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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DAD Apr 14. 2024

100억을 벌겠다는 다짐

첫 편에서 "사람이 먹고 살만큼 벌면 되지, 돈보다는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아이가 생기며  각종 투잡에 대한 인터넷 강의 등을 수강하는 데에 수백만원을 쓸 정도로 돈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얘기를 했다. 이번 편에서는 그 얘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써보려고 한다. 


최근 그런 뉴스를 들어본 기억이 있는가? 최신 개발된 유전자치료제 가격이 38억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이전에 개발된 유전자치료제 중 가장 비싼 약은 22억쯤이었는데 무려 16억 가까이나 더 비싼 약이 개발됐다. 22억짜리 약은 그나마 최근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이제 600만원만 지불하면 주사를 맞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유전병은 근육병의 일종으로 치료받지 못하면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다가 나중엔 호흡을 관장하는 근육까지 약해져 결국 호흡기 도움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무시무시한 병이다. 이런 병이 주사 한방이면 치료가 된단다. 단, 조건이 있다. 만 3세 이전에 그 주사를 맞아야 한다. 


희귀질환인만큼 독자가 봤을 때에 많은 환자 수는 아니겠지만, 그 돈이 없어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에 이미 만 3세가 지나버린 환아 부모들에겐 정말 천추의 한이 됐을 것이다. 치료제가 개발됐는데 돈이 없어 내 아이를 치료하지 못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됐을 때에는 이미 그 약의 유효 연령이 지나버려 내 아이를 치료받지 못한채 내버려둘 수 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은 차마 상상하기 어렵다. 


희재는 같은 병은 아니지만 또 다른 희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마저도 2015년도부터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무료로 적용되는 유전병 스크리닝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아, 거의 생사의 고비를 넘긴 적도 있다. 현재는 이 희귀병을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약을 복용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으며, 다행스럽게도 이제껏 잘 회복하고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 임상시험 기간이 늘어나는 행운이 찾아와 향후 3년 정도 더 약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 치료제는 아니지만 관리를 도와주는 이 약이라도 섭취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먼저 수입 허가가 나야하고 이후에 건강보험 적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둘 중 하나도 최소 수년의 기간이 걸리는 일이고 이마저도 된다는 보장이 없다. 수입심사를 통과해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면 일 년에 드는 약값만 1억이 넘는다. 사 먹는 것은 재벌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미국에서는 이러한 약들이 너무도 비싸기에 대부분 기부를 통해 환자들이 공급받는다. 우리는 그런 기부 문화가 없고, 또 의료 시스템도 다르기에 쉽게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사실상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면 일반 서민으로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물론 관련된 다양한 NGO나 재단 등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수십억 하는 치료제를 지원받는다는게 쉬운 일도 아니고 단시간 안에 해결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희재가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꽤 오랜 병원 생활을 하며 그간 정신없이 나와 아내 앞에 닥친 일을 해치우기 바빴지만,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아이의 상태가 관리되고 나서는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돈이 없어 아이의 치료를 미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기를 바랐다.


2020년 노벨화학상까지 수상한 Crispr라는 '유전자 가위' 기술 덕분에 유전자 편집이 놀랍도록 쉬워져 앞으로 수많은 유전자 치료제가 탄생할 것이다. 그 중에 희재의 희귀병 치료제도 개발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치료제가 앞으로 10년 이내 개발된다 가정한다면 내가 할 일은 치료제가 나왔을 때 희재가 돈 때문에 치료를 못받는 상황을 없애야 하는 것이다. 그때는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유전자치료제 가격을 5~70억은 되지 않을까? 우리 가족 생활도 해야하니 딱 맞게 70억은 그렇고 이왕 많이 벌거 100억으로 그 목표를 잡기로 했다. 


목표를 이루는 날이 그리 멀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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