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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21세기 바벨탑

by 낭만 테크 김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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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의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는 실험을 한다.

첫날은 한 방울 떨어뜨리고 둘째 날은 첫날의 두 배인 두 방울을 떨어뜨리고 셋째 날은 또 전날의 두 배인 네 방울을 떨어뜨리고 넷째 날은 여덟 방울, 이렇게 매일 전날의 두배로 물방울을 떨어뜨려 욕조에 물이 딱 절반이 차는데 99일이 걸렸다면 욕조에 물을 가득 차게 하는 데는 총며칠이 더 걸릴까?


물이 절반 차는데 99일 걸렸으니 나머지 절반을 채우려면 99일이 더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 이제 물이 가득 차는데 필요한 날은 99일이 아니라 오로지 단 하루만이 더 필요할 뿐이다. 바로 기하급수적 증가 때문이다.


인류의 기술 발전 또한 이와 닮아 있다.
현생 인류가 등장한 뒤 4만 년 동안 불의 사용, 돌 도구, 농경 기술 등 몇 가지 중요한 진보만 이뤘다. 이는 욕조에 물을 100일 동안 채운다고 할 때 98일이 지나도 고작 3% 남짓 찬 상황과 같다.


이후 농업혁명과 함께 2천 년 동안 종이, 수레, 화약, 나침반 등 수많은 발명이 이루어졌다. 마치 12시간 만에 욕조의 물을 10%까지 채운 것과 같다. 이어 18세기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방적기, 19세기 전기, 20세기 초 비행기, 그리고 20세기 후반 컴퓨터를 통해 인류를 정보화 시대로 끌어올렸다. 불과 수백 년 만에 기술의 곡선은 가팔라졌다.


그렇다면 21세기, 2025년 현재 인류는 욕조의 물을 얼마나 채운 상태일까? 지난 4만 년 동안 3%, 농업혁명 이후 2천 년 동안 10%, 산업혁명 이후 400년 동안 20%. 정보화 혁명 이후 70년 동안 30% 정도 채웠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문제는 “언제 절반(50%)을 채우느냐”이다. 왜냐하면 절반에 도달한 순간, 단 하루 만에 욕조가 가득 차듯 인류의 기술은 단숨에 100%에 다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신의 영역에 이르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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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전 인류 지능의 총합을 뛰어넘는 시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의 기하급수적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특이점의 도래 시기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딥마인드 기술이사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이미 2005년에 그가 쓴 저서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특이점의 도래 시기를 2045년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그는 2024년 6월에 “특이점이 더 가까이 왔다 (The singularity is nearer”)를 새로 출간하면서 특이점의 도래 시기를 2029년으로 앞당겼다.


인류는 수천 년 전에 신의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 바벨탑을 하늘까지 쌓으려 하다가 신의 노여움으로 온 세상에 흩어졌다. 이제 21세기에 인류는 또 인공지능이란 새로운 바벨탑을 건설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인류의 또 다른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이점의 도래시기를 인공지능에게 물어볼 수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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