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때때로 아름다운 엄마

브라질 마라고 지폐

by 만델링

Cerrado 지역의 Fazenda Bau 농장, Maragogipe 품종의 Natural 원두다. 헤이즐넛 향이 퐁퐁퐁 솟는다. 고소함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늘까지 퍼진다.

쪼그려 앉아 불량 콩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그려진다. 장시간 그늘도 없는 공간에서 단순한 일을 반복적으로 한다. 문득 의문이 생긴다. 커피벨트 존에서 일하는 사람들 무릎은 어떨까...

반월상 연골(Meniscus)은 사람의 무릎 관절 사이에 있는 연골 조직이다. 위쪽 무릎뼈와 아래쪽 무릎뼈 사이에 있다. 무릎의 원활한 움직임을 돕는 완충 작용을 한다. 반월상 연골보다 관절연골이 더 부드럽기 때문에 반월상 연골이 손상되면 무릎뼈와 반월상 연골 사이에 있는 관절연골이 깨어진단다. 그러면 무릎뼈는 영향을 받고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고질병이 되어 수술로 통증을 줄여야만 한단다.

엄마는 통영 서울병원에서 수술하셨다. 해안선이 오밀조밀하고, 전국 최대의 굴 양식을 하고, 수채화 물감을 담은 팔레트 같은 바다가 보이고, 케이블카까지 있는 지방의 작은 병원이다. 진주에도 병원이 많은데 굳이 통영에서 수술을 한 까닭은 남도 최고의 외과 선생님이 계셔도 아니고, 만 65세 이상 여성 노인 무릎 관절 재활을 담당하는 신식 재활 센터가 있다는 광고 때문도 아니다. 그저 두어 번 밥을 같이 먹은 지인이 그곳 의사라는 이유였다. 개구리울음 소리 낭자한 여름 초입에 입원하셨다.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했다. 좌식 생활을 하는 생활환경 때문이기도 하고, 농사가 업은 아니지만 작은 텃밭에 쪼그려 앉아 일을 해서 그렇기도 하다. 생신이 코앞인데 병원에 있어 어쩌냐고 했더니 다리 아픈 게 어디 하루 이틀이냐, 생일은 무슨 하신다. 아픈 데 없이 니들 오순도순 잘살면 아무것도 필요 없고 그것이 제일 큰 선물이라 하신다. 에고~ 마음이 찡하다. 괜히 눈물이 난다. 피붙이, 부모 자식의 끈끈함이 요란스럽게 느껴진다.


오늘의 커피는 이런 불효자식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히는 푸근한 커피다. 달콤한 고구마 무스 케이크와 어울린다. 커피 자체의 은근한 단맛과 쓴 코코아 맛이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건포도의 끈적하고 연한 신맛이 느껴진다. 늦가을 바람처럼 시린 인생에 달콤한 휴식을 선사하는 커피다. 엄마의 황혼에 황홀한 꽃향기가 퍼졌으면 좋겠다. 쑥덕쑥덕 지나가는 세월을 붙잡지 못해 아쉬워하는 엄마에게 이 밤은 서글프고 야속할지도 모르겠다. 브라질 마라고 지폐는 깊고 쌉쌀한 맛과 포근포근한 단맛이 좋은 커피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잔잔히 사는 엄마의 삶에 드리고 픈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