비하고 있는 이 시험으로도 결판이 안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딜레마에 빠졌을 때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취업의 고시화'가 일어나버린 요즘 계속해서 시험을 보랴, 자기소개서 쓰랴 이것저것 하는 것보다는 시험하나 합격하면 신분이 바로 보장이 돼버리는 공무원이 얼마나 편하게 보였겠는가.(하지만, 막상 무서워서 공무원 시험공부에 못 뛰어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아무 의미 없는 것들 채워진 하루를 보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 한 권을 읽었다. 이번처럼 내가 의미를 다시금 찾고 싶을 때 읽는 책이다. 바로 빅터 플랭크에 '죽음의 수용소에서'이다.



빅터 플랭크는 3대 심리학 (정신분석 심리학, 인본주의 심리학, 행동주의 심리학) 중에서도 인본주의 심리학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내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 있던 일들을 기록한 내용이다. 삶과 죽음이 계속해서 갈리는 전쟁터와 같은 곳에서 심리학자로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아님에 맞설 용기'라고 이야기 한 빅터 플랭크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책에 내용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적혀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전쟁이 계속해서 발발 중이던 때 수용소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한 가지 희망을 갖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면 전쟁이 끝나서 우리 모두 집에서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독일군으로부터 자유를 찾을 수 없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책의 저자인 빅터는 라디오에서 영국군이 열세하여서 독일군에게 밀리고 있으므로 전쟁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은 양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빅터는 이 소식을 친한 동료 수감자였던 A에게 말하고 다음날 A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빅터 플랭크는 시간이 지나 책에서 서술하기를 'A가 죽은 것은 더 이상 살 희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자유가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것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좌절해서 죽었다는 것이다. 더욱 재밌는 건, 크리스마스에 전쟁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것은 그 누구의 발표도 아닌 스스로가 생각한 기한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빅터 플랭크는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상황에 대하여 희망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가 안 쓰러질 희망을 갖고 있으면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도 이야기하고 있다.


즉, 허무(아무것도 아님)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나 스스로가 계속해서 희망을 갖고 허무를 바라보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 이 글은 정말 큰 위안이 되었다. 누구나 느끼는 무의미의 해결 방법을 알려준 책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어려움은 대한민국의 학생, 국민이라면 모두 갖고 있는 어려움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인문대를 나오면 치킨집을 하게 되고, 공과대를 나오면 회사 취직 후 10년 동안 일하다 퇴직금을 모아서 치킨집을 한다.

-헬조선 결국 탈출이 답.

-인생에서의 즐거움이 아닌 지금 당장의 어려움을 탈피하기 위한 욜로


이 모든 것들이 생각을 해보았을 때, 나 스스로가 어떠한 의미도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허무의 무게에 짓눌려서 나오는 현상들이다.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심리학 중 하나는 허무의 무게를 버텨내면서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실존주의 심리학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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