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이담북스, 2020)가 1주일 정도 있으면 출간된다. 내 생애 첫 책 '나의 주거 투쟁'(궁리, 2018) 이후 2년여 만이다. 다작(多作)하는 저자들이야 1년에 여러 권도 낼 테지만, 본업이 따로 있는 나로서는 생각보다 짧은 기간에 둘째를 내는 편이다.
책을 내는 동기는 작가마다 천차만별이다. 브런치에선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출간 제안이 와서 작가가 됐어요!"라는 글들이 꽤 많이 보인다. 내가 책을 내는 이유는 그런 출간 동기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2018년 생애 첫 책 '나의 주거 투쟁'(궁리)
첫 책을 낸 동기
1. 대형 서점에 가면 매대엔 참 많은 책이 보인다. 거기 갈 때마다 진열되는 책이 달라진다. 쏟아지는 책들을 보며 '이렇게 많은 책 중에 왜 내가 낸 책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출판의 1차 동기였다. 여기까진 솔직히 누구나 생각하는 단계일 수 있다.
2. 마침 상황이 작용했다. 내 본업은 기자다. 당시 정치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대통령 선거라는 최대 이벤트를 취재했다. 전력을 쏟아부은 뒤여서 그랬는지 대선 후엔 허한 마음이 들었다. 뭐든 시시하게 느껴지는 그런 감정. 다시 전력투구할 뭔가가 필요했다. 일종의 금단 증상이 찾아온 것이다. 기자의 관점에서 보면 슬럼프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시기, 나는 그 돌파구를 출판에서 찾았던 것 같다. 책을 쓰는 동안엔 희열을 느꼈으니, 공허한 빈자리를 잘 채워준 셈이다.
3. 이런저런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바로 출판에 착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무리 출판 동기가 강렬해도 쓸 주제가 없으면 허사다. 자판을 한 글자도 두드리지 못한다. 그런데 출간 동기가 강렬하다면, 어떻게든 주제는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찾은 키워드가 '주거 투쟁'이었고, 신나게 원고를 써 내려갔다.
그런 점에서 내 출판 동기는 순수하지는 않다. '순수한' 동기는 아마도 "이 주제를 꼭 쓰고 싶어"에서 출발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책을 내고 싶어"였다. '불순한' 동기다. 실컷 작성한 원고를 아무 출판사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쓰레기통에 처박힐지도 모를 상황이었지만, 무슨 배짱이었는지 일단 썼다. 2~3달 써 내려간 원고 초안을 출판사에 투고. 출간 제안 답장을 받았을 때의 그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두 번째 책을 낸 동기
1. 기자를 하면서는 보통 5~10매, 기획 기사라고 해봐야 15매를 넘는 일이 좀처럼 없다. 책은 달랐다. 한 주제에 대해서 900~1000매 분량의 호흡이 긴 글을 쓴다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첫 책을 내고 나서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한번 해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책은 이렇게 쓰면 되는 거구나' '호흡이 긴 글은 이렇게 구성하면 되는구나' 그 자신감이 이번 책으로 연결됐다.
2. 둘째 책은 좀 늦게 낼 생각이었다. '일하기도 바쁜데 무슨 책이야'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한 번 출간의 맛을 봐서일까. '출간 금단증상'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이제 나를 말리지 마시라.)
3. 하지만 선뜻 출간할 용기가 생기지는 않았다. 본업이 있는 입장에서 책을 쓰면 누군가는 '와 대단하다'라고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은 안 하고 무슨 책을 내느냐' '요즘 한가한가 보네?'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부인할 수 없다. 사실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 주말 휴식 시간 등을 이용해 쓰는 거지만, 곱잖은 시선은 어쩔 수 없다. 나는 남의 시선을 생각보다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영화 한 편을 봤다. 조커였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쳐가는 세상에서 미친 사람이 미친 것일까, 정상인 사람이 미친 것일까'. 곧이어 '남의 시선 의식하지 말자. 인생도 짧은데 후회할 일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실천으로 옮기게 됐다.
4. 그렇게 나는 또 '불순한' 의도로 두 번째 책 주제를 찾아 나섰다. 자세한 동기는 12월 30일 출간되는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담겨 있다. 책 구매해서 참고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