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를 지나 X세대 Y세대 거쳐 현재 10대 ~ 20 대인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를 딴 Z세대까지 등장한 지금 Z세대의 다음 세대는 과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다시 알파벳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A세대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임의의 알파벳 글자를 써서 W세대나 N세대 하고 불러야 할까?
2010년 이후 출생한 2025년 현재 14살 이하의 Next Z세대는 알파벳 문자가 아닌 그리스 문자의 첫 문자인 알파를 사용해서 알파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을 알파세대라고 부르는 것은 이들은 단순히 Z세대의 Next가 아닌 전혀 새로운 종족의 탄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의 경제지 Business Inside의 사설에서 미국에서 최근 태어난 아기가 몇 개월 후 말한 첫마디가 Mom(엄마), Dad(아빠)가 아닌 아마존에서 만든 인공지능 알렉사(Alexa)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소개하였다. 일반적으로 아기가 태어나면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먼저 발음하는 단어는 그들이 가장 먼저 만나고 가장 많이 소통하는 엄마나 아빠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이 보통인데 엄마 아빠를 부르지 않고 알렉사를 불렀다는 것은 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공지능 스피커와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알파세대에 대한 사례는 이미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안고 있는 아이가 아빠의 안경을 자꾸 누르는 행동을 하길래 유심히 살펴보니 아기가 안경을 터치 스크린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집안의 통신망을 다른 통신사로 바꾸면서 인공 지능 스피커도 ‘지니’에서 ‘누구’로 바꾸었더니 6살짜리 아들이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리며 ‘지니’와의 이별을 슬퍼하였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4차 산업 혁명의 디지털 시대임을 감안할 때 어찌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알파세대의 부모는 디지털에 익숙한 Y세대 또는 빠른 Z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의 자녀들에게 일찍부터 디지털 환경을 제공했을 것이고 또한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야만 하는 알파세대의 부모들은 엄마 아빠 역할의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이나 SNS에 맡겼을 것이다.
아이들이 울고 떼쓸 때 엄마는 유튜브를 보여주며 달랬고 이들이 호기심 어린 질문을 끝없이 했을 때 아빠는 알렉사와 대화하면서 놀게 하였다. 어찌 보면 알파세대의 첫마디로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를 부르지 않고 알렉사나 헤이 구글, 하이 빅스비를 부른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XY세대가 인류 본연의 호모 사피언스 종족이었다면 MZ세대는 호모 디지쿠스(디지털 신인류) 종족이었고 알파세대는 이제 호모 디지쿠스를 넘어서서 호모 모빌리언스(증강 초 인류) 종족으로 새롭게 분류된다. 알파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 폰 사용이 일상화되었고 그 스마트 폰을 매개체로 엄마 아빠와의 커뮤니케이션보다는 SNS와 더욱 친밀하게 지냈고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의 사용으로 언제 어디서는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즉, 알파세대는 스마트 폰이라는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하여 증강인간이 되었고 이들은 SNS를 통해 전 세계의 다른 증강인간과 교류하며 집단 지성을 형성하며 집단 생명체인 증강 초 인류(호모 모빌리언스)라는 새로운 종족을 탄생시켰다.
이런 알파세대는 사람과의 소통보다는 기계와 기술과의 소통에 더 익숙해 정서나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우려가 있다. 특히 이들이 생애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학교를 다닐 무렵인 2020년 초반에 전 세계적으로 퍼진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런 우려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코로나는 전 세계 인류를 호모 마스쿠스로(마스크를 쓴 인종) 만들어 사람과의 소통을 더욱 꺼리게 만들었고 사람과의 교류의 경험이 부족한 알파세대를 호모 모빌리언스 종족으로의 진화를 더욱 촉진시켰다.
이들은 디지털 신인류라고 불려지는 MZ세대와도 그 근원 자체가 다르다. MZ세대가 아날로그 문화와 디지털 문화를 같이 경험한 세대라면 알파세대는 스마트폰 이전 문화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고 특히 아날로그 매체와의 어떠한 연결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매체와 모바일 문화의 영향만을 오로지 받으며 기성세대와는 확연한 차이점을 보인다. 그들은 완전한 디지털 Only 세대이다.
이들을 인류 역사상 전혀 새로운 종족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이들은 TV나 라디오는 구시대 유물로 취급할 것이며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1인방송과 SNS를 선호할 것이며 인공지능, 가상현실, 메타버스와 같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한 과학 기술에 의존할 것이다. 또한 그들은 2G/3G라는 통신 기술은 아예 알지 못할 것이며 그 복잡한 수학 문제는 Chat-GPT에 물어보지 왜 어렵게 스스로 풀어야 하는지, 영어 원서를 해석하기 위해 왜 영어를 그토록 수년간 공부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2025년에는 전 세계 알파세대가 약 22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80억 지구 인구의 약 28%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500만 명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며 전체 5천만 인구를 감안하면 10%가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매우 귀한 대접을 받으며 자랄 것이다.
그들의 부모세대인 Y세대, MZ세대뿐만 아니라 조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나 X세대를 아우르는 전 세대의 관심과 배려 속에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경제의 주체가 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의 소비 형태에 기업들은 아주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 명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와 한 아이를 위해 부모 조부모 삼촌 등 모든 세대 10명이 지갑을 연다는 10 포켓 신드롬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세대의 기간은 15년 정도로 정의한다. 따라서 알파세대는 2010년 ~ 202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게 된다. 이들이 앞으로 창조해 낼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이 될까? 이들이 기성세대가 되는 2040년 정도에는 세상은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까?
이들이 향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 모든 분야에 끼칠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단순히 기술을 사용했던 이전세대와는 달리 융합적인 정보 활용의 시대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갈 중추 세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대는 국가 간, 민족 간, 인간과 인공지능 간, 산업 간, 기술 간 경계가 없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세상이 기대가 되면서 또 한편으로 걱정이 되는 것은 기우일까? 그들은 또 어떠한 세상을 그들의 다음 세대인 베타세대에게 전해줄 것인지 매우 궁금해진다.