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돌담길, 하얀 구름, 노란 유채꽃이 조화로운 거제 남부면 갈곶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늘에 닿을 듯 우람한 풍차를 보러 오고, 다른 어떤 사람은 바다와 사람 사이에 피는 예쁜 꽃을 보러 온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오직 풍차를 보러 오르는 길 아래 거기에서만 판다는 바람의 핫도그를 먹으러 온다고 한다.
바람의 핫도그는 어른 손가락보다 굵은 햄 두 종류를 기다란 꼬쨍이에 끼우고 초록물이 든 얇은 밀가루를 입힌 기름기 없는 수제 핫도그다. 그 핫도그는 빵 위에 코코넛 슈가를 굴리듯 바르고 머스터드소스, 토마토케첩을 사선으로 발라준다. 두꺼운 핫도그의 텁텁함이 싫거나 소시지의 밀가루 냄새가 싫어 핫도그를 멀리하는 사람도 차를 타고 시간을 들여 먹으러 온단다.
비단 핫도그만 먹으러 거제 여행을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단 바람의 언덕에서 풍차의 웅장한 날갯짓을 보고 깊은 바다의 전복과 뿔소라의 연애 이야기를 들었다면 핫도그를 사서 먹는다는 뜻이다. 갯가의 비릿하고 짭조름한 간이 베인 바람의 언덕 핫도그! 밀가루를 먹으면 쳇기를 느껴 멀리하는 사람도 시장기를 느낄 때면 한 개쯤은 거뜬히 먹을 수 있다. 동네에서 늘 보던 기름 듬뿍 머금은 퉁퉁한 핫도그가 아니다. 푸르스름하니 갸름하다. 그런 이유로 입이 짧은 미식가에게는 새롭고, 아기 고양이 털 같이 부드러운 맛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의 커피는 바람이 머무는 곳에 잠시 들러 오래 머물다 온 느낌의 커피다. 복작복작거리는 카페에서 선 채로 마셔야 하지만 그런 성가심도 재미있다. 깊은 맛이나 세련된 산미가 있는 고급 커피의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로부스타 원두를 대량으로 볶아 그저 까맣게 내려주는 커피다. 쉴 시간이 필요한 사람, 얘기 들어줄 사람이 없어 고독한 사람, 듣고 싶은 대답을 기다리다 지친 사람, 외로움과 친해지는 법을 조금 늦게 배워 철없다는 말을 듣는 사람, 그런 사람 모두 다 만족시키는 커피다. 찰랑거리는 까만 액체가 바람의 이야기를 조근조근해주며 같이 마시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순간을 즐기지 못한 시간이 후회된다. 게으르거나 나약해서 시작하지 못한 계획들도 걸린다. 느리고 미련하여 같이 사는 사람의 마음도 모르고 산 세월이 명치에 얹힌다. 모든 게 하도 애틋하고 야속해서 마음의 끈을 놓는다. 그럼에도 낯선 데서 만나는 사람들, 눈에 익지 않은 풍경, 감탄의 숨을 햐~하게 하는 오밀조밀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다시 처음 마음으로 살아야지 다짐하게 하는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