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이 시작된 21세기, 인터넷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 뱅킹으로 돈을 보냈다. 아침마다 배달되던 종이신문은 점점 사라지고,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뉴스를 읽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변화를 제때 읽어내지 못한 기업들은 하나둘씩 조용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10년 후, 2010년대에 들어서자 세상은 다시 한번 변했다. 사람들은 이제 책상 위의 컴퓨터가 아니라 손 안의 컴퓨터, 모바일 기기를 통해 세상과 연결하기 시작했다. 택시는 길에서 손을 흔들어 잡는 것이 아니라 앱으로 부르는 것이 되었고, 퇴근길 슈퍼마켓 대신 지하철 안에서 배달 앱을 통해 다음 날 새벽 배송을 예약했다.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 역시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인터넷과 모바일, 그리고 이 둘을 아우르는 디지털 시대. 새로운 시대의 물결을 과소평가한 기업은 사라지고, 변화를 기민하게 읽고 민첩하게 움직인 기업만이 ‘게임 체인저’가 되어 시장을 지배했다.
세계 최초로 휴대용 카메라를 만든 코닥은 오랫동안 필름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며 결국 2012년 파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한 것도 코닥이었지만, 스스로의 혁신을 두려워한 끝에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만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며 IT 기술은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는 수십 년 전의 틀에 묶여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2020년대의 지금, 우리는 ‘VUCA 사회’에 살고 있다. 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의미한다. VUCA시대에는 가까운 미래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제 기업의 민첩성은 생존의 절대 조건이 되었다.
카카오뱅크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2016년에 설립된 카카오뱅크는 불과 10년 만에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그룹에 올랐다. 그 비결은 ‘민첩성’이었다. 완벽한 제품이 나오길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출시해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개선하는 애자일 전략 즉,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먹는다는 원리를 실천한 셈이다.
배달의민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려 애쓰기보다는, 변하는 취향에 맞춰 빠르게 대응했다. 그 결과 배달의민족은 2020년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4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인수되었다. 창업자 김봉진 대표가 밝힌 성공의 비결 또한 애자일 전략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기술의 발전과 불확실한 시장의 변화 속에서, 거대한 기획과 느린 실행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2년마다 업그레이드되는 서비스와, 한 달 단위로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서비스 중 어느 쪽이 더 경쟁력이 있을지는 명확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또 다른 코닥’이 되어 사라지는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이 있다. 환경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은 이제 “민첩하지 못한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속자생존(速子生存)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속자생존의 시대가 왔다.
다가올 10년, 누가 사라지고 또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그것은 오직 속도의 차이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