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영화배우 주윤발의 대표작은 영웅본색(英雄本色)과 첩혈쌍웅(喋血雙雄)이다. 이 두 영화제목에는 모두 영웅이란 단어가 들어있다. 그가 80년대 영화 속에서 보여준 누아르적인 영웅의 이미지는 당시 팬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고 있다.
영원한 큰 형님 (大哥) 주윤발은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영웅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56억 홍콩 달러를(9600억 원) 기부하면서 불교의 “空手來 空手去” 가르침을 거론하면서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기에 갈 때도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되며 하루에 밥 두 그릇만 있으면 된다며 대인의 풍모를 보였다. 실제로 그는 지금도 평소 버스와 지하철을 타며 재래시장에서 생필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홍콩영화의 침체에 대해 한국 기자의 질문은 받은 그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중국의 검열요구가 많다”며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자유라며 자유에 대한 가치를 거침없이 말했다. 중국 당국의 위협에 굴복하거나 침묵하는 다른 홍콩 스타와는 달리 그는 현실에서도 영웅이었다. 그는 2014년 홍콩 우산 혁명 당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였고 2019년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 금지법” 발표 첫날 검은 마스크를 쓰고 조깅하며 저항의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그는 영화 속에서나 현실 세계에서나 여전히 영웅이다.
내로남불과 소유욕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정치인과 장관/대법관 후보자들이 그를 조금만이라도 본받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