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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전설

1977년부터 KBS에서 방영하기 시작한 “전설의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전 지역에 거쳐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설이나 민간 설화 등을 주제 삼아 만든 드라마로 장장 12년 동안이나 유지된 장수 프로그램으로서 1989년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12년 동안 578편을 방영하면서 우리에게 낯익은 구미호나 염라대왕, 삼신할미, 귀녀 등과 같은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그 후 7년이 지난 1996년에 발전된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여름 납량물 시리즈로 기획되어 시즌 2를 시작하였고 1999년까지 72부작을 방영하였습니다. 그 후 또다시 중단되었다가 2008년에 시즌3가 다시 제작되어 2009년까지 18부작이 방영되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특징은 항상 끝맺음을 할 때 “ 이 이야기는 OO도 OO 지방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나 인생은 사필귀정과 권선징악이 필연이니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로 끝났습니다. 전설의 고향의 상징과도 같은 이 엔딩 맨트는 김용식이라는 성우가 1977년 첫 회 방송 때부터 2008년 시즌 3 마지막까지 30년 넘게 같은 목소리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전설(傳說)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옛날부터 민간에서 전하여 내려오는 이야기”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설은 단순히 이야기만을 의미하지 않고 전설적인 인물을 전설이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설을 영어로는 Legend 또는 Folktale이라고 합니다. “전설의 고향’에서 전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Legend 보다는 folktale로 번역하는 것이 맞을 것 같고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에서의 전설은 Legend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이렇듯 어느 특정 분야에서 전설적인 인물을 우리는 그냥 전설이라고도 부릅니다.


흔히 우스개 소리로 남자들 사이엔 17:1로 싸워서 혼자서 17명을 쓰러뜨리고 주먹계의 전설이 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허풍이거나 17:1에서 1이 아니고 17명 중 하나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설은 아주 오래 전의 인물이거나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인물이 많은데 현존하는 전설적인 인물도 있습니다. 이들을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2000년 4월에 미국의 살아있는 전설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정계, 재계, 문화계, 스포츠계 등을 망라한 전 분야에 거쳐 미국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을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선정하여 “Library of congress living legend”를 발표했습니다. 스포츠인으로는 행크 에런, 무하마드 알리, 칼 루이스, 래리 버드, 타이거 우즈 등과 같은 스타들이 선정되었고 정치인으로는 올브라이트 여성 국무장관, 로라 부시 영부인, 콜린 파월 국무 장관이 선정되었으며 헤리 벨라폰테, 바브라 스트라이센드와 같은 당대 최고의 가수와 빌 코스비 같은 코미디언 그리고 카퍼필드와 같은 마술사도 살아 있는 전설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렇듯 누군가가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칭호를 듣는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그 분야에서 가장 큰 명예를 얻는 것일 겁니다.


전설적인 인물이 말 그대로 전설 속의 인물로 남게 되었다가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이를 “전설의 귀환”이라고 말합니다. 196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록 듀오 “사이먼 & 가펑클”이라는 그룹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 시절 비틀스, 비치보이스, 밥 딜런과 더불어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그룹이자 오랜 기간 사회 혁명으로 반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그룹으로 서로 진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지만 음악적 불화로 종종 다투기도 하다가 1970년 그들의 마지막이자 가장 성공한 음반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발표한 후 해체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 해 전설 속의 포크 록 그룹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11년 후 1981년 그들은 그 유명한 뉴욕 센트럴 파크 공연으로 재결합하였습니다. 명실공히 전설의 귀환이 실현된 것입니다. 당시 50만 명 이상의 청중이 모여들어 전설의 귀환을 맞이 하였습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아직도 그들의 라이브 공연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소시민도 누구에겐가 전설이 될 수 있을까요?


최소한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그들에게 전설로 남고 싶습니다. 내가 내 아버지를 살아있는 전설로 생각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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