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하드웨어를 대표했던 IT기업이 IBM HP이었다면 소프트웨어를 대표했던 IT기업은 단연코 마이크로소프트였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는 90년대 전 세계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계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고 지금도 가정용 컴퓨터의 운영체계 점유율 93%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BASIC 인터프리터 개발 및 판매를 위해 1975년 4월 4일 빌 게이츠와 폴 앨런에 의해 미국 멕시코주 앨버커키에 설립되었다. 그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1980년대 중반 MS-DOS로 개인용 컴퓨터 운영 체제 시장을 장악했으며 윈도가 그 뒤를 이어 세계 시장을 석권하였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1986년에 기업공개(IPO)를 해서 그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중 3명의 억만장자와 약 12,000명의 백만장자를 탄생시켜 화제가 되었다. 기업 공개 후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제품을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최고의 IT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이러한 실적을 발판으로 창업자 빌 게이츠의 자산도 엄청나게 불어나 1995년 이후 전 세계 갑부 순위 최상위권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려 빌 게이츠는 말 그대로 워런 버핏과 함께 부호의 대명사가 되었다.
어느 연설회장에 빌 게이츠가 워런 버핏과 함께 초대되어 참석을 했을 때 사회자가 빌은 초당 140달러를 벌기 때문에 길거리에 100달러 지폐가 떨어져 있더라도 허리를 굽혀 지폐를 집는 시간이 1초를 넘기 때문에 시간이 아까워 줍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는데 정말 그렇냐고 농담을 하자 빌 게이츠가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하니까 옆에 있던 워런 버핏이 “빌은 모르겠지만 나는 빌 보다 가난하기 때문에 줍겠다”라고 답해 청중을 웃겼다고 한다.
이렇듯 빌 게이츠는 그의 이름 그대로 돈(Bill)이 들어오는 문(Gates)이 되어 오랫동안 전 세계 최고 갑부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21세기 들어서면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장 점유율 1위의 여러 제품의 성공에 취해 더 이상의 혁신을 추구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한 것이 그 화근이었다.
특히 2010년대 전 세계 인터넷 시장이 모바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구글에게 스마트폰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를 출시할 기회를 넘겨주어 모바일 전쟁에서 승자가 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후에 빌 게이츠에게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질문했을 때 그는 “소프트웨어 세계, 특히 플랫폼 시장은 승자 독식의 시장으로 최대의 실수는 내 잘못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안드로이드가 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으며 “당시 모바일 시장에는 딱 하나의 비(非) 애플 운영체제를 위한 자리만 있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당연히 차지해야 할 것이었는데 그것을 구글에게 넘겨주었다”며 후회했다.
빌 게이츠의 우려대로 21세기가 시작되고 세계 IT 시장은 애플이 구축한 앱 생태계와 모바일 세상이 되었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에 혁신과 전혀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한 FAANG (Facebook/Apple/Amazon/Netflix/Google)과 같은 Big-Tech회사들은 각자 자기의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고 전통적 IT기업이었던 IBM/HP/Sun 같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2013년까지 10년간 평균 시가총액 3천억 달러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면서 IT 시장에서 서서히 지는 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 시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할 수 있다. Big-Tech 기업 간 혁신전쟁에서 실패한 결과이다.
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CEO를 맡은 사람은 2000년 빌 게이츠가 CEO를 사임하고 새로 부임한 빌 게이츠의 친구인 스티브 발머였다. 사실 그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 마다 극과 극이다. 혹자는 그를 일컬어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잃어버린 10년으로 빠트린 장본인이라고 평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 기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를 안정적으로 운영하여 회사의 내실을 다진 경영자로 평가하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떠하든 스티브 발머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경쟁사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혁신적으로 대처하는 동안 현상 유지에 주력하여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마이크로소프트를 다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변화시킨 사람은 2014년 CEO로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이다.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3대 CEO로 취임하면서 빠르게 마이크로소프트를 변화시켰다.
그는 윈도와 MS 오피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전략으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주요 사업인 모바일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구축하였다. 또한 2019년에 챗GPT 신드롬을 일으킨 Open AI의 지분을 49% 확보함으로써 AI가 MS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되도록 하였다.
그는 10여 년 전 모바일 시대에 빌게이츠가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AI시대에 들어와서는 구글을 앞서는 변화와 혁신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과 개혁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2013년까지 평균 3천억 달러였던 시가총액을 2019년에는 1조 달러로 끌어올렸고 2021년에는 2조 달러로 만들었으며 드디어 2023년 말부터 시가 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고 2025년에는 오랜 기간 동안 세계 시가 총액 1위를 굳건히 지켰던 혁신이 떨어진 애플을 3위로 밀어내며 세계 시가총액 Top 2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때 모바일 혁명에 뒤처져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으나, 사티아 나델라의 리더십 아래 클라우드와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다시 세계 정상의 기업으로 부활했다. 그러나 그 성공은 영원히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 산업은 항상 승자 독식의 구조 속에서 새로운 파괴적 혁신이 나타나고, 그 혁신에 뒤처지는 순간 과거의 영광은 허망하게 사라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정상에 선 지금조차, 언제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
오늘의 성공은 어제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 덕분이지만, 내일의 위기는 언제든 방심 속에서 찾아올 수 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끊임없는 혁신만이 생존을 보장한다는 것, 그리고 한순간의 안주가 기업을 몰락으로 이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