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더위가 시작될 무렵, 두 번째 책을 내야겠다는 갈망으로 가득하던 시기였다. 문제는 주제였다. 아무리 출간을 갈망하더라도 주제가 있어야 쓸 것 아닌가.
그러다 한 후배와 밥을 먹었다. 그 후배는 뭐랄까. 나에겐 영감을 주는 인물이다. 인사이트가 있는 친구다. 그날도 역시나였다. 출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더니
"질문 어때요? 기자는 질문하는 게 일이잖아요!"
"질문? 기자가 질문하는 직업인가?"
"당연하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랬다. 심지어 몇 년 전 나는 친한 교수의 부탁을 받고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인터뷰의 실재'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무려 한 시간이나 떠들었었다. 정치부 기자로서 어떻게 질문하는지 실전 이야기를 했다.
강연을 부탁한 교수는 나에게 "이론은 내가 가르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오가는 실전 대화는 기자들이 제일 잘 안다"라고 했었다. 질문은 기자에게 특화된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렇구나! 이 주제다.
출간 계약을 하고 완성본을 만드는 과정은 초고를 쓸 때보다 더 쉽지 않았다.
초고 쓰기
그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신나게 기획안을 썼다. 결과적으로는 이 기획안이 뼈대만 남고, 거의 새로 작성되다시피 했지만, 어쨌든 두 번째 책을 향한 첫발을 떼게 됐다. 일단 밀어붙였다. 기획안을 고쳐가면서 계속 쓰기 시작했다. 기획안이 바뀌면 또 방향을 바꿔서 그에 맞게 썼다.
엉성한 초안을 들고 용감하게 집필 초반부터 투고를 병행했다. 1주일에 한두 곳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30% 정도 썼을 때부터다. 그러나 계속 까였다. 그래도 집필이 50%를 넘어가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건 어디 출판사라도 걸리겠구나. 그렇게 제일 처음 연락 온 출판사와 계약했다.
다음에 낼 때는 최소한 50%~60% 정도를 썼을 때 투고하면 계약 확률이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첫 책을 냈을 땐 70% 정도 완성됐을 때 투고했는데, 이번엔 두 번째 책이라 자만했던 것 같다. 이번에 초기 투고했던 원고를 돌아보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목차 앞부분
목차가 나오기까지
현장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긴 했지만, 책에서 무턱대고 현장만 다루기엔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질문의 원리를 담기로 했다. 경험이 가미된 원리이기 때문에 현실감도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그 원리를 이끌어내려다 보니 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질문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생에서, 어째 저째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나는 '질문하는 삶'을 강제로 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기 계발' 요소보다는 '생존형' 산물에 가깝다.
두 권의 책을 냈다. 다음 주제는 뭐가 될 것인가.
소감
첫 번째 책 '나의 주거 투쟁'(궁리, 2018)을 냈을 땐 사실 모든 게 처음이라 얼떨떨했다. 이번엔 두 번째라 그런지 좀 달랐다. 일단 생각보다 덤덤하고 후련하다. 또 뭐랄까, 벅찬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출간의 전 과정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낼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