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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자화상

자화상은 스스로 그린 자기의 초상화를 의미합니다. 자기를 스스로 자기가 그렸으니 얼마나 정확하고 

솔직하게 그렸을 까요? 아마도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내면의 감정까지도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먼저 화가 자신에 대한 성찰과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즉, 자화상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인 동시에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첨예한 형태의 예술입니다. 유명한 화가 중 자화상을 가장 많이 그린 사람은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그는 생전에 43점의 자화상을 남겼는데 그 그림 한 점 한 점에 당시 그의 심리와 감정 상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고흐와 같은 화가는 색채로써 자신의 모습을 자화상으로 표현을 하지만 시인은 글로써 자신의 감정을 자화상으로 표현합니다. 


신현수 시인은 일반적인 가장들이 느낄 수 있는 자화상을 매일매일 우리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로 표현 해 냈습니다. 


말 많이 하고 술값 낸 날은 잘난 척한 날이고 

말도 안 하고 술값도 안 낸 날은 비참한 날이고 

말 많이 안 하고 술 값 낸 날은 그중 견딜만한 날이지만

오늘, 말을 많이 하고 술 값 안 낸 날은 엘리베이터 거울을 그만 깨뜨려 버리고 싶은 날이다. 


살아가면서 즐거운 날도 있고 비참한 날도 있고 울분을 터뜨리고 싶은 날도 있을 것입니다.

즐거워하는 나도, 비참해진 나도, 서글퍼진 나도 모두 나의 자화상일 것입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유명한 윤동주 시인은 과거의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연민을 우물에 비친 자신의 자화상으로 절묘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과거의 잘 못을 저지른 나도, 후회하고 있는 지금의 나도 모두 나의 자화상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자신이 미워 돌아가지만 결국 그 자신이 또 안쓰러워 자신을 용서합니다. 우리 모두 인간이기에 수긍이 가는 대목입니다. 자화상은 결국 내가 나를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을까요? 

어느 시인의 유고집에 <너는 누구인가?>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녀는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큰 화물트럭이 덮치면서 꽝 소리가 났다. 

그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이 아득해졌다. 그녀는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너는 누구인가” 그녀는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주소를 댔다. 들려오는 소리가 다시 물었다. “나는 너희 사회에서의 그런 분류 형식을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녀는 대답했다. “네, 저는 사장의 부인입니다. 남들이 저를 가리켜 사모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자 들려오는 소리가 말했다. “나는 누구의 부인이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녀는 다시 대답했다. “네, 저는 1남 1녀의 어머니입니다. 딸아이는 특히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떤 신문사 주최의 음악 콩쿠르에서 상을 받아 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들려오는 소리는 계속 물었다. “ 나는 누구의 어머니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녀는 침이 마른 혀로 대답했다. “저는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간혹 불우이웃 돕기에도 앞장섰습니다. 저희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을 저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들려오는 소리의 질문은 그치지 않았다. “나는 너의 종교를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녀는 응급실에서 깨어나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좀 가르쳐 주세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누군 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 글로 자화상을 쓰든 그림으로 자화상을 그리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다고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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