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특파원 리포트에 의하면 도쿄 긴자에는 101세 할아버지가 매일 아침 커피를 볶는 카페가 있단다.
카페 도 란 부루 (Cafe de l'ambre). 카운터 좌석이 열 개, 두셋씩 마주 앉는 테이블이 네 개. 작은 가게란다. 수확한 지 10년이 넘은 콩으로 내린 '올드 커피'가 유명하고, 1974년 산 쿠바 커피도 있단다. 그분은 95세까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며 커피집을 운영했고, 현재는 힘들어서 택시를 탄단다. 콩을 볶는 기계, 커피 내리는 기계를 전부 스스로 고안했단다. 자기 자신이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것이 장사의 신념이고 최종 목적이란다.
여기까지 읽는 순간 도쿄 최고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긴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뭉실뭉실 부풀어 오른다. 벌써 마음은 하네다국제공항에 있다. 그분의 커피는 어떤 맛일까?
커피집을 찾기 위해 걷자. 오미구지(おみくじ ; 신사나 절에서 참배인이 길흉을 점쳐 보는 제비)를 뽑아 그날의 운세를 본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현지인들의 틈에 끼어서 이곳저곳 뒷골목을 구경한다. 발바닥 통증에도 재미를 느낀다. 굽는 모습을 직접 구경할 수 있는 인형 모양의 전통과자 닌교야키를 맛본다. 고구마를 곱게 빻아서 만든 이모요캉을 손에 들고 먹는다. 먹을거리가 가득한 거리에서 히히거리며 웃는다. 시식 코너에서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들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엄마들의 모습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고. 아삭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무절임의 여운이 남아 입안에 계속 침이 고인다. 오래된 가게들이 많은 골목에서 잠시 길을 잃어 보기도 한다.
헬륨가스 가득 찬 가벼운 마음으로 나도 커피를 내린다. 전기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입구가 길고 좁은 진한 우유색 드립포트에 95°C 물을 붓는다. 자연스럽게 원을 그리며 또르륵 커피를 내린다.
오늘의 커피 브라질 파젠다 산타 이네스는 장인의 묵묵한 손길이 느껴진다. 도쿄 최고의 커피를 만드는 세키구치 이치로 씨를 닮은 느긋한 커피다. 초콜릿을 입안에 머금은 듯한 부드럽고 진한 향기와 농후한 쓴 맛이 좋다. 구운 견과류의 고소한 맛과 살풋한 단맛이 슬며시 퍼진다. 마음을 열지 않는 꽤 고집스러운 느낌이다. 하지만 올곧아서 부담 없고 편안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어 늘 공부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주전자에 물을 끓여 한 잔 한 잔 차분히 손으로 내린 커피다. 나무바닥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커피다. 달콤한 시나몬 롤을 생각나게 한다. 마음을 잔잔하게 다독이는 커피다. 오래 묵힐수록 향이 좋아지는 커피콩처럼 우리도 자신만의 좋은 향기를 만들라고 도담도담 응원하는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