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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책방 여행자 May 23. 2021

이게 더 합리적인걸요?

심리 학과생의 경제신문스크랩 시리즈

흠이 있는 소비? 똑똑한 소비죠 ^^


고등학교 지리 시간 때의 일화다. 때아닌 여름 태풍으로 인해서 1년 농사를 지은 사과와 배가 상처를 입어서 눈물을 머금고 폐기를 하는 농부들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요즘 사람들은 비가 오면 '우산 챙겨야 되네..', 눈이 오면 '일찍 출발해야지' 정도로 기후 영향을 체감하는 듯하다. 하지만 인류가 날씨로부터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물론, 이 말도 옛날 얘기다. 기후변화가 최고의 리스크로 떠오르는 요즘은 모두가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맛있는 농장물을 상처 조금 났다고 안 먹는 건 너무하다."라고 말씀을 하셨었다. 농사를 지었던 어린 시절이 있으셨던 분인 만큼 열심히 지은 농산물들이 살짝의 흠이 있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팔리지도 않는 현실을 속상해하셨었다.



시간이 흘러 지리 선생님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요즘은 '리퍼브 소비'가 대세다.


최근 임퍼펙트 푸드 같은 ‘못난이 농산물’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실물 경제가 한동안 극심한 침체를 겪은 후 양질의 값싼 제품을 찾는 ‘가성비 소비’가 늘어났고, 여기에 친환경 이슈 등에 따른 ‘가치 소비’ 움직임까지 더해진 것이 주된 요인이다. 과소비에 의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자는 ‘리퍼브(Refurb·약간의 흠집이 있는 물건을 손질해 싸게 파는 것) 소비’의 한 형태다. 이런 트렌드는 음식을 넘어 패션, 가전, 가구 등 다른 영역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크랩 신문 원본 중-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을 법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요즘이다. 특히 소비심리가 정말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구매를 하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면, 요즘 소비자들은 소비도 잘해야 한다. 특히 '친환경', '합리적 소비'와 같이 일반 소비자(consumer)에서 똑똑한 소비자(smart consumer)로 레벨 업을 시켜주는 소비는 하나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리퍼브 소비를 하며 친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가격은 저렴하니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전에는 흠이 있는 소비를 하는 소비자를 '구매력이 충분치 않은 소비자'로 보았다면, 요즘의 흠이 있는 소비는 '사회 환경도 생각하는 개념 있는 소비자'로 보이는 것이다.




은행보다 코인이 더 합리적인걸요?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놀랐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 번째는 친구들의 투자 종목 때문이다. 분명, 자신들은 합리적이고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친구들이 주식, 채권, 펀드, ETF와 같은 금융상품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코인에만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얼마 전에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미국 모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와서 실언을 하는 바람에 코인 시장은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도 코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 처음 월급을 받으면 어떤 투자상품에 투자를 할지 얘기를 나눴던 만큼 친구들의 투자성향을 알기에 더 놀랐던 것 같다. 친구들은 채권이나 적금과 같이 매우 안정적인걸 선호했지만 코인은 그 반대이지 않은가? 친구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코인이 더 합리적인걸?"


단기성 적금인 1년짜리 상품을 가입하려고 해도 이율이 2%대인 것을 보면 손이 멈춘다.(이마저도 거의 없다) 주식에 넣으려고 해도 평균 수익률이 20%가 안 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손이 멈춘다. 수익률이 좋은 것은 결국 코인인데, 어차피 위험하다면 비트보다는 알트를 하겠다.라는 친구의 말에 솔직히 반박을 하지 못했다.  

 첫 번째 질문에 답변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고, "떨어지는 지금도 계속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라 고 물어봤다.


"마지막까지 그게 끝일지 아닐지는 어떻게 알아?"


아무리 지표가 없는 코인 시장이고, 기성세대들이 이해를 못한다고 해도 코인 시장에는 상장폐지를 하기 직전까지 '자본'이 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가 뭐라고 했든, 주변 어른들이 뭐라고 했든 결국에는 그 안에서 처절하고, 안전장치 없는 전쟁은 계속된다. 시장이 알아서 굴러가는 셈이고 거기서 마지막의 희망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도 참혹하다.




2030 세대들의 철없는 행동이라고 비판을 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이해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행동 기반에는 심리적인 이유가 있음을 먼저 말하고 싶다.


 심리학 중에서도 인지심리학 부분은 '어떤 사람이 언제, 무슨 행동을 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복잡하게 더 설명하기 시작하면 합리적 행동 상담(REBT), 인지 행동 상담( CBT)과 같이 나누어지겠지만,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서는 사람은 두 가지 이유로 인해서 움직인다고 이야기를 한다. 바로 '피하고 싶은 ㅇㅇ을 피하기 위해서', '갖고 싶은 ㅁㅁ을 쟁취하기 위해서'이다. 자산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그에 맞춰서 물가도 올라가지만, 근로임금의 상승률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결국 청년들은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 맞춰서 사회생활을 해야 하고, 미래의 파산에 대비해서 움직였을 뿐이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움직인 것일수도 있다.)


 '과정에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결과 또한 합리적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 2030 세대와 코인에 관해서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나의 이번 글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급하였다.



전학생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야. <유통 이야기>


 마켓 컬리와 같이 신선식품 새벽 배송을 하는 기업들이 각광을 받다가 요즘 다시 조용해졌다. 그들도 장사를 하려면 어쨌든 넘어야 할 산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에는 크게 '3PL'과 '풀필먼트' 형태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한다. 3PL은 쉽게 택배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되고, 풀필먼트는 직매입을 해서 판매하는 구조를 생각하면 다. 중요한 것은 새벽 배송을 하는 곳들은 서비스시간 단축을 위해서 '풀필먼트'식으로 경영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허브 마련이 충분히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초기에 '허브'를 충분히 마련하기 어렵다. 자본을 마련하려면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물건을 팔려면 허브를 가지고 있어야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통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았다.


 마켓 컬리, 쿠팡 같은 유통기업들은 맨 처음 나왔을 때 최적화된 배송 서비스와 파격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높은 벽을 넘을 수 있었지만, 신선식품 새벽 배송이 주력인 서비스업들도 '중간 허브를 얼마큼 구축하여 기동성을 올리느냐'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결국에는 멋지게 해결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기를 바라면서도, 새로운 신 사업에 투자를 할 때 새로운 사업의 화려함만 바라보면서 해당 산업군의 특징을 망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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