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멋스럽다. 마르칼라 농장의 버번종 커피다.티피카종보다 자연환경에 강하다. 병충해 피해가 적다는 뜻이다. 맛과 향이 풍부해서 아프리카, 중남미의 많은 지역에서 재배된다. 커피 꽃이 많이 피어 체리 수확량이 많다. 생두의 크기는 대체로 작고 둥글다. 깔끔한 신맛과 부드러운 단맛이 정직하게 균형을 이루는 펀이다.
오늘은 두 개의 형용사와 하나의 명사를 사용한 주어를 써서 문장을 만들고 싶다. 예를 들면 말갛게 씻긴 커피콩이 눈길을 끈다. 봉지를 여니 달콤한 자줏빛의 오디 향이 솔솔 핀다. 수줍은 듯 겸손하게 신맛이 퍼진다. 고요하고 떠들썩한 무게감이 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보드라운 이파리들이 커피 맛을 싱그럽게 만든다.우울하고 언짢은 마음이 활짝 갠다. 목구멍을 간질이는 달달한 향에 마음이 사륵사륵 녹는다. 느슨하게 묵묵히 헤아리는 마음이 남는다.배불리 먹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이 밝아지는 소식을 듣는다.바랜 듯 초록초록한 늦여름의 스러지는 열기와 온화함이 말캉말캉 솟는 커피를 마신다. 크리미한 향에 싸여 쓴 커피 맛이 되려 달큼하게 느껴진다. 오늘 시도한 글쓰기는 실패다. 두 개의 형용사와 한 개의 명사로 구성된 문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구나. 이내 포기하고 그냥 쓴다. 역시 표현력의 부족이다.
온두라스 마스칼라는 대단치도 않은 일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새삼스럽게 자랑하는 여행 가이드를 닮았다. 지나간 일은 흘러갔으니 거슬러하지 말자. 다가올 일은 미리 겁먹고 마음을 거꾸러지게 하지 말자. 오직 지금에 온 신경을 다 쏟아 충실히 현재를 살자고 목청 높인다. 아주 경쾌한 사람일 것 같다. 내 주변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현재를 걱정만 하는 사람과 현재를 사는 사람이다.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는 취향을 드러내는 태도라 하자. 나는 후자에 가깝다.염려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이 덜 남는 사람이다. 쉽게 잊고 불편한 대로 안고 산다. 소소하든 대수롭든 막막하게 느끼지 않는다. 사려 깊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에 집중하고 감정에 이입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이다. 오늘의 커피 온두라스는 맛깔나다. 밥 짓는 냄새가 그리운 평온한 저녁 나절 같다. 높은 지대에서 재배되어 정갈하다. 산뜻하고 달고 부드럽다. 쓴 초콜릿의 씁쓸한 맛은 감귤처럼 새끈한 부드러운 신맛에 녹아 꿈꾸는 맛이 된다. 누가 마셔도 괜찮다는 평을 받을 것이다. 오늘의 커피는 도란도란 즐거운 이야기를 밤이 새도록 피워낸다. 빛바랜 앨범 속 이야기를펼친다. 둥글게 파마머리를 한 어머니의 새댁이었을 모습이 보인다. 상냥하고 소붓히 웃는 모습에 선한 어린 태가 남아 있다. 소싯적 어머니의 눈빛, 표정, 발걸음이 보인다. 현재를 열심히 긁어 오늘을 살아가는 강하기만 한 어머니가 아니다.수줍음과 입꼬리의 웃음이 떠나지 않는 애교스러운 어머니다. 어린 어머니 모습에서 나는 위로를 받는다.살아갈 힘이 길러진다. 삶이 다소 편안해진다. 견딜 만하다. 굳은 마음이 사르륵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