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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책방 여행자 Aug 23. 2020

노을 타는 중

시가 있는 일요일

내가 쓰는 방이

동쪽과 서쪽에 창이 있어


뜨는 해도 보고

지는 해도 본다.


뜨는 해는 그렇게 많이 보는데

지는 해는 오늘에야 오랜만에 본다.


뜨는 해에

오늘 시작하는 건 알았지만,


지는 해에

아련함을 나는 몰랐구나


대학을 다닐 때 추억이 너무 이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대학을 추억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지나간 사람들, 이제는 연락 한번 못하는 친구들을 얼마나 생각했는지 돌아보게 됐다.

그러다가 문득, 맨날 이쁜 학창 시절이라는 말만 했지 그 추억을 이쁘게 대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아직 젊은 사람이 아련함을 입에 담는 것에 혀를 찰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아련함을 알기 때문에 뜨는 해에 더 열광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잘 모르지만, 미래에는 와 닿을 아련한 지금을 더 아름답게 살지 않을까?


취업이 어렵다. 이직은 더 어렵다. 청년들은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계절이 바뀌는지도, 내 옆에 사람들이 바뀌어 간다는 것도 모르고 그냥 살고 있다.

그러다가 그들이 먼 미래에 지금을 아련하게, 그리운 마음으로, 아름다웠던 시간들로 추억을 못하면 어떡하지.

그 사실이 새삼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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