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빌 포터(Bill Porter)

빌 포터라는 미국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1932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포틀랜드로 이사와 어린 시절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태어날 때 의사의 실수로 뇌 손상을 입어 사지 근육 마비와 언어 장애를 동반한 뇌성마비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누구에게 의지하여 인생을 사는 것보다 스스로 자립하여 살고 싶어 했고 자신의 일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그가 처음 일자리를 갖게 된 것은 약국의 재고 담당이었는데 선반 위의 물건을 자주 떨어뜨려 하루 만에 해고되었습니다. 그 후 계산원의 업무에 도전하였으나 이 역시 금전출납기를 잘 쓰지 못해 해고되었습니다. 그 뒤 화물 적재 업무를 맡았으나 오른손을 쓸 수 없는 장애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고 왓킨스라는 미국의 생활용품 회사의 영업직에 도전을 하여 면접을 보았으나 역시 거절을 당했습니다. 거절을 당하고 나와서 실망을 하는 어머니를 보고 그는 다시 면접장으로 들어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지역으로 자신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의 끈질긴 요구에 회사는 그를 채용해서 가장 실적이 좋지 않은 지역으로 발령을 내주었습니다.    


몸이 자유롭지 못해 출근 준비만 세 시간이 걸리는 그는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났습니다. 또한 뇌성마비로 인해 어눌한 말투를 고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였습니다. 뒤틀린 손 때문에 구두끈을 맬 수 없어서 매일 아침 구두닦이에게 부탁해 구두끈을 매고 15km를 걸어서 고객을 찾아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은 그를 걸인 취급을 하였고 그의 언어 장애 때문에 끝까지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고 문전 박대를 하였습니다. 수많은 거절을 당 할 때마다 그에게 용기를 준 사람은 어머니였습니다. 그는 매일 어머니가 싸준 샌드위치를 길거리에서 먹었는데 샌드위치 앞 뒷면에는 항상 Patience(인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가 포기하지 않도록 매일 그에게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끝까지 인내하라 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집으로 퇴근했을 때 경찰이 어머니를 모시고 온 것을 보았습니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더 이상 집을 찾지 못 한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그는 이제 정말로 혼자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혹독한 홀로서기를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고객이 거절할 때마다 더 좋은 상품을 가지고 다시 방문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아무리 거절을 당해도 다시 고객을 찾아가 상품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는 2개월 전에 세제를 구입한 가정을 찾아가 세제 떨어지셨죠?라고 묻고 제품을 배달하였습니다. 이러한 철저한 고객관리과 성실함 덕분에 그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쓸 수 없는 오른손을 뒤로 감추고 왼손에 무거운 가방을 들고 매일 15km를 걸어 24년간 미국 서부 지역의 수백만 가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왓킨스 사의 최고의 판매왕에 올랐습니다. 느린 걸음이지만 절대 멈추지 않는 걸음으로 그는 판매왕 자리에 올랐고 그의 기록은 40년이 지나도 깨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고객을 방문하는 그는 그의 유일한 혈육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에도 장례식을 치른 오후에 늘 그랬던 것처럼 고객을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 

판매왕 타이틀은 그의 철학인 “맨날 거절당하지만 맨날 방문합니다”와 투철한 프로의식으로 이룩한 결실입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늘 말했고 자신이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애를 장애라고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장애라고 하였습니다. 그의 이런 입지전적인 이야기는 2002년 Door-to-Door라는 TV영화로 제작되어 미국 전역에 방영되었고 2009년 일본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제작되어 방송되었습니다.


어릴 적 이발소에 가면 액자 속에 쓰여 있는 명언 중에 가장 많았던 것은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였습니다. 빌 포터야 말로 이 명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는 2013년 81세의 나이로 그의 어머니 곁으로 갔다고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자화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